오늘의 역사 잡지식 32 : 광개토왕비(4) 여러분 이거 다 조작인 거 아시죠?
신묘년조 논쟁에 또다른 파장을 일으킨 인물은 재일교포 사학자인 이진희였습니다.
이진희 이후 한국 학계의 두 번째 반박 흐름인 신묘년조 조작설이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반박 흐름이 '해석'의 문제에 접근했다면, 두 번째 반박 흐름은 '원문'의 문제에 접근한 거라 할 수 있죠.
이진희는 광개토왕비의 여러 탁본들을 비교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인식했습니다.
분명 같은 비석을 두고 탁본한 것인데, 글자의 모양이나 위치가 다른 경우가 있었던 거죠.
여기에 대해 의문을 품고 광개토왕비 표면을 살펴본 결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석회를 바른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연히 의심이 갈 만한 부분이었기에 이진희는 조작설의 근거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그렇다면 조작은 누가 했느냐? 이진희가 지목한 인물은 최초 발견자 사코우 카케노부였습니다.
이 즈음하여, 단순한 군인으로 알려진 사코우 카케노부의 실제 신분이 청에 파견된 밀정이었음이 밝혀진 것이 한목했습니다.
이러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이진희는 일본 밀정인 사코우 카케노부가 광개토왕비를 발견한 후 이를 임나일본부설에 유리하게 조작하였다는 주장을 발표합니다.
학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실제로 광개토왕비 탁본에서 다른 부분이 발견되었고, 석회를 바른 흔적도 발견되었으니, 기존 학계의 담론이 그 근간부터 흔들리게 되었으니까요.
이진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던 일본 학계에서도 원석탁본, 즉 석회가 발리기 이전의 탁본을 확인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래 갈 것만 같던 파장은 얼마 못 가 가라앉게 됩니다. 중국 사학자인 왕건군의 현지 조사 때문이었습니다.
왕건군이 광개토왕비가 발견된 지역에 대해 현지 조사를 하던 중 초씨 부자라는 탁본업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초씨 부자가 기막힌 증언을 왕건군에게 남깁니다.
석회 우리가 바른 거에요.
초씨 부자의 말은 이랬습니다. 전문 탁본업자였던 그들은 광개토왕비의 깔끔한 탁본을 얻기 위해 비면을 편평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석회를 발랐을 뿐, 그 이상의 의도는 없었다는 거죠.
애초 이진희의 주장도 허점이 꽤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1편에서 설명했듯 일본 학계에서 해당 비석이 광개토왕비임을 밝히는 데에만 5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전문 역사학자도 아닌 사코우 카케노부가 처음 보는 비석을 고구려 시대의 비석이라는 것을 단정하고 1700자가 넘는 글자 중 딱 신묘년조에 해당하는 20글자를 찾아 석회를 발랐다는 점은 아무리 보아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죠.
이처럼 처음부터 허점을 보였던 이진희의 주장이었기에, 왕건군의 연구와 함께 신묘년조 조작설도 사그라듭니다.
자, 정인보, 김석형, 이진희까지. 수많은 한국 학자들이 일본의 논리를 간파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무도 명확히 이를 반박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고요.
그렇다면 신묘년조에 대한 일본의 해석이 맞았던 것일까요?
이렇게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셨다면 여러분들은 고구려인에게 낚인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오늘의 역사 잡지식 1 : 서동요와 선화공주] https://orbi.kr/00037641895
[오늘의 역사 잡지식 2 : 축성의 달인 가토 기요마사] https://orbi.kr/00037667479
[오늘의 역사 잡지식 3 : 진평왕의 원대한 꿈] https://orbi.kr/0003796403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 : 신항로 개척과 임진왜란] https://orbi.kr/000381745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 : 라스카사스 - 반식민운동과 노예 장려] https://orbi.kr/00038777847
[오늘의 역사 잡지식 6 : 동방의 예루살렘, 한국의 모스크바] https://orbi.kr/00039353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7 : 마라톤 전투의 뒷이야기] https://orbi.kr/00039446583
[오늘의 역사 잡지식 8 : 투트모세 4세의 스핑크스 발굴] https://orbi.kr/00039547389
[오늘의 역사 잡지식 9 : 천관우-한국사학계의 먼치킨] https://orbi.kr/0003956282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0 : 연천 전곡리 유적] https://orbi.kr/00039716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1 : 고대 문자의 보존] https://orbi.kr/00039737161
[오늘의 역사 잡지식 12 : 쿠릴타이=만장일치?] https://orbi.kr/0003981067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3 : 러시아의 대머리 징크스] https://orbi.kr/00039858565
[오늘의 역사 잡지식 14 : 데카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여왕] https://orbi.kr/0003992866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5 : 권력욕의 화신 위안스카이] https://orbi.kr/000400432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6 : 간단한 기년법 정리] https://orbi.kr/0004018867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7 : 4대 문명이라는 허상?] https://orbi.kr/000402095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8 : 토머스 제퍼슨의 토루 발굴] https://orbi.kr/000403104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19 : 그들이 생각한 흑사병의 원인] https://orbi.kr/000403327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0 : 홍무제랑 이성계 사돈 될 뻔한 썰] https://orbi.kr/000404106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1 : 영정법의 실효성] https://orbi.kr/0004047513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2 : 상상도 못한 이유로 종결된 병자호란] https://orbi.kr/00040477593
[오늘의 역사 잡지식 23 : 상나라의 청동 기술] https://orbi.kr/0004056740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4 : 삼년산성의 우주방어] https://orbi.kr/0004080084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5 : 익산이 백제의 수도?] https://orbi.kr/0004082348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6 : who is 소쌍] https://orbi.kr/0004083025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7 : 석촌동의 지명 유래] https://orbi.kr/00040841097
[오늘의 역사 잡지식 28 : 광개토왕비(1) 재발견] https://orbi.kr/000408747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29 : 광개토왕비(2) 신묘년조 발견] https://orbi.kr/000409475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0 : 광개토왕비(3)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넣넣넣넣] https://orbi.kr/000409587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1 : 쌍팔년도] https://orbi.kr/00040959530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스나 성공하게 해달라고 매일 절에 가서 108배 하려고요 ㅋㅋ
-
어휘력이 부족해서 말로 설명은 못하겠는데 상당히 훌륭한 영화인거 같아요.
-
개인적으로 여의사는 공보의3년 복무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1
그렇게 사명감 사명감 거리시는데 막상 실제로 처참한 지방의료에 의사로서 기여할수...
-
정답이 3번 이라네요
-
어디 가야 할까요? 집은 수도권입니다. 증원 전이면 to 좋고 수도권에서 가까운...
-
분명 4대 미드인데 작년에 월즈 못감 올해도 팀을 보아하니 월즈는 못갈것같은 선수...
-
섹보자임 2
?
-
이번 수능에서 화작 70 미적 66 영어 4 생윤 50 사문 59 뜬 현역입니다....
-
후기좀 알려주세요
-
07이고요 노베입니다. 핑계지만 개인 사정때문에 지난 1년간 공부를 하지...
-
고3 담임쌤한테 연락 와서 정시 지균 받을 수 있으면 받으라는데 아마 학교에서 현역...
-
25수능 15 20 21 22 28 29 30 틀려서 3등급 받았습니다 ( 미적선택...
-
애니가 아니라 버튜버입니당 ㅇㅇ 애니랑 버튜버 구분도 못하는 허접뇨속들이 진짜 ㅡㅡ
-
나한테만 이래 ㅅㅂ
-
..... 12
시험 하나만 더 치면...종강이다...
-
서 연고 성한서 중 이경건시 동홍 아숭곽 숙국인 세광단성에
-
인격적으로 실망스러운 행동을 보여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아 끊어내려 합니다...
-
지금 노베에서 수능보려고 하는데 수1 수2 쎈을 한번 풀어놨지만 다시사는게 맞겠죠?...
-
소름돋아
-
재수생 동기부여 풀충전하고 민족고대를 향해 달릴게여
-
평소에 7시간 자도 오후쯤되면 피곤하고 8시간 자도 애매하고 9시간은 자야 개운하고...
-
접수 막판에 칸수만 보고 지르는건 좀 위험함? 표본분석 같은것들도 해야할텐데 좀...
-
어디 가야 할까요? 집은 수도권입니다. 증원 전이면 to 좋고 수도권에서 가까운...
-
질문글은 지우는 게 예의가 아니니까 안 지우고 뻘글만 지우니까 남는 게 다 공부 관련 글임 ㅎㄷㄷ
-
모집정지 때문에 의대 펑크 생기는거 아니냐 ㅋㅋㅋㅋ 2
의대 못 쓰게 하려고 모집정지 떡밥 던지는거 일리 있다고 생각함 ㅋㅋㅋ 물론 난...
-
걍 문제만 푸는 용도면 8개년이랑 옛기출 사면 되는거죠?
-
대형과 표본분석 0
선발 인원이 3자리면 걍 진학사 보면서 빌기 정도가 맞을까요 ㅋㅋ
-
강기분 문학 기말 끝나고 들어보려 하는데, 국어강의를 본 적이 없어서... 뭘 설명해주는지 궁금해요
-
없는건가요?
-
로스쿨 가려면 2
행정학과랑 공공정책학부중에 어디가는게 더 유리할까?
-
국어는 김젬마 / 강민철 수학은 김범준 / 현우진 영어는 이명학 / 조정식...
-
추합에 추합에 추합에 계속 가다가 마지막 2월 21일 5시쯤에 극적으로 들어가보자 ㅈㅂㅈㅂㅈㅂ
-
면접 가는중… 4
오르비언들아 나에게 힘을 줘
-
하루에 5개만 답변하고싶은데 걍 답변할 질문이 존재하질않네.... 개인질문 주는...
-
렌고쿠가 6
이상형이라던 애의 말이 이해가 간다 성격ㄹㅇ시원시원하구나
-
커리가 방대하다지만 딱히 풀커리 탈 이유도 없고 독서나 문학이나 과하지도 얕지도...
-
과외 질문 10
안녕하세요 혹시 의대 가기 전 겨울 방학 때 과외하면 시급 얼마 받으시나요 현역으로...
-
.
-
대성학력개벌연구소 검토조교 신청하신 분들 합격 문자 왔나요????
-
아이 성적은 국숭세단 이나 성신 정도 인 것 같습니다. 컨설팅 예약은 했지만...
-
CPA목표로 하고있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이유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어떻게 생각함? 영단어를 모두 안다는 가정 하에 해석이 안되는 문장은 지금까지...
-
의대 안 쓰게 하려고 심리전 하는 거 아님? 그리고 수시 발표가 났는데 어케 정시 모집정지를 함
-
[단독] ‘계엄 성지’ 별명 롯데리아, 주문 폭주하고 ‘계엄버거’ 패러디도 3
‘12·3 비상계엄’ 직전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계엄 직전 햄버거 프랜차이즈...
-
현역 재수 약대의 벽은 너무 높구나……보내줘ㅓㅓㅓㅜ 재수는 그냥 지방러라 돈없어서...
-
외대식 진학사로 649.53인데 어느정도 발뻗잠할 수 있을까요? 하...
-
간거면 개떡상한거임?
-
공감영단어 이거 너무 히트인데 공감영단어로 단어 충분함?
-
도는이유가 대체뭐임?
-
예전에 설대 중높공 가놓고 인생 한탄하던 오르비언 한명 있었는데 3
말은 안했지만 솔직히 지건 존나마려웠음 성별은 XX였고 지금은 탈릅하심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06.gif)
!!언어학으로 임나일본부 격파 가능
호무드는 고대한국어로 팔문트라고 전해라~~
이게 뭐시여어ㅓㅇ
언어학 수업이라도 들어봐야 하나
알렉산더 보빈 맛좀 볼래요?
보빈 선생님 존함은 부여사 쪽 찾아보다가 들어봤던
제가 바다님 홍보해드렸어요
![](https://s3.orbi.kr/data/emoticons/dangi_animated/009.gif)
워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