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미국에서는 심각하고 중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 부가 점점 더 소수의 갑부 미국인들에게 편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다룬 두꺼운 책도 많이 나와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른 토머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같은 책이다. (이 책은 무려 696쪽에 무게는 1킬로그램이 좀 넘는다.) 이번 대선 주요 후보들의 선거운동 관련 자료를 찾아봐도 될 것이다. 미국에서 무엇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끊임없이 떠들고 있으니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공약은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버니 샌더스는 소득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벌어진 현실을 토대로 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누가 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런 현상을 바꾸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갖가지 토론과 논쟁, 정치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아래에 소개하는 만화는 미국에서 부가 어떻게 분배되고 있으며,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
아래 만화에 나오는 100명이 미국의 각 가정을 대표한다고 가정하자.
가장 가난한 20%는 빨간 셔츠를 입고 있다. 그 다음으로 가난한 20%는 오렌지색 셔츠다. 이런 식으로 20%씩 나뉘어 있다.
가장 부자층 20% / 두 번째 부자층 20% / 중간층 20% / 두 번째 가난한 층 20% / 가장 가난한 층 20%
그리고 아래에 보이는 1달러 지폐 100장이 미국 전체의 소득을 대표한다고 가정하자.
1967년에는 이 100달러가 다음과 같이 분배되었다.
(역주 : $43.60 은 52,000원 정도, $4.00 은 4,800원 정도)
이후 약 15년 동안은 소득 분배가 거의 이대로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1981년, 즉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이 되기 전,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기 시작했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기 시작했다.
1989년 레이건이 퇴임할 즈음에는 이 100달러가 다음과 같이 분배되었다.
가장 부자층을 제외한 모든 미국인이 이전보다 돈을 덜 가지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역주 : $46.80 은 56,000원 정도, $3.80 은 4,500원 정도)
가장 부자층 20% (돈이 더 많아졌다고? 고맙지!)
두 번째 부자층 20%
중간층 20% (이거 진짜야? 더 적어졌어?!)
두 번째 가난한 층 20%
가장 가난한 층 20%
그리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었다.
그럼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6년째에는 어떤 형국이 되었는지 살펴보자.
(역주 : $51.20은 61,000원 정도, $3.10은 3,700원 정도에 해당)
가장 부자층 20%
두 번째 부자층 20%
중간층 20% (왜 저것들이 돈을 더 많이 가져가는 거야?)
두 번째 가난한 층 20%
가장 가난한 층 20%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요약하자면, 1970년대 후반부터 소득 불평등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소득 불평등이 왜 나쁜 것인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이 수많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소득 불평등은 미국인 모두가 미국의 경제적 부를 나누어 가지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 소득 불평등은 사회적 유동성, 즉 직업이나 계층 등의 이동을 막는다는 이유도 있다. 지금 미국의 사회적 유동성은 한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안 좋은 상황일 수도 있다.
사회적 유동성을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비유는 사다리이다. 사다리의 가로대 간격이 넓어질수록 사다리를 오르기는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금의 상황을 확실히 이해하려면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1930년대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자, 1930년대에 도착했다. 이 시기 미국은 노동조합이 강해지고, 연방 최저 임금이 도입되며, 사회보장제도와 실업 보험이 확립되고, 부자와 기업에 매기는 세금은 올라갔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 현상을 “대압착시대”라고 부른다. 이런 정책으로 미국 사회의 동등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근 40년 동안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194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가장 갑부인 1퍼센트가 미국의 전체 부를 점유하는 비율은 훨씬 적었다.
1913년 이래 최상위 1퍼센트가 미국 전체 소득에서 점유하는 비율
이런 현상은 197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지만, 그 이후는 여러분이 보시는 그대로다. 이 현상을 경제학자들은 “대분기”라고 부른다. 소득 불평등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그럼, 이 현상은 왜 생겼을까?
부유한 사람들이 투자와 사업소득을 통해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모든 미국인은 여전히 봉급과 급여로 돈을 벌었다. 심지어 1996년에서 2006년 사이에는 더욱 극심한 변화가 일어났다.
부유한 미국인이 다른 모든 미국인과 비교할 때 돈을 버는 방법
위에서부터 아래 순서대로, 최상위 1% 부자, 상위 20% 부자, 나머지 80%
초록색은 급여소득, 핑크색은 투자/사업소득
하지만 1970년대부터 미국은 투자소득에 매기는 세금을 크게 낮추었다.
미국이 투자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70년대 후반으로, 세율이 약 40%였다. 이후부터는 세율이 훨씬 낮아졌다. 실제로 2013년까지 투자소득에 부과하는 세율은 많아야 15%였다. 지금은 약 25%이다.
독자 여러분이 1인 가정이고 급여가 연 4,500만원이라면, 세금이 25%가 붙는다. 급여가 올라갈수록 세율도 높아진다.
1978년 이래 자본이익에 대한 최고 세율
부자들은 투자를 통해 점점 더 많은 돈을 벌었으므로, 투자에 세금이 덜 부과되자 이들은 더욱 부자가 되었다.
아래 도표는 실질 세율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과세 제도는 진보적인 편에 속하지만, 최근 몇 십년 동안 미국의 세율은 사상 최저에 속한다. 세율이 낮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세금을 덜 걷고 있다는 의미이며, 납세자들에게 자원이 이전되는 비율이 낮다는 뜻이다.
대통령 집권 시기에 따른 세율의 실질 변동
Y축: 실질 세율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대로 : 카터 / 레이건 / 부시 / 클린턴 / 부시 / 오바마
파란색 음영은 민주당 정권, 분홍색 음영은 공화당 정권
각 선은 1978년 이래 부에 따라 나뉜 미국 가정의 평균 세율을 나타낸다.
최상위 부자 1%
상위 1~4% 부자
상위 5~9% 부자
상위 10~19%
상위 20~39%
상위 40~59%
상위 60~79%
최하위 20%
아래 도표는 같은 실질 세율 변동을 나타내지만 의회를 어느 당이 장악했느냐에 따른 차이를 보여준다.
백색 음영 : 양당 체제 / 파란색 음영 : 민주당 / 분홍색 음영 : 공화당
이것은 단순히 세금 정책 문제가 아니다. 경제 계층 사다리 맨 꼭대기에 자리한 사람들은 급여 또한 계속 많아졌다. 기업 CEO, 운동선수, 회사 경영 간부, 재무 전문가 등은 급여가 크게 올랐다.
즉, 지난 반 세기 동안 미국 내 소수의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소유하게 되었다.
반면 그 외의 다른 모두를 돕기 위한 정책은 악화되었다.
연방 최저 임금은 낮아지고만 있다.
최저 임금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조정되면서 시간당 약 3,600원으로 낮아졌다.
(인플레이션 보정한 값)
또한 노동조합은 크게 위축되었다.
1983년에는 급여를 받는 근로자 20.1%가 노조에 가입했다.
2015년 현재 이 비율은 11.1%로 추락했다.
한편, 기술이 발전하고 제조업이 감소함에 따라 미래에는 교육이 더욱 중요한 소득 결정인자가 되리라는 주장도 있다.
이 말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학력이 낮을수록 근로자로서 가치가 줄어든다는 의미도 된다.
다음 도표는 대졸 또는 그 미만의 학력 소유자는 급여가 오르지 않거나 낮아지는 반면, 석사 및 박사 학위 소지자는 대체로 급여가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63년 이래 교육 수준에 따른 급여 중앙값의 변동
(역주: $120,000은 약 1억 4천만원, $20,000은 약 2,380만원)
박사 학위 소지
석사 학위 소지
학사 학위 소지
고졸 또는 그에 준하는 학력
하지만 이 모든 현상에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득 불평등은 근거 없는 믿음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지 않았으니 다 괜찮다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차이가 과장되게 나타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정부는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모두가 평등하게 추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정부는 단지 평등하게 보호만 해주고 다른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평등 자체가 끔찍한 일인데도 말이다.
개입하는 건 내가 할 일이 아냐! 됐지? 준비하시고, 출발!
모든 정치가들이 대놓고 소득 불평등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버니 샌더스만큼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해야 할까. 정치가들은 그보다는 중간 계층 되살리기, 교육 개혁, 사회안전망, 세금 정책을 들먹이고 있다.
그렇다면 2016년 대권 후보들은 부의 불평등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부의 불평등을 대놓고 거론하는 샌더스는 13가지 공약을 내놓았다. 샌더스가 제시하는 과세 정책은 현대의 대선 후보 중에서는 가장 진보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샌더스는 주로 저소득층 및 중간 소득 가정을 돕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늘리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간 계층의 급여 증가를 주장하는 힐러리 클린턴은 8가지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클린턴의 과세 정책은 오바마 대통령과 별 차이가 없지만 일부 공약에서 교육이나 직업에 의한 부의 불평등을 다루고 있다.
요약하자면, 트럼프의 공약은 거의 틀림없이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말이 “대압착시대”에 시행했던 방식대로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강력한 중간 계층을 회복시키겠다는 의미라면, 트럼프는 로드맵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이런 현상이 쭉 이어져 온 거라면, 조금 더 뒤로 미뤄놔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한 마디로 다음 세대가 살아갈 미국에서는 사다리의 가로대 간격이 훨씬 더 벌어진다는 의미이다.
사실 소득 불평등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위기라 할수 있죠. 부자가 아무리 많은 수입을 거둬들이고 그로인해 국가 GDP가 상승한다 한들 그 국가의 경제를 유지해줄 소비층(중산층, 그리고 그 이하)이 몰락하게 된다면 결국 그 나라의 (혹은 세계의) 경제는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하이에크의 말을 빌리자면 결국 우리는 모두 죽게되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의 경우 대공황, 스테그플레이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때마다 소득격차가 역대 최고조를 달릴때였습니다.
대한민국네서 손꼽히는 경제학 석학이신 장하성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자본생산력을 노동생산력이 따라잡지 못할때 자본주의는 이기적이게 된다."
소득 불평등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해결되어야 할 문지가 아니라 모든 계층을 위해서 협의하여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잘 읽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입니다만, 우리나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없길 바랍니다. 글에서 다루고 있는 것과 같이 미국에서의 경제적 불평등은 재산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비중이 높습니다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득 불평등, 즉 '버는 것 ' 자체의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경제적 불평등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잘 다루고 있는 책이 장하성 교수의 입니다. 일독을 권하며, 짧은 요약을 덧붙입니다.
경제적 불평등은 가진 것의 차이와 버는 것의 차이로 구분한다. 가진 것의 격차는 재산 불평등이고, 버는 것의 격차는 소득 불평등이다. 기존의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이 두 가지 불평등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거나, 혼재되어 있으며, 일반 사람들의 관심은 대부분이 가진 것의 격차, 즉 재산 불평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 그러나 한국은 재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주요한 원인이 아직은 아니다. 한국에서 불평등한 상황으로 인하여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 것은 재산 불평등보다는 버는 것의 격차, 즉 소득 불평등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 다시 말하면 재산이 소득을 만들어서 재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만드는 원인이 될 때 빈부의 격차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재산격차가 아니라 임금격차가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불평등에 대한 원인 규명과 대안 마련을 위해서는 관심의 초점을 재산보다는 소득에 맞추어야 한다.
- 24 ~ 25p
...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이유는 고용 불평등과 기업 간 불균형이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는 절대 원인인 것이다.
- 26p
모든 계층에서 노동소득이 전체 소득의 90% 이상 차지, 평균적 가계에 경우 재산소득은 가계소득의 1%도 되지 않음. 소득 상위 10% 고소득층의 경우도 재산이 만들어내는 소득은 5%가 되지 않음.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함.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노동법이 정한 2년이 지나도 열 명 중 두 명에 불과함. 비정규직의 개념은 1990년대 초반까지 통계 조차 존재하지 않으나, 외환 위기 이후 낮은 임금과 임의 해고의 수단으로 기업에서 악용하며 등장함. 이러한 비정규직은 정부 통계로 노동자 세 명 중 한 명, 노동계 통계로 두 명 중 한 명임.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임. 1980년대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97% 수준이고, 그 노동자 수는 53%였으나, 2014년에는 전체 노동자의 81%가 중소기업 노동자임. 이에 따라 소득 불평등이 가속적으로 악화됨.
모든 기업의 매출액 중에서 한국의 약 50만 개의 기업 중 100대 재벌그룹의 매출액은 29%, 중소기업은 35%임. 하지만 재벌 100대 기업의 노동자 수는 4%에 불과하며 중소기업은 72%에 이름. 재벌 100대 기업의 순이익은 한국 모든 기업의 60%를 차지하나, 중소기업은 35%에 불과함. 하청 구조의 정점에 있는 초대기업이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며 이익을 독차지 하기 때문에 절대다수의 고용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정상적인 임금을 지급하지 못함.
- 26 ~ 28p
... 다시 강조하자면 한국에서 불평등의 원인은 궁극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고용 불평등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의 불균형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불평등에 관한 적지 않은 논의들은 이자나 배당과 같이 자본이 소득을 만들어내는 재산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2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