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잉잉 [692613] · MS 2016 · 쪽지

2016-12-07 04:45:16
조회수 3,590

새벽의 뻘글 (오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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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온다. 하루종일 별별일이 다 있었고

이제 아침이면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심란하다. 분명 9개월 동안 부단히 노력했는데..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건 객관적으로 봤을때에도 그러하다.

분명 정시로 이어진다면 난 만족하지 못하는 대학교에 갈 것이다...


여기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왜 이렇게까지 애써서 대학에 가려하는가..


대학을 졸업하면 반드시 인생에 성공가도가 열리는 건가.

아니다.

명문대를 졸업해도 노는 사람은 많다.

그렇다면 인맥? 어쩌면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어떻게든 이어지는 거라 생각한다.

관계형성의 방법은 셀 수 없을만큼 무궁하다.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 맞다.

연애도 하고싶고 과팅, OT, MT 등등..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위해 몇 백의 돈을, 아니 준비과정까지 다 합친다면 수억까지도 가능한 돈을 바친다?

그건 말도 안된다.


대학에 간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점을 성공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성공할 수 만 있다면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하나의 답안만이 머릿속에 멤돈다. 

인정.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 어쩌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 인정을 받고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다. 사회적 동물로써의 본능.

성공하더라도 학력이 낮으면 무시받는다.

이 또한 인정의 범주.

분명 같은 수준의 성공한 사람이라도 학력에 따라 인식이 바뀐다.


대학은 인정을 받기위해 간다..는건 예외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정말 공부하기 위해 - 이 또한 원래 나의 욕망 - 대학에 가고싶어할 수도 있으니.


그런데 현실은 조금 차갑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수단. 거쳐가는 필수 코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전공의 선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전략의 일부일 뿐.

좋은 대학을 다니면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저 사람은 성실한 사람. 인재. 엘리트.

분명 구인활동중에 메리트가 존재할 것이다. 저 사람은 성실한 사람. 인재. 엘리트..

인정은 자기 만족으로 이어지고, 외적으로는 출세의 발판이 된다.


그런데

하고싶은 공부보다 가고싶은 학교가 우선시 되는 이 모습. 과연 바람직한가? 라고 질문하고싶다.

하고싶지 않은 공부를 하면서 주위에 인정을 받는다.는게 과연 행복할까?

정작 자신이 하고싶은 일은 전혀 다른 방향인데도.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대학에 왜 가고싶은가.

인정때문이다.

&&'나는 학업적으로도 이만큼 이뤘다. 그러니 이제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할 것이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할것이다. 하려던 일을 할 것이고, 간섭받고싶지 않다. 나의 노력을 인정해 달라.&&'


물론 대학을 가면 그 모습 역시 다를 것이다.

과제에 끌려다니다시피 살고. 시험에 또 다시 목을 메고.


하지만 적어도 원하는 이상이 있어야

나침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의 부모님을 본다.

2년. 누나까지 합치면 3년간 수험생의 뒷바라지를 하셨다.

분명 속 상하고 맘에 안드는 부분들이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애써 웃으시며 맛있는 것을 챙겨주시던..

나는 분명 불효자이다.

내가 나의 성공만을 바라며 이기심에 불 타 오를 때

그분들은 스스로를 이기심의 장작으로 던지셨다.

한치의 고민 없이...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다.

도대체 자식이 뭔데. 도대체 대학이 뭔데. 도대체 성공이, 그놈의 돈이 뭔데.

그리곤 마음을 다 잡는다. 그렇다면 열심히 해서 보답해 드리자.

아. 이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으려나.


분명 뻘글이고 아침이 되면 손발이 오그라들겠지만

답답하다.

도대체 왜 떨어지는지도 알려주지 않는 수시제도.

문이 너무나도 좁은 정시.

좁은 공간 안에 갇혀 한 발자국의 차이로 나락과 천국으로 갈리는 성적제.


한 치 앞도 볼 수 없이

속만 태우며 시간을 보네야하는

아무 것도 없는 재수생이기 때문에

불안감과 공포 설렘과 기대로

더더욱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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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라크립 · 699021 · 16/12/07 04:47 · MS 2016

    저두 삼반수 생각했었는데 그냥 올해로 마무리 지으려구요.. ㅋㅋ 2년연속 백분위 펑크나는 과목 선택했다는점이 정말 멘붕이긴 하지만 ㅠㅠ 어차피 수시전형 확대로 인해서 가면 갈 수록 정시로는 대학가기 힘들 것 같고.. 나이도 있고 힘드네여 ㅋㅋㅋ

    힘내세요.. 남일 같지 않네요..

  • 규칙적인생활 · 584466 · 16/12/07 04:48 · MS 2015

    뭔가 요즘 재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계시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메롱메론멜론 · 705877 · 16/12/07 04:51 · MS 2016

    사람들 생각이 다 똑같나봐요

  • CzuGsmFwZWix2N · 693542 · 16/12/07 04:57 · MS 2016

    글게여 인정이젤 큰부분인것같아요 주위 기대감이랑...정작 난괜찮은데ㅜㅜ

  • asdfgghqwerty · 704842 · 16/12/07 05:44 · MS 2016

    인정받고싶은 욕구에서 벗어날수있는건 스님밖에 없을거에요.. 그래도 거기에 구속되기보다는 자기자신에대한 인정과 신뢰가 우선시되야 실패에대한 회복이 빨라지는것같습니다. 저도 남들의 인정을 제일의가치로 여겼는데 너무 불행하더라구요. 평균이상인데도 , 최고가 아닌것에 자책했으니까요.. 너무 공감이 되어 슬프네요 힘내시길

  • 크림치즈 · 599434 · 16/12/07 16:58 · MS 2015

    맞아요 오히려 전 최선을다해서 미련이없는데말이죠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위로를 해주는게 싫은건 제가 이기적인건가요.. 전 제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싶은데 ..여기까지언것만으로도 수고했다고.진짜 대단하다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