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 [503530] · MS 2014 · 쪽지

2016-06-28 17:54:19
조회수 23,413

[유정우] 반전합격.Ssul (스압주의)

게시글 주소: https://mission.orbi.kr/0008665251

안녕하세요!

6평치고 공부 열심히 했는데도 

생각보다 점수가 잘 안 나왔거나


나름 공부도 열심히 했고 

6평도 그럭저럭 쳤는데

계속 불안하고 성적이 오를까? 

걱정되고


이 길이 맞는 길일까?

내가 공부를 하는 게 맞는 걸까?


이런 걱정? 하는 수험생분들을 위해

내가 겪었던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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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래 전 제가 직접 경험한) 반전합격자 한명을 소개하겠음




내가 사법시험을 했다는 건 여러 번 밝혔었음









대학을 마치고

쟁쟁한 공부벌레들만 모이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장장 10년 넘게 공부했어.(1차 3/4, 2차 0/6)



지금은 전설이 된

신림동 고시촌의

그 쟁쟁함을 실감한 건, 




서점 사장님이 고법.

자주 가는 복사집 사장님이 외대.

길거리 다니는 허름한 슬리퍼 아무나 붙잡고 말 걸면

S.K.Y. 중에 하나일 확률이 70%가 넘을 거라는 말들

이었음.





그 고시촌에서 겪은 무수한 경험들 

언젠가 인강에서든, 현강에서든 기회가 되면

풀어놓을 거임.






여튼, 

그곳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일부는

합격해서 나가고 


일부는 

하다하다 안 되서 나가기도 하고 


그랬음.

또 일부는 

복사집으로

서점으로 정착하기도 하고.. ㅎㅎ;(ㅈㅅ;;)






그 중에


한명을 소개하려 함..



때는 바야흐로


21세기하고도


2002년 월드콘이 다 녹아버리고도 한참이 지난 시기...


그때 내가 공부하던 신림동 고시촌 독서실에선 

스터디룸을 무상 대여해줬음.


가난한 고시생들은 

삐까뻔쩍 블링블링 스벅 이런데 아니고, 

이런 우중충 룸에서 스터디를 했음.


나도

우연찮게 아는 형님(설법 장수생)과 함께 스터디를 모집했지.
(혼자 공부하는 건 너무 외롭다 ㄹㅇ)


나태해지는 것도 막고

정보도 교환할 겸

우리 둘 포함 총 8명을 모집해서 ‘빡세게 돌리자!’




그렇게 모집해서 모인 면면이


이대법대 세 분, 설법 세분(그 형 포함), 그리고 나!




여튼 



그리고 나머지 한분은?


여차저차 연락이 돼서

만나러 갔음.


딱 보니


고시생같지 않은 세련된 옷차림..

슬리퍼와 추리닝을 넘어 

청바지와 티도 아닌 

뭔가 도회적인 

어ㄹ-베인하고, 에스떽띡하며, 아ㄹ티스틱한 느낌의...











음..











뭐지? 




고시생 맞나?








그래도 소개를 해야 하니..



우리가이러저러해서저러이러한스터디를할건데..
시간은엄수해야하고늦으면지각1분당벌금이고.. 
미주알고주알맹자왈공자왈...


하다가..



물어봤지.











‘학교 어디세여?’











“이대 나왔구요.” 



















‘전공은요?’











“미대예요!”











?











.......











미대라구요??











아니 잠만, 


이대에는 미학과가 없는데?


레알 미대라구요?


“네^^”











뜨허? 
미학과 아니고 미대?



‘이번에 처음 붙었나요? 1차?’

(2차 스터디였음. 그 분이 1차를 합격했다는 사실도 매우 충격이었음. 법대를 나와도 1차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은데, 미술전공자가 사법시험 1차를?)




“네!”




허허...


‘여기 모두 다 실력좋은 분들인데.. 자신있어요?’




“네!!”




“내년에 붙을 거예요!!!”




ㅎㅎ;;




여튼 


나는 

그 패기만만한 태도에 반해서

그리고 성비의 균형을 맞춰야 하니..(흡흡)

참여시켰음.



.
.
.
.
.
.



다들


의아해하는 분위기

나름 고퀄 스터디인데, 미대생이라니... 


음..


같이 모집하자던 설법형님은..


으음....허허......




나름 프라이드가 강했던

E대법대

여학우들은


1. 네~ 오빠가 장이니까 알아서 잘 뽑았겠죠.. --.
2. 정우씨가 뽑았으니까 일단 가야죠 뭐 --..
3. 언니들이 하자는데...하죠 모 --...




;;;;




여튼, 


그렇게 모여서


스터디를 시작했음.


각자 맡은 분야

발제하고 모범답안지 써보고

교환해서 첨삭해주고..

그렇게 하는 걸로..






대망의 스터디 첫날

8명이 차면 그 안의 산소분자 몰수보다 더 많을 것 같은

좁디좁은 스터디룸에 

모였지.







째깍째깍...




시간은 가고


하나 둘 자리에 착석!




째깍째깍...






형님, 나, 그리고 이대 3인방.. 설법 1.. 


착석!




째깍째깍...

설법2가 7번째로

정확하게 1분 전에 도착함.

(8개월 넘은 스터디하는 내내, 이놈은 자기 고시방에서부터 이동거리까지 계산하는지, 항상 1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설법의 위엄을 시간엄수에서 보여 준 분. 징한 놈... 그 우수한 두뇌로도 끝내 사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금은 모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죠. 아무튼 이 분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로봇같은 놈이었음.)




아직 안 온 

마지막 한명..



네..





그분입니다.




이대법대 3인방은 눈을 또릿하게 뜨며 기다리고 있고

표독스럽기까지 한.(무서워요ㅠ 잘못했어.. 내가 죽일 놈이야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정시에서 2분 정도 지나자..



형님이

자 시작하죠?

하는 순간..





























다다다닫다다닫다다다닫다다...









??????
















확!!!






















“하아...하아...하아....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분이 들어옵니다.


;;;;

지각이구나..ㅠㅠ

첫날부터..

난 어쩌라고...



그런데?





응?







이 냄새는????



.......




아주 강한 냄새..






발 냄새?

아니구요.



방구냄새?

설마요.








향수냄새입니다.







가뜩이나 밀폐된 공간에 향수까지 잔뜩 뿌리고 

지각을 한 

미대생이라니..







원래부터 향수를 좋아한 건진 몰라도..ㅎㅎ
너무한 거 아니냐고 ㅠㅠ


그렇게

팀원들의 코는 

굳게 닫히고

매가 된 눈들은 

나에게로...








그날 스터디는 정상적으로 진행했지만

난 한마디도 못했음.







그렇게 시작된 스터디,


시간이 지나면서


그래도 이해해주고

- 이 때 멤버들이 참 착하고 배려심이 많았음. 다들 잘 지내고 있는지 그립다...




그렇게

스터디를 계속했음.



(너무 길어졌나? 그래도 계속 간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응?



우리들 눈엔




이분이..







아무것도 모른 채로 1차를 합격한 것 같다는 거.

(사법시험은 1차는 객관식이고 2차는 논술이야. 1차와 2차 과목이 3과목(헌민형)이 겹치지만 사실상 전혀 다른 시험이지. 물어보고 답하는 방식이 많이 달랐음.)






당시 나는 4번째 2차였고

멤버 대부분 3-4번째 2차를 보는

큰 형님은 12번째 2차를 보시는... 

(신림동 최장고수였지. 게다가 설법에 석사... 
오르비 느낌이라면 아이민 십단위에 센츄달고 에피 얹고, 오르비 본사에서 명예관리자를 제안할 정도?)



아직 연수원의 부름을 못 받았을 뿐이지

웬만한 실체적 법률상담은 모두 가능한

중수 고수 초고수들이었는데..




이 분은 

이번이 두 번째(사실상 처음) 보는 2차인데다가

(사시는 처음 1차를 붙으면(4월 발표) 다음 2차(6월 말)까지 시간이 촉박해서 이건 그냥 경험상 보는 거야. 이걸 붙으면 생동차라고 하는 데 몇몇 괴물만이 합격하지. 1차를 붙으면 다음해 1차는 면제되고 6월까지 1년 정도의 2차를 공부할 시간이 있어.)




스터디를 할 때 말하는 걸 보면


이분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거야.




마치 강사스터디로 치면

우리가 오늘 빈칸추론의 평가원 코드에 대해 토론하자고 모였는데,



“멀쩡한 지문에 빈칸은 왜 뚫죠?”


“평가원은 어디에 있는 중국집인가요?”







느낌?

ㅎㅎ;;;;;






그래도 서로 배려하고 참아가며



8개월을 동고동락했지.




그런데, 


이분이랑 같이 스터디를 하면, 말이지.




그 ‘극초보’와 그 ‘아무생각없음’의 끝에서




몇 가지




장점이



보이더라구.



일단은 글씨를 디게 빨리, 그리고 잘, 아주 잘 쓴다.


미대생이라 그런가? 


ㄹㅇ오짐.



필기도구의 화려함은 물론이고, 


그 다루는 솜씨가 


30년 사시미 외길 쉐프의 칼솜씨 저리가라.
필기도구의 각도를 조절하며 읽는 자의 시각을 자극하는 글씨체하며 
형형색색 깔끔하게 정리한 서브노트하며,, 


그림이나 그리지.. 왜 저 고생이여..
저 팔 나나 주지.. ㅎㅎ;;


그리고 시험장에서 가장 중요한 스피드! 
난 태생이 악필러라 조금만 써도 손이, 팔이 아픈데, 
이 친구는 슥삭슥삭.. 
무슨 김장할 때 무채 써는 엄마처럼 
답안지를 
뚝~뚝... 좍좍좍좍.. 좍좍좍좍.. 
채 썰어버린다는 거지.




또 하나, 



지치지 않는다.


항상 


다다다다다다다.. 
달려오고



다다다다다다..
밥먹으러 간다.




이 세상에서


자기 혼자만 
바뻐ㅎㅎㅎㅎㅎ;;





처음 보는 사람은 요란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부족한 자신을 보충하는 그 사람만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나 같으면 창피해서 못 물어볼 질문도 계속 하는 거야.

그리고, 

가르쳐 주는 그대로 

흡수도 잘하더라고.. 




또, 

질문을 해소해도

그 생각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다시 질문을 하는 끈질김까지






여튼..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들 2차 시험을 보고..(6월말)



또 다시 발표까지 3개월을 기다려..




드디어 

대망의 2차시험 발표일이 왔지..







두둥~





공부는 같이 했지만

발표는 

각자 

집에서 ㅎㅎ;




법률신문이라는



사이트에 명단이 뜨고,


제일 먼저 

내 이름을 확인하니!


.....



없어...?





하하...




한동안의 충격을...읍...(일단 내 얘기는 생략하고)
지나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됐나?



보니..


우리 그 형... 


아... 




없습니다...



12번째도 떨어지십니다...ㅠ



난 떨어져도 

이형만은 붙기를 바랐는데...







형에 대한 애처로움을 뒤로 하고


정신을 차려 


다른 멤버들을 보니



일단, 



나 포함 7명 중에 


2명이 붙었네..


축하한다.. X놈들아.. 



나중에 연수원가서 카드 받으면 고기나 사라.. 
자식들.. ㅎㅎ; 



그리고, 



마지막 한분...


그 분...



다다다다다다다.......
그 분.. 




성이 뭐였드라?



어.. 
아! 기억남.


가나다라마바..

응 


여기..


이름으로


응?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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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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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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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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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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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봐도

OOO

맞음.





동명이인인가? 



아님..

(앞 번호 03과 01을 통해 홀수응시인지 짝수응시인지를 알 수 있고
동명이인은 전년도에 없었으므로....)



ㅎ?















붙었네?


붙는다더니
기어이 붙었네?

ㅎㅎㅎㅎㅎ







그 쟁쟁한 스터디에서

3명이 붙었는데

(한 스터디에서 두 명 나오면 괜찮을 정도로 사법시험 2차는 막강의 경쟁률과 치열함을 자랑합니다.)



그 중 한명이

설법도 아니고(한명 합격)

나도 아니고,

이대법대(한명 합격)도 아니라고? 




허허...



헣...



......


문득

그 때, 


깨달았지.




아..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구나.





그전에 뭘 했든,

내가 어떤 학교든,




그런 게 아니구나..



그리고 회상을 해보니..

처음에 무모한 것처럼 보였던 

그 패기가

안정이 되어

점점 발전했던 이분의 장점들이 떠올랐지.



솔직히 나 공부하기도 바쁜데

남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어떻게 조사하랴마는

겉에서 보기게

그녀가 변해갔던 모습이 하나 둘씩 생각나더라구.










우선은, 노력(노오오오력 말고 노력!)

그 힘들다는 2차 전 과목 서브노트를 끝까지 해냈다는 것!

사법시험 2차는 과목이 많고 책도 많아서
(7과목, 과목당 1권이 아니라 두 세권이야. 민법만 해도 기본서만 민법총칙, 물권법, 채권총론, 채권각론, 가족법: 친족법과 상속법으로 나뉘지. 거기에 판례집에 케이스문제집에 요약서까지...) 

단권화를 하거나 서브노트를 하지. 

그래도 보통은 힘들어서 유명교재에 포스트잇 덕지덕지 붙여 단권화를 하는데 
이분은 화려한 글씨체로 서브노트를 모두 다 해낸 거야.




또, 

순수공부시간이 많았던 것 같음.

요즘 공부 잘되는지 물어보면 매번 ‘평균 12시간정도 한다.’를 늘 외쳤지.

누가 ‘매일’ 12시간을 해? ㅎㅎ

다들 어이없었지만 ]
지나고 나니까
진짜 그렇게 매일 열심히 했던 것이 아닌지 소름 돋았어.





그리고 현명했음.


과목별로 잘하는 사람에게 그 과목에 대한 질문을 했어.

민법은 이 오빠가, 형법은 저 친구가, 민소법은 저 언니가.. 

자기가 보기에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분이라면 항상 질문하고 의문을 해소했어.

자부심이 강한 우리들은 내 실력만을 믿고 질문하지 않았지만 이 분은 달랐지.




또, 

아싸였다.



말 그대로 혼자 자알~ 다니더라구.

혼밥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고시식당에서 가끔 보면 혼밥하는 분들이 있는데 여자분들은 잘 안 그러거든.. 신림동이란 데가 좁디좁은 곳이라 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그래서 더더욱 이목도 있고 지인도 많으니 혼밥은 잘 안하죠.)

여자인데도 외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걸 견뎌내더라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

난 할 거야~가 아니라 
‘난 할 수 있다!’

‘과정의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는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그 어려움을 돌파하여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 것들이 그 분을 

내 인생 최대의 반전 합격자로 만들어버린 것 같아.



이 분.. 지금 뭐하는지 몰라.

법조삼륜(판사, 변호사, 검사) 중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공판정을 

또는 검찰청을

아니면 변호사사무실을



다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다-



하겠지.


ㅎㅎ;



관심없어.



그래도 

미대생으로서

당대

대한민국 최고시험에 

당당히 최종합격할 수 있는 

충분한 노력과 실력이 있었다고 인정해.





공부란, 


특별히 소질이 필요하지 않을지 몰라요.

설사 소질이 중요하다 해도

그걸 직접 해보기 전엔 

나에게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이 분을 생각하며

나도 소질이 있는지 

아직은 

모르는 일에 

열정을 다하고자 합니다.(뜬금포ㅋㅋㅋ)






아직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여러분은 

더 막막할 거라 생각해.


앞서간 사람들은 안 그랬을까?


막막하지만


그냥 가는 거야.


다들 그렇게 가는 거지 머.



투지와 열정을 기본으로

현명한 전략과 올바른 태도에

운이 더해지면


(원래부터 잘하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원래부터 잘하다가도 시험에서만 미끄러지는 사람이라도)

(그게 누구라도)




내 소질은 결국 공부였구나!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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