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537476] · MS 2014 · 쪽지

2016-06-25 02: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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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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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간질)을 앓는다. 발작을 일으킨다. 눈이 풀리고 사지가 경직되며 입에서는 '으으으..' 하는 작은 비명을 낸다. 침을 흘리며 눈은 흰자만 보일 정도로 뒤집힌다. 곧 침은 입 안에서 거품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고는 경직이 풀리고 기절한 사람처럼 눈을 감고는 축 늘어진다. 안정되었나 할 때쯤 발작은 다시 시작된다. 턱 근육이 경직되면서 혀를 깨물어 입에서 피가 나온다. 깨어나면 혀가 진짜 아플 거다. 잘리진 않겠지.
 그렇게 최소 3번 난동을 피우고는 늘어져 잠을 잔다. 4시간 뒤, 간신히 눈을 뜬다. 형광등이 너무 밝아서 눈 뜨기가 쉽지가 않다. 나에겐 아무런 기억이 없다. 대신 혀는 미친 듯이 아프고 온 몸의 근육은 미친 듯이 쑤신다. 아버지는 걱정되는 눈짓과 손짓과 몸짓으로 내 볼을 어루만지신다. 깨어나자마자 나는 계속 구토를 한다. 8번. 9번. 그걸로는 모자르다. 몇시간 동안 끊임없이 속이 울렁거린다. 덕분에 식도염은 당연하다. 힘이 하나도 없다. 주먹조차 쥐어지지 않는다. 아차, 손가락이 맘대로 엉켜 굳어있구나. 억지로 손가락을 편다. 안간힘을 쓰지만 실패하고 주변 사람에게 손가락을 펴달라고 한다.
 하루가 지나면 멀쩡해진다. 온 근육은 여전히 쑤시고 속은 울렁거리고 혀는 검붉은 상처가 있으며 제대로 걷기도 힘들지만, 발작을 일으킨 날보다야 편하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만약 횡단보도 앞에서나 스크린도어가 없는 지하철에서 발작이 일어났다면....'
 죽었겠지.
 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고 사는 거다. 나뿐만은 아니다. 사실 모두가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유독 나만 이렇게 가깝게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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