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흐 [631480] · MS 2015 · 쪽지

2016-02-02 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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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고 졸업생 입장에서 입시에 대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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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서울과고를 졸업하고 수시로 대입을 치룬 학생입니다.

여러 일반고 분들과 저희 과고생들이 의견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은데, 과고생 입장에서 입시에 대한 생각을 몇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1. 수시를 정시보다 선호한다.

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수시 제도를 정시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시 제도를 통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 전형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이 과에 입학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내 적성이 이 과와 맞는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저같은 경우에는 제 과에서 어떤 수업을 하는지 찾아보고 미래 진로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보며 많은 고민 끝에 자소서를 작성했습니다.

자소서가 평가의 주요 요소는 아니지만, 필수로 써야 하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자신이 진정 이 진로로 가고 싶은지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시 제도의 경우에는 오로지 수능 문제를 푸는 것만 공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자신의 점수대에 맞는 대학, 과로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입시를 점수화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치루기 때문에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기 힘든 것 같아요.

예컨데 화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수능 만점을 받으면, 과연 화학과로 진학할까요? 100중 95 정도는 의대로 진학하겠죠.

또한, 제가 보기에는 정시 체제가 매우 허술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점수를 그대로 쓰는 것도 아니고 표준점수화해서 사용하는데, 시험 난이도 자체가 너무 낮다 보니 난이도에 따라서 표준점수가 달라져서 쉬운 과목을 응시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죠.

거기다가 수능 성적표에서는 표준점수가 반올림되어 자연수로 표기되기 때문에 실제 점수가 반영되지 않죠. (실제 표준점수가 134.49점이면 134점이 되고 133.5점이어도 134점이 되죠) 이런 요소는 개개인의 실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순진히 운이라고 생각되네요.


2. 과고생의 의대 진학

사실 과고생들 중에 의대 진학하는 비율은 극히 적습니다. 서울과고, 경기과고, 대구과고, 한성과고, 세종과고 정도를 제외하고 생각하면 한 학교에서 한 두명 정도가 의대를 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앞에서 언급한 서울권 과고들과 영재고의 경우에는 의대 진학 비율이 어느정도 있긴 합니다. 제 모교인 서울과고는 130명의 학생 중에서 20명 정도가 의대로 진학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 기수의 경우에는 주로 특정한 과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내신 관리만 열심히 하던 친구들이나 경제적 안정감이나 사회적인 시선을 중요시 여기던 친구들이 고민 끝에 의대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에는 추천서가 필요한 전형의 경우 의대 추천서와 공대/자연대 추천서를 동시에 써주지 않는 방법으로 의대 진학을 억제했습니다. 예컨데 서울대 수리과학부와 연세대 의대를 동시에 학생부 전형으로 지원할 수 없는 것이죠. (소위 말하는 교차 지원)

그래서 의대를 쓴 학생들은 모조리 의대만 쓰거나 수능과 논술을 준비해서 서울대는 공대나 자연대를 쓰고, 연세대나 고려대 등의 의대를 논술 전형으로 지원했습니다.


3. 영재고생들의 대학 선호도

앞에서 130명 중 20명이 의대 진학을 한다고 했는데, 사실 이 수치도 의대 합격생 수에 비하면 훨씬 적은 것입니다.

영재고 내부에서 의대의 위치는 일반 수험생들이 생각하는 의대보다 훨씬 낮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애초에 수학이나 물리학을 좋아해서 올림피아드를 경험하고 많은 노력을 한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 해당하는 자연대로 진학합니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서 의대를 동시에 지원해 합격한 경우에도 서울대 자연대(수리과학부, 통계학과, 물리천문학부, 화학부 등)와 연세대 의대를 놓고 고민을 합니다.

그래서 대다수는 서울대 자연대를 택하고 1/3 정도는 연세대 의대를 택합니다.

또한, 서울 내 상위권 의대 혹은 대형 병원을 가진 의대를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내신을 가졌음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서울대 공대나 자연대로 진학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마음먹고 의대를 진학한다면 130명 전부가 의대로 갈 수있는 상황에서 110명은 공대/자연대로, 20명만이 의대로 진학하는 것입니다.

이 수치가 많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의대 진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의대를 제외하고 얘기하자면, 서울대와 kaist, 포항공대, 연세대, 고려대 정도를 볼 수 있겠네요.

연세대와 고려대는 글로벌융합공학과와 사이버국방학과 두 개의 특수한 학과만 인기가 있습니다. kaist를 포기하고 글융공이나 사국으로 가는 친구도 종종 있고요.

연대나 고대의 나머지 학과들은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보다 아래로 취급을 받습니다.

kaist와 포항공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선호도가 다르기도 하지만, 대체로 카이스트를 선호합니다.

그렇지만 kaist에서 서울과고 학생들을 많이 뽑아주지는 않기 때문에 서울대를 떨어진 일부 학생들 (5명남짓)만이 진학하더군요.

포항공대는 조금 더 입결이 낮아서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붙기에 내신이 좀 낮은 친구들이 많이 가더군요.

정리해보자면,

서울대 의대 > 서울대 자연대, 연세대 의대 (개인 취향) > 메이저 의대 > (개인 취향) = 서울대 공대 > kaist > (개인 취향) = 포항공대, 연대 글융공, 고대 사국 > 연고대 공대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뭔가 두서없이 글을 썼는데,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하실 말씀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답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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