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홍 [1355514]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4-12-14 23: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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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은_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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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린 보통의 연애를 시작함


물론 모든 게 처음인 나의 입장에선 모두 새롭고 설렜음

하늘 사진 정도가 전부이던 내 갤러리는 A의 사진으로 가득해졌고

교실에서 무료하게 떼우던 점심시간은 축구를 하는 A를 응원하러 나가거나 학교 정원에서 노래를 나눠 듣는 시간이 되었고

주말에는 시내에서 가벼운 데이트를 했음


난 A에게 손재주도 없지만 손뜨개 목도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설치곤 한 여름이 되어서야 완성해 줬지만 

그 애는 환히 웃으며 땀띠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하고 다니겠다며 무안해 하는 날 웃게 했고


A는 감기몸살에 심하게 걸려 학교가 끝나고도 교실에 엎드려 있는 나를 업고 집에 데려다 줬고


기념일은 챙기지 않기로 했는데도 빼빼로 데이에 다른 여자애가 A에게 빼빼로를 주려고 했다는 소식에 난 질투가 나서 

다이소에서 급히 베이킹 도구를 사서 뜬금 없는 수제 빼빼로를 선물하기도 했고


공부에 눌려 연락도 소홀하게 하고 데이트도 번번히 취소한 나를 10분이라도 보겠다고 

A는 밤 12시에 학원을 마치고 집 앞에 찾아오기도 했음


그렇게 소소하고 넘치게 행복한 시간만 있을 줄 알았는데

사귄지 3년 째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남


나는 고3, 그 애는 재수를 하는 중이었음

서로에게 힘든 시간이고 중요한 시기이기에 만남도 최소화 하고 연락으로만 근황을 주고 받는 시간이 길어졌음

왠지 모르게 불안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 애는 내 생일에 케이크를 사서 밤 늦게 찾아와줄 정도로 내게 다정했기에 

애써 우린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했음

인기가 많은, 평상시에도 나에겐 과분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 사람이었던 A를 자주 못 만나는 것

내 친구가 학원가에서 다른 여자와 밥을 먹는 걸 여러 차례 봤다는 말을 들어서 불안한 것 (물론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저 이간질이었음)

이 모든 걸 차치할 수 있을 정도로 난 A를 좋아했음


하지만 고3 9모가 끝난 그 날, 나름 커하를 찍어 신나게 A와 만나러 나간 집 앞 놀이터에서 일이 터지고야 말았음


그 애는 나와 달리 커로를 찍은 날이었고 기분이 좋지 않음에도 나를 만나러 온 거였음

그런데 난 그것도 모르고 나를 대하는 태도가 평소와 다른 그를 보며 얼마전 들은 그 쓸데 없는 소문들이 갑자기 신경 쓰이기 시작했음

지금 생각하면 기분도 좋은데 좋게 넘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나 혼자 괜찮다고 다독이며 덮어둔 불안들이 우수수 터져 나왔음

나의 두려움은 내 목소리를 더 키웠고 그의 인내심은 내 목소리에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음

어쩌면 치기 어리게도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듣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함


처음엔 나의 수많은 감정적인 질문에 차분히 대답해주려 노력하던 A는,

물론 평소라면 미숙하고 어리석은 나를 다독이며 끝까지 다정했을 그지만

그는 또 다른 큰 걱정과 불안을 안고 있었기에 나에게 그만하자고 소리쳤음


내뱉고 나자마자 미안하다고, 실수라고, 말이 헛나왔다고 말하며 불안한 눈으로 날 보는 A에게 

난 매몰차게 그러자고 말하고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갔음


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오타까지 남발하는 다급한 문자들


뜨거워 질 정도로 울려대는 폰을 던져둔 채 난 펑펑 울었음

나의 불안은 분노를 일으켰고 그의 그만하자는 말 뒤의 말들을 위선으로 취급하게 만들었음

내가 자겨워 진 거겠지,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 구나...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음

투정이고 치기이고 한심 그 자체였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난 주변의 말을 홀로 감당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만큼 현명하지 못했음


꼬박 하루를 울리던 폰도 서서히 잠잠해 졌고

그렇게 우린 헤어지게 되었음


만난 시간에 비해 허망한 이별이었지만, 오늘 이 글을 쓰며 돌아보니 A는 내 학창 시절을 꽉 채워준 고마운 사람이었음을 다시 느낌

지금은 좋은 대학 가서 군대 제대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지냈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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