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문법 이야기(특수형태소)
언제나 그렇지만 어떤 정의를 만들어도 그 정의에 딱 맞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형태소도 마찬가지다. 영어의 strawberry와 같은 단어는 어떻게 분석될까? straw는 ‘밀집'이란 뜻이 있지만 ‘-berry’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straw와 berry의 의미를 합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딸기'란 의미가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과일 이름에 -berry가 매우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학자들을 이를 형태소로 분류한다. cranberry 같은 경우도 cran과 berry의 의미가 합해져서 전체의 의미가 생긴 것이 아니다. uncouth와 unkempt의 *couth나 *kempt 같은 독립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lukewarm과 ruthless를 보면 warm과 less는 존재하지만 *luke와 *ruth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일반적인 형태소들과는 다른 경우다. 자립 형태소든 의존형태소든 그 배합이 자유스럽다. 자유스럽다는 것은 특정한 한두 형태소하고만 배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허용되는 범주 안에서 아무 형태소하고나 자유로이 배합할 수 있음을 말한다. 즉 명사 복수 형태소 ‘-s’는 동사에 붙을 수 없지만 가산명사라면 어떤 명사와도 붙을 수 있고, ‘-ed’는 불규칙이 아닌 이상 아무 동사와 결합할 수 있다. 자립 형태소도 마찬가지다. boys, boyish, boyhoood, boyfriend, unboyish처럼 여러 형태소와 결합할 수 있다. 그러나 berry, kempt, couth, luke와 같은 형태소들은 그렇지 않다. ‘unkempt’가 ‘단정하지 못한'이란 뜻이고 ‘un-’은 부정접두사임이 분명하니까 ‘kempt’가 ‘단정한, 깨끗한'을 의미하는 형태소라고 할 수 있을까? ‘warm’은 ‘따뜻한'이고 ‘lukewarm’은 미지근한(tepid)니까 ‘luke’는 ‘덜'이란 뜻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까? ‘lukecold(덜 찬)’, ‘lukehot(덜 뜨거운)’ 등의 말들이 영어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꼬집어 말할 수 없다. 이렇게 한 형태소하고만 결합해서 나타나는 형태소를 유일형태소(unique morpheme) 또는 크랜베리 형태소(cranberry morpheme)라고 한다.
국어학계에서는 불구형태소, 불완전 어근, 비자립적 어근 등으로 불리며 제한된 형태소와만 결합하고 품사가 명백하지 않은 어근을 이 범주에 넣는다. 보슬비의 보슬, 아름답다의 아름, 착하다의 착, 등이 있다. ‘보슬비'의 뜻이 ‘바람 없이 조용히 내리는 비'라면 왜 *보슬눈, *보슬안개 같은 말이 없을까? ‘착'이 ‘착함'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왜 ‘착'이 명사로 쓰이지 않을까?
바로 이것이 음운론과 형태론의 차이를 보여준다. 즉 음운론에 대한 화자의 지식 중 하나는 어느 음운이 자국어의 음운인가를 확실히 아는 것이라고 했는데, 형태소로 말하자면, 형태소의 경계가 어디 있고 형태소의 뜻이 무엇인가를 어느 때는 자국어의 화자도 분명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원래는 분명했던 어원(etymology)이 이제는 모호해진 경우와, 또 하나는 무더기로 오래 전에 들어온 외래어가 이젠 자국어화(nativisze)되었지만 그 어휘구조(즉 형태구조)에 대해 자국어적인 의식이 없다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이러한 예외 현상들은 언어가 변해오면서 새로운 형태소가 도입되거나 기존의 형태소가 사라지는 등의 이유로 인해 지금은 그러니까 공시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난다. 가령, ‘아름답다'의 ‘아름'은 유창돈(1971)이 지적한 바와 같이 ‘*알-(선하다, 좋다)’라는 용언에서 파생된 명사 ‘아ᄅᆞᆷ’으로 이 ‘아ᄅᆞᆷ’과 형용 파생 접미사 ‘-답-’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말로 보는 게 적절하다. 참고로 '아리땁다'의 '아리'도 같은 뿌리에서 왔다.
프랑스어(궁극적으로 라틴어)에서 들어온 영어 어휘들은 자국어화된 단어들의 형태소 분석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맨 왼쪽 종렬의 접두사들이 맨 위 행렬의 어간처럼 보이는 형태소와 배합해서 산출된 단어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의 접두사와 어간은 un-happy, un-cover의 경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Un-은 접두사이고 happy, cover 등은 의미가 뚜렷한 자립형태소인 반면, -mit, -fer, -sume, -ceive, -duce 등은 자립형태소가 아니며, 그 뜻도 언중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duce가 라틴어 dūcēre ‘인도하다'에서 온 어근으로 위에 든 단어들뿐만 아니라, introduce, produce, educate 등의 단어에도 그 형태와 의미가 아직 살아 있음을 전문가가 아닌 언중이 어떻게 알겠는가?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올해로써 입시는 걍 영원히 빠빠이 할듯 반수하면서 스트레스때문에 내 몸이 망가지고...
-
아 존나 왜 살지 좃같내
-
수능볼때 민증이나 여권,학생증 다 없으면 수능 못보나요?
-
이멀젼씨다 3
머리에 이큰걸 어케 집어넣어 오고곡
-
ㄹㅇ나도존.나구ㅏ여웟어 31
무시하지마~~ㅎ
-
???: 어? 오르비에 모의고사 무료배포 올라왔네 빨리 풀어봐야지 -- 풀고 난...
-
우울해서 잠도 안오고 근데 이제 수학 마킹연습해야겠다 수학만은 걍 시간도 많이남아서 딱히 안했었는데
-
저폼의 기인에게 뽀뽀로 막앗다ㅔ
-
ㅎㅎ 기습인증!!!!! 28
귀여우면좋아요.^^
-
그냥 쵸비가 시에스 정글 옵젝 다 몰아먹고 과성장하는 전략으로다가 미드 1인 로스터 구성 ㄱㄱㄱㄱ
-
너가행복하길바랬는데너가정작행복해지니까내기분이참이상해지더라 16
고딩때사진으로기습인증
-
뱃지 다신 분들 10
다 부러워요ㅠㅠㅠㅠㅠ 볼때마다 존경스럽니다 저도 꼭 달고 싶네요....
-
그냥다귀여워 8
세상이핑크퐁 이렇게살아가믄 속이편함
-
이거 얼마짜리 같음 12
-
요00
-
아무리 생각해도 롤드컵이 쵸비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인거 같다 4
라이엇은 시에스많이먹기대회 를 윈터 시즌에 개최할 것.
-
조졋네이거
-
오르비 아카이브
-
못 끊어...
-
우리 애가 어릴 때는 영재였는데....
-
강의자료 한 과씩 클리어할 때마다 오르비 들어와야겠다 0
옯 때문에 집중이 안 되네..
-
늦게 새로운 꿈이 생겨 20대 초중반에 메디컬 목표로 반수하고 있는데 며칠 전 정말...
-
결국 증명했네 승부욕 강한 사람이 결국에는 이김
-
쉽지 않네 ㅋㅋㅋㅋ
-
2월에 입대해서 군수 할 생각인데 그전에 개념은 끝내놓고 가려고 하는뎁요 생윤 사문...
-
다행히 2시전에 자네
-
튕겨 만날천날튕겨
-
잘 수 있나 3
도파민땜에 심장이 너무 뜀 오늘 잘 수 있는거겠지
-
인증 6
사실 민증나와서 기분좋음
-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다
-
작별이다 최강 3
-
ㄹㅈㄷ
-
영어 2등급정도면 토익공부 좀만 공부해도 카투사컷 780넘으신분들 계시나요?...
-
빠듯하네 1
할수있겠져 그져
-
캬캬캬캬컄캬캬
-
ㅇㅈ 2
ㅇㅈ
-
리헨즈님... 7
ㅠㅠ
-
신기하구만
-
약대가능? 0
화작98 미적97 영어2 화학89 생명97
-
여운이 안가신다 0
작년우승때도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
국민 눈치 ㅈㄴ 보는 대통령 눈치 ㅈ도 안보는 대통령
-
걍 티원 응원이나 해야지
-
사문러로서 당신 덕분에 ㅈ같은 성비 문제 더 이상 공부하지 않아도 돼요 ❤️ 요즘...
-
오늘 뽀삐는 그냥 모든 가능세계의 뽀삐중 최고수준의 뽀삐였음 4밴 크샨테가 진짜...
-
아닌가 또이또이한가
-
그런걸 사버린 것 같은데..
-
첫 살자시도(강창교 다리위 다이빙시도) 지나가던 시민분 신고 두번째도 동일 세번째...
-
888484 5
ㅋㅋㅋㅋㅋㅋ
-
미코토 별명이 모기업 이름인 팀 vs 티원이넹
-
헤으응 1
아오~ 문쌤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