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두달남았는데 12시에 일어나도 되나요?
스르르 눈이 떠진다.
몇 갈래 줄기의 빛은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와
한쪽 벽을 비춘다.
한쪽에는 어두운 커튼이 쳐져있어 방 안의 분위기는 어스름하다.
방문 밖으론 티비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온 집안의 전등은 아직 꺼져있음을 보지 않아도 알게 된다.
바람은 어느덧 쌀쌀해진 바람에
엊그제만 해도 옆구리에 끼고있던 선풍기 대신에
지금은 따뜻한 이불이 내 양 겨드랑이를 감싸고 있다.
그러나 그런 날씨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로 인한 육체적 감각은 따뜻한 이불이 나를 덮음으로써 잠시 잊히고
가을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어 그제서야 비로소
가을 바람이라며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것일 듯 하다.
바람이 다시 건듯 불어온다.
시계는 정오 부근을 가리키고 있다.
영락없는 주말이다.
무언갈 하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때다.
무언가에 쫓겨 나 자신을 침대로부터 내몰 필요도 없다.
내 눈동자와 천장의 꽃무늬 벽지는 서로를 마주본다.
둥그런 모양의 꺼진 전등과 그 옆에는 작은 소화장치가 붙어있다.
전등 속의 무언가는 주사위처럼 보이기도 하고
작은 소화장치는 당최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해본다.
저 책장 위에는 커다란 인형이 하나 있다.
눈을 마주친다. 혹여나 부담스러울까 시선을 옮긴다.
창문에는 뾱뾱이가 붙어있다. 그냥 바라본다. 별 의미도 목적도 없다.
책장에 잔뜩 꽂혀있는 책들은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어떤 부담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부담감은 나의 것이 아니기에 옆으로 치워둔다.
단지 그 책장과 책들의 존재 자체가 지금의 나를 완성시킬 뿐이다.
그 옆의 책상은 고즈넉히도 비어있다. 그래도 여전히 책상은 책상이다.
자연스럽게 집의 바닥으로 눈이 옮겨진다.
저 무늬에는 나이테가 보이기도 하고, 얼룩소의 얼굴이 보이기도 하며 여러가지 모양을 드러낸다.
이제 할 것이 없다.
할 것이 없어서 할 것이 생겼다.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이렇게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이유가 생긴다.
여기서 벗어나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것의 이유는 찾지 않는다.
이불을 밀쳐내며 벌떡 일어난다.
시계를 보고 급박함을 느낀다.
천장의 눈초리는 신경쓸 차도 없이 외면한다.
전등은 켤 필요가 없으니 계속 꺼져있도록 놔둔다.
소화장치와 커다란 인형은 쓱 훑어지지만 눈에 담지는 않는다.
창문의 뾱뾱이보다는 이제 추워졌으니 창문을 더 닫아둘까 생각한다.
책장의 책들 몇 개와 교감한다.
내가 책가방을 책으로 채웠기 때문에 책상은 잠시 비어있는 것이지
책가방을 비운다면 책상은 책상으로서 다시 채워지거나 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나를 만들고 완성시킨다.
나 역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기로 마음먹는다.
바닥 무늬를 내 한걸음 한걸음 발자욱으로 밟아간다.
그 무늬의 의미를 짓밟는다는 생각도 없다.
수능 냄새가 느껴진다.
창문 사이 빛줄기는 집안 전등을 킴으로써 잊는다.
자연스러운 것이고 지금으로써 응당히 해야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즈막히 언젠가 다시 아무 생각 없이 편히 눕기를 내심 기약해본다.
그 때만이 가질 수 있고 지금으로써는 가질 수도 없고 가져서도 안되는 의미가 오직 그곳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9월 22일, 디데이 53일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아니면 특정 발문에서나 특정 유형이면 찐한 글씨 써 줌?
-
또3등급의악몽이...
-
집모라 그런가
-
과외시켜주시고 좋은말씀 해주시고 매일맛난거 챙겨주시고 올해는 꼭 효도해야지 (제발)
-
지인한테 400만원 통수당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어제부터 물류센터 알바를 나가기로...
-
1개 넘 적나요?
-
올오카 에바냐? 1
지금 25 김승리 올오카 사서 커리 타는 건 좀 그런가여.. 고2인데 기파급 독서...
-
세지 이모다 0
후반 회차하고 초반 회차 난이도 차이 극심한거 맞나요 .....? 앞에는 한...
-
수능에왜쪼는대 4
난69모 백분위99의 국어황이고,69모 백분위98의 수학황이며,2등급은 개껌쯤인...
-
화작 88 미적 92 영어 70 생 44 지 50(너무쉬웠어서..)
-
내일 볼까싶은데 ㅊㅊ?
-
우리 학교에 물리 잘하는 배@범 있는데 비슷함 ㅇㅇ..
-
세지 이마다 4회가 123회보다 난이도가 확 높아진거 같은데 맞나요… 이마다 39는 첨 떠봐서
-
머튼의 아노미 이론은 문화적 목표의 달성에 대한 사회 성원의 열망을 고양하는 사회 제도의 기능 강화를 주장한다 ox 6
머튼의 아노미 이론은 문화적 목표의 달성에 대한 사회 성원의 열망을 고양하는 사회...
-
수능날 모닝똥 여부임 급똥 사태로 시험 말아먹은적 있어서 최대 이슈임
-
수잘싶광울 6
ㄹㅇ
-
159일차
-
7 30틀 무난한 난이도네요 지금풀기좋은듯 22가 생각보다 너무 쉬워서 ㅋㅋ 13...
-
문제에서 암대길이 명시안해놨는데 걍 1.6이라고 가정하고 풀면 망하려나요 평가원에서...
-
또 트렌드가 바꼈나
-
22 23수능보다 어려움 멘탈 강한 분들만 합시다....
-
사문 복지제도 2
도표 버릴껀데 리밋에서 복지제도는 수능에서 개념으론 안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
아진짜뭐가문제지 33,34빼고 웬만하면 다 풀고 정답률도 나쁘지않음 근데 요즘 실모...
-
학창때 급식 못 먹어서 5교시 독서시간만 되면 맨날 배에서 소리 울리길래 언제 한번...
-
어차피 전국민 절반 넘게 한 번씩은 걸리지 않았냐? 지피티 피셜론 3200만이라는데...
-
언매에서 1
훈민정은 혜래본 본문이 중세한글로 나오고 이애 따른 언어학적 이해를 평가하는 문제...
-
진짜 수능장에선 5
“유보하기” <— 존나 중요함 문학도 무한 유보하면 답 나옴
-
문제는 사설 평가원 과탐 1나오는 애들도 수능날 4나오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거임...
-
내년에 수능볼건데 십지선다를 할까요 아님 그냥 실모나 풀까요 아님 최적T의...
-
샤프 소리 존나 딱딱거림 채점할때 볼펜 소리도 ㅈㄴ 시끄러움 자습실에서 샤프 소리가...
-
수능에 앞서 0
수능장에 너네보다 잘하는 사람 거의 없을거임 내가 1등이다 생각하고 풀자
-
요청에 의해 재업로드해드립니다. 그동안 칼럼중 핵심적인 10개의 내용을 압축해서...
-
진짜 보름만 더 있었다면..
-
TEAM 김승리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모르면 이거 45초부터 봐봐
-
올해는 안봄. 개처놀다가 공주 시작할 타이밍 놓쳐서 ㅋㅋ… 12월 말부터 1월...
-
전 하루전날까지 낯선문제 풀생각인데 브릿지로
-
난 오늘도 수학 실수 1개하고 24물지랑 9평지구 풀어서 실수 2개했는데 내가 유독...
-
언매이새끼 1
그냥 시발련임 왜 했는지 후회됨 독서 문학은 손가락 걸고 넘어가겠는데 언매 이새끼는...
-
오늘의 저녁은 0
진매와 광어 연어 초밥
-
이상하게 긴장이너무되서 그런데 낼 처음먹어서 테스트해보기엔 너무늦었나요?
-
이감 6-10 (화작) 84점 독서 2점, 화작 6점, 문학 8점 사만다 파이널...
-
1등 4
-
ㅎㅎ 3
-
작년에 수능 며칠 전에 트위터에 나왔었는데 올해는 안나오네요
-
멀쩡히 대학 다니다가 대가리 깨져서 군대에서 처음 수능 준비하는 사람인데(내일...
-
잇다고보나요? 과도기에서 사유재산제도가 존재한다고하는데
-
이 개무서워 0
무섭다 무서워
뭐지
늦게 쳐일어나는게 저렇게 아름다운 말들로 포장이 된다니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