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자작 시
바다
어두컴컴한 자취방
컴퓨터 전원을 꾸욱 누르니
모니터로 푸른 하늘이 열린다
적막과 외로움과
우울증을 걷어내는
푸른 빛이 열린다
모니터 속으로 시원하게 헤엄쳐 들어간다
오늘은 어떤 사람의 서커스를 볼까
오늘은 어느 책을 읽어볼까
오늘은 누구와 대화를 할까
6평짜리 좁고 어두컴컴한 방
푸른 빛으로 가득 채워진다
무덥고 비좁고 외로운 방 안은 심심하다
푸른 인터넷에서 헤엄치니 상쾌하다
어릴 때 재미있던 흙놀이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헤엄쳐 다닌다
컴퓨터를 킬때면
내 작은 여섯 평 짜리 방은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녹초가 된 몸으로
파아란 하늘 시원한 수영을 하고 나면
정말 마음이 상쾌해진다
여러분 혹시 최근 20대 젊은 남녀 대학생들이 우울증이나 정신질환, 성폭행 후유증, 취업 실패 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쓰레기장 같은 자취방에서 살다가, 뉴스에 나오거나 특수 청소를 하는 업체를 불러서 쓰레기를 치우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 또한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고 난 후 1년 동안은, 제 21년 인생의 역작이 될 <수국비>를 집필하느라 어두컴컴한 방 안에 틀어박히다시피 살면서 컴퓨터 앞에서만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 사진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았지만 비좁고 어질러진 방 안에서 돼지 우리처럼 해두고 지내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https://www.woowarhanclean.com/review_clean/?idx=17948221&bmode=view
요새는 여름이라 해가 많이 길어져서 그렇지, 학기 초 봄이나 겨울이 되면 해가 엄청 짧아져서 5시 정도만 되어서도 어둑어둑해지고, 방 안에 불을 키지 않으면 적막하고 공허했습니다. 그 와중에 컴퓨터로 타이핑을 하는 작업을 하고 게임도 하고 유튜브도 보는데, 어차피 컴퓨터 화면만 잘 보이면 되니까 정말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귀신처럼 얼굴에만 모니터 불빛이 비쳐서 다른 사람이 보면 놀랐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외출을 금지당했고, 배달음식만 시켜먹으니 점점 일회용품 포장용기 쓰레기는 넘쳐나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근육이 분해되고 무기력증이 심하게 오더군요. 재수를 할 때 이미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불면증을 겪었기에 강한 효과를 가진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였었는데, 정말 건강하지 못했던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불면증이 길어지면 우울증이 되는데, 마침 코로나로 인해서 외출이나 운동 등이 원천 봉쇄가 되니까 몸과 마음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더군요.
가끔씩 컴퓨터를 키지 않고 조용히 가만히 침대에 누워만 있었는데, 정말 적막하고 공허했습니다. 커튼도 쳤으니 대낮이어도 아주 약한 빛만 비칠 뿐이었고, 음침하고 음습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컴퓨터가 없으면, 굳이 할 것도 없고 돌아다닐 공간 여유도 없는 6평짜리 자취방은 감옥과 비슷합니다. 저는 태생이 집순이어서, 집에 있는게 정말 편한데 이제 독립을 해서 자취를 하니까 너무나 좁은 공간에 갇혀 살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방 안을 항상 컴퓨터 모니터가 밝게 비춰주었습니다. 컴퓨터가 보통 푸른 색을 많이 비추잖아요(블루라이트?). 우리가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데, 정말 컴퓨터와 모니터, 마우스와 키보드(혹은 추가로 마이크와 헤드셋)만 있으면 어디든지 헤엄쳐갈 수 있는 광활한 바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6평 짜리 자취방에서 갇히면 누구와 통화도 못하고, 소통도 하지 못하지만 컴퓨터를 통해서 이렇게 제가 생각하는 글을 쓸 수도 있고, 이메일로 교수님들께 질문도 할 수 있고, 친구들이랑 연락을 해서 단체로 게임도 할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을치고,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 수 있었습니다.
재미로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저에게 목 기운은 아예 없고, 수 기운은 매우 약하니까 수 기운을 보충하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금 기운이 강한데, 이는 칼이나 날카로운 도끼 등을 의미한답니다. 우리 보면 칼 갈때 숫돌에다가 물을 흘려보내면서 칼을 갈잖아요? 금속은 수분에 노출되면 녹이 슬긴 하지만, 칼을 날카롭게 갈 때는 물이 필요한 법입니다. 물은 지혜와 휴식 등을 의미한다고 하더군요.
약간 웃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보고 유학을 적극 추천한답니다. 특히 되도록 바다를 건너서, 뭐 호주나 아메리카, 미국 등에 가라고 하더군요. 큰 바다를 건너야지 그 큰 물을 다 쓸 수 있다고, 제 사주에 물이 부족하니 그 물을 보충하기 위해서 해외, 바다 밖으로 나갈 것을 권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고등학생 이후 월드오브워쉽이라는 전함과 항공모함, 구축함, 순양함, 잠수함 등이 나오는 해상 전투 게임을 즐기는데, 제 사주를 보고는 제 친구가 바로 제가 왜 이런 게임들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된다고 웃더군요.
간혹 워해머 40k(이번에 신작 게임 '스페이스마린2'가 나오면서 다시 화자되고 있습니다)라는 소설, 미니어처 게임, 온라인 게임에서는 우주를 또한 마찬가지로 바다라고 합니다. 광활한 바다에서 우리는 헤엄을 치고 다닌다고. 거대한 우주선, 그러니까 함선을 타고 이 광활하고 넓은 공간을 헤쳐 나간다고요.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도 우주도 바다와 마찬가지로 참 멋지고, 그 오묘한 푸른 빛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가끔 겨울에는 밤 하늘을 쳐다보는데, 별빛들이 너무 예쁘게 반짝거려서 하루종일 쳐다본 적도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제가 신경과학을 공부하는데, 여전히 인간이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3가지가 바로 바다(심해), 우주(암흑물질 등), 그리고 인간의 뇌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전 신경과학,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마찬가지로 바다에 빠져서 먼 항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폭풍이 치고 배가 뒤집히거나 부서질 위험도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고비를 잘 넘겨서 여태까지 잘 항해하고 있는 듯 합니다.
컴퓨터를 키면 적막하던 자취방이 떠들썩해지고 푸른 빛으로 가득 차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도 컴퓨터를 하는 것을 너무 좋아했고, 남들 밖에서 축구공 차고 놀 때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기도 했었습니다.
동남아, 필리핀 같은 곳의 바다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거긴 우리의 바다처럼 뿌옇고 불투명하지 않고, 정말 투명해서 바닥 끝까지 잘 보일 정도로 유리 같습니다. 영롱한 투명한 하늘색 보석이 세상에 깔린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인생을 여행이라고도 표현하는데, 크게 틀린 말은 아닌거 같습니다. 다만 전 육지를 걸어다니는 여행보다는, 넓고 광활한 이 우주와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항해해나가는 것이 참 편안한 마음도 들고 평온합니다. 물론 가끔 폭풍우가 칠 때도 있지만요.
제 본가가 부산 수영구에 있는데, 광안리 해수욕장과 정말 가깝습니다. 가보면 확실히 해운대보다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진정한 핫플은 여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짠내를 맡아보면 상쾌한 기분이 들 때가 많더군요.
고등학교때 지었던 시 몇 편 - https://orbi.kr/00019540864
상대성 이론 자작시 - https://orbi.kr/00067581281
발걸음이 무거운 사람이 되자 자작시 - https://orbi.kr/00067658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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