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훗오호홋 [812951] · MS 2018 · 쪽지

2024-01-11 00: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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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턴우즈를 위한 변명-2022학년도 수능 경제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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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최근 겨울방학 특강을 시작하며 새로 고3이 되는 학생들과 함께 국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문이 2022학년도 수능에 나왔던 이 브레턴우즈 체제 지문이다.

먼저 얘기를 하고 가자면 이 지문에 대한 많은 문제는 이 지문을 브레턴우즈 지문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이 지문을 브레턴우즈 지문이라고 부르는 것이 문제인지, 그리고 평가원에서 지문을 왜 이렇게 썼고 이 문제들을 출제한 것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2. 첫문단 마지막 문장의 중요성

이 지문은 내가 여러번 강조했던 첫문단 마지막 문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지문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허용하지 않아 국제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반면 적자 상태가 지속되어 달러화가 과잉 공급이 되면 준비 자산으로서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고정환율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꽤 긴 문장이 첫문단 마지막줄에 등장했다. 사실 이 지문은 이 문장 하나만 제대로 정리하면 꽤나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는 지문이다. 몇몇 학생들이 이 지문에 대해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얘기를 하는데 오히려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아서 그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을 다시 한번 뜯어보자.


1번 상황

미국 경상수지 적자X->국제 유동성 공급 중단->세계 경제 위축

2번 상황

미국 적자 지속->달러화 과잉공급->준비자산으로서 신뢰도 저하->고정환율제 붕괴


라는 두 가지 상황을 예측하고 있고, 두 상황의 결론이 다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트리핀의 딜레마라고 부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 얘기가 트리핀의 딜레마라는 것은 바로 2문단 첫문장에 나와있으니 이 역시 배경지식이 필요한 얘기가 아니다.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출제자는 많이 친절하게 장치를 두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그것을 제대로 읽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윗 문장을 보면 트리핀 교수가 이런 예측을 한 것은 1960년이었다

그리고 3문단을 보면 실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라고 나온다. 괜히 출제자가 이런 시간을 지문에 써놓은 것이 아니다.


즉 이 지문은 트리핀 교수의 위대한 경제학적 예측을 보여주는 지문이라는 것이다!


2.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3문단

학생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문단이 3문단인 것 같다. 대부분 학생들은 본인들이 3문단을 이해하지 못해서 이 지문 문제를 못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위에 봤던 것처럼 3문단은 1문단 마지막 문장에서 트리핀 교수의 예측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보여준 문단에 불과하다. 요즘 유행처럼 사용하는 일명 '재진술'을 문단 단위로 사용한 문단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실제로 미국 경제는 1970년대에 들어서 트리핀 교수가 예측한 것처럼 2번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두가지가 제시가 됐는데


1번 해결책 

달러화의 가치를 내리는 평가 절하

2번 해결책

달러화에 대한 여타국 통화의 환율을 내려서 그 가치를 올리는 평가절상


이 그것이다.


그러면 다시 트리핀 딜레마로 돌아오면 2번 상황이 지속중이고 이때 트리핀 교수의 예측에 따르면 달러화 과잉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럼 이것이랑 같은 내용은? 공급이 많아지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배경지식이라고 봐야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는 배경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느낌이 오는지? 위에서 본 2번 해결책은 1번 상황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그런데 지문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하에서 달러화의 평가절하는 규정상 불가능했다고. 그렇다면 가능한 방법은 2번 해결책이 될 것이디. 그런데 지문에서 보면 독일 일본 등 여타국이 평가 절상에 나서지 않았다고. 이 얘기가 나온 이유를 이젠 느낄 수 있을까? 1번 해결책이 불가능한 상황을 제시하고 2번 해결책이 어려운 이유를 얘기한 것이다. (첨언하자면 그러니까 문제화되지 않았지만 그 다음에 따라 나오는 이야기인 엔화 마르크화 투기적 수요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이 전제가 된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닉슨쇼크로 브레턴우즈 체제를 깨버리고 1번 해결책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다시 트리핀 교수의 예측을 살펴보니 역시나 트리핀 교수는 고정환율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했고 이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를 뜻한다.


4. 생뚱맞은 4문단이 등장한 이유

그러면 이제 4문단이 갑자기 등장한 이유가 설명이 된다. 지금까지 트리핀 교수는 타임머신이라도 탔던 것처럼 모든 상황을 예측했는데 그럼에도 트리핀 교수도 틀린 것이 있었다. 그게 바로 달러화가 준비자산으로 신뢰도가 저하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는 여전히 달러화는 준비자산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고 필자는 그 이유를 교차환율의 경제성에서 찾은 것이다.


5.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문제를 살펴보면 당연히 나올 얘기들이 출제가 죄누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첫번째 문제에서 답이 되는 틀린 선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이후에 세계 경제 위축에 대해 트리핀 교수는 어떤 전망을 했는가?

이 선지가 틀린 이후는 트리핀 교수가 전망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트리핀 교수는 세계 경제 위축은 브레턴우즈 체제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1번 상황)한 얘기다. 당연히 틀린 말이라서 틀린 선지다.


그러면 보기문제도 왜 출제됐는지 이제는 느껴지는지?

보기의 내용에 따르면 A국 통화에 대한 B국 C국 통화의 환율을 하락시켰다.

그니까 이번에는 트리핀 교수의 예측처럼 2번상황이 된 것이 아니라 1번상황이 된다면 어떤 결론이 나타나는데?

이걸 물어본 문제라는 것이다.


6. 결론

시험장에서 이 지문을 처음 봤을 때 과연 쉬울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지문을 당시 수험생이 아닌 고3이 되는 학생들이 한땀한땀 읽어가며 풀기엔 그래도 해볼만한 지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되게 예쁜 지문과 예쁜 문제의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글의 제목은 브레턴우즈를 위한 변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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