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대화의 형식/대화체/대화적구성 질문있어요ㅠㅠ
2007년 9월시행 모의고사입니다.
첩첩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기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랫둑, 그 너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모과(木瓜) 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老人)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溫氣)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老人)의 자리맡에 밭은기침 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月暈).
제가 헷갈린 선지는
입니다. 오답이더군요.
제가 풀고 있는 마르고 닳도록 해설에는 "대화적구성=대화형식. 두사람 이상이 서로 말을 주고 받는 구성" 이므로 오답이라고 되있습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선배한테 물려받은 권규호의 문학개념어사전 책에서
대화적 구성은 "반드시 대화가 아니더라도 대화의 요소를 갖춘 말의 방식을 뜻한다. 구성은 어떤 일부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내포하는 틀, 형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화적 구성은 말을 건네는 방식을 사용하되, 그것이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라고 한정할 수 있다."
근데 또 이 설명을 읽으면 둘 이상의 화자는 아니더라도 한사람의 화자가 거의 준청자(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전체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맞는 선지 같습니다. (물론 목가적 분위기에서 틀린걸 제하고)
어떻게 해석해야할까요?
+)추가로 제가 지금까지 마닳에서 갈무리해둔 대화의 형식/대화체/대화적구성은
대화의 형식 : 화자와 청자가 말을 주고 받음
대화체 형식 : 화자와 청자가 말을 주고받음 + 화자가 실제의 청자에게 말을 함.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괜찮음 + 가상의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투 +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투
이고요. 아예
독백체 : 순수한 혼잣말 말투
라고 되있습니다.
한번 혼란이 오니까 아주 멘탈이 탈탈 털리네요 무슨 게슈탈트 붕괴마냥 갑자기 하나도 모르겠습니다ㅠㅠ 실력자님들 설명해주실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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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닳의 해설지가 맞습니다.
대화의 형식은 대화체와 구분되어야 합니다.
대화의 형식은 실제로 청자와 화자가 등장해서 화자의 말에 대한 청자의 반응이 존재해야 하지만,
대화체는 청자의 존재만 확인되면 됩니다. 청자가 굳이 대답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권규호 선생님과 직접적인 연은 없지만 대화체/대화의 형식 개념이 수능 문학 개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미미하고 저 둘을 기반으로 함정 선지를 파는 사례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위의 문제도 목가적 분위기에서 어색함. 다만 주의할 점. 위 시도 100% 대화체로 보기는 힘듭니다.단순히 독자를 향한 것은 '특정한 청자'를 향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는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정도가 타당하겠습니다)
[문학개념] 대화체,대화의 형식,독백,독백체,독백적 발화,독백적 어조
라는 제목으로 제가 써두었던 글 참고바랍니다...
그 다음에 설의법,영탄법 으로 글 쓰기로 했는데 시험기간에 수능 직전이라..시간이..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학교선생님께 여쭈어도 뭔가 어물쩍 찝찝한 느낌이었는데, 칼럼 열심히 공부해보겠습니다!
두 가지 점을 명확하게 이해하면 쉽습니다.
1. '구성'이라는 말은 '방식'과는 다르게 사용되며 아무 때나 쓰이지 않습니다.
'구성'은 composition의 번역어입니다. 구성이라는 말은 아무때나 쓰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작품 전체가 어떤 질서에 따라 짜여져 있을 때만 씁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권규호의 지적이 맞습니다. 표현이 애매해서 헷갈리게 만드는 점은 있지만 말이죠.
이 '구성'은 국어 사전에서 정의되어 있듯이 문학 작품에서 형상화를 위한 여러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배열하거나 서술하는 일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구성'은 잡다한 여러 가지 재료들을 섞는 방식입니다. 가령 원근법적 구성이라고 한다면 여러 잡다한 것들이 멀고 가까운 것들에 따라서 질서잡혀 있다는 뜻입니다.
2. '대화'는 말 그대로 '화'(이야기)'가 '대' (마주하다)하고 있어야 합니다.
청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혼자서 지껄인다고 하더라도 절대 대화라는 단어를 붙일 수 없습니다. '말건네는 방식'이라는 순화된 용어가 있기에 상대방이 있건 없건 누군가에게 지껄이는 것은 '말건네는 방식'이라고 해야 합니다.
대화체는 식민지 시대의 표현입니다. 요즘에 '대화체'라는 말을 쓰면 그 사람은 대학을 안 나온 사람입니다.
대화 아니면 말건네는 방식 ... 아니면 혼잣말이 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공인되지 않는 잡다한 용어들일 뿐입니다.
3. 대화적 구성이라는 말은 따라서 장난같은 말입니다.
월훈에서 익명의 독자에게 말건네는 방식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대화적 구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대화적 구성이라는 용어를 시에서 쓰려면 그리스 비극에서 뒤의 합창단과 주인공이 주고받는 웅장한 서사시에서나 쓰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적 구성 가지고 더 이상 고민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