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원서영역을 위한 몇 가지 조언
대체로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입시 처음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정리된 글로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아 정리해 봤습니다.
컨설팅 구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 스스로 이 정도는 염두에 두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견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1. 지금 뜨는 메가 컷 / 낙지 칸수는 (대체로) 후하다.
빠른 시일 내에 수시면접 일정이 있어 면접에 갈지 말지의 여부를 참고하셔야 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메가 등급컷 등을 보시는 게 맞습니다. (그야 그것 말고 참고할 자료가 없으니)
다만, 현재 메가에서 잡히는 커트라인이 수능 등급 이후 소폭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염두해 두셔야 합니다. 당연히 표본이 적은 과목일수록 더욱 신경 쓰셔야 합니다.
22수능 수학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 같은데, 그 때도 미적 1컷 수능 직후에 82~83 잡히길래 모두가 그런 줄 알았는데 성적표 나와 보니까 88이더라고요.
무조건 등급컷을 올려서 보라는 말은 아닙니다.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2. 어차피 정시만 지원할 거라면, 지금부터 열 올릴 필요 없다.
정시 지원에서는 시중에 배포/판매되는 여러 분석 툴들도 참고해볼 만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유의미하게 활용하는 것이 낙지 등의 모의지원 표본입니다.
당연히 표본이 충분히 모이려면 아직 한 달 남짓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나오는 "어느 대학 어느 과 지원하는 게 좋겠다" 라는 분석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일단 몸을 충분히 추스르며 편한 시간을 보내시되, '어느 과'에 가야 본인이 가장 만족할 수 있을지/본인에게 가장 잘 맞을지를 고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단 어느 분야의 과를 지원할지 대략적으로 정해 놓으면, 나중에 정시에 지원할 때 고민할 내용이 많이 줄어듭니다.
어차피 반수/재수할 거라 학교 네임밸류만 볼 거면 크게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그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는 한 어느 정도 자기가 그럭저럭 괜찮게 다닐 만한 과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과를 고르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적어도 '이 분야는 내가 도저히 못 하겠다'라도 탐색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이미 이 주제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이 있으신 분들의 입장에서는 흘려 들으셔도 됩니다.
3. 원서를 기댓값의 관점에서 접근할지, 안정성의 관점에서 접근할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원서를 가장 끔찍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저는 아래의 두 케이스가 가장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1) 재수를 충분히 각오하고 있고, 올해의 성적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원서 세 장 모두 거의 확실히 붙을 곳에 지원하는 경우
(2) 올해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하는 상황인 n수생이 원서 세 장을 모두 붙을 가능성이 낮은 곳에 지원하는 경우
결국 원서를 잘 썼냐/못 썼냐는 결과론의 성격이 강합니다. 원서영역에서는 100%도 0%도 없기 때문에, 확률적인 요소를 고려에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댓값/안정성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댓값의 관점에서 원서를 쓴다는 것은, "확률적인 평균값이 가장 높은 원서 조합을 선택한다" 라는 의미입니다. 확통을 배우신 분들은 쉽게 이해하실 것 같은데, '표준편차/분산이 높더라도(다소 위험하더라도) 평균이 가장 높은 분포를 선택한다' 라는 뜻입니다.
안정성의 관점에서 원서를 쓴다는 것은, "표준편차가 작은 원서 조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라는 의미입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운이 좋지 않더라도 거의 반드시 대학에 합격하도록 원서를 쓴다" 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가/나/다 군에 원서를 쓰는 상황에서, 세 군 모두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을 선택한다고 합시다. 편의를 위해 각 군에 합격할 확률을 50%로 잡겠습니다. 세 군데 중 아무 데나 가도 상관없다고 하면, 세 군데 모두 떨어질 확률은 1/8, 12.5%입니다. 내가 만족하는 대학에 합격할 확률은 87.5%가 되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나' 군의 원서를 "그렇게 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으로 바꾼다고 합시다. 편의상 합격 확률을 90%로 잡겠습니다.
(참고로 낙지에서 7칸, 6칸 이렇게 뜨는 걸 70%, 60%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7칸은 거의 100%에 근접하고, 6칸은 어쨌든 60%보다는 꽤 높은 확률입니다. 아마 모의지원할 때 몇 칸이면 이 대학 기준으로 몇 %다~ 이렇게 알려줄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알기 쉽게 %를 써서 모의지원 결과를 알려 주는 서비스도 꽤 있습니다. 모 인강강사님의 서비스도 그런 것으로 압니다.)
그러면, 세 군데 모두 떨어질 확률은 2.5%로 줄어들지만 내가 만족하는 대학에 합격할 확률은 75%로 줄어들겠네요. (가/다군 모두 떨어질 확률이 25%이므로) 이 선택이 '안정성을 챙긴 결과'입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나'군의 원서를 "가면 총장님 발 마사지도 해드릴 수 있는 대학" 으로 바꾼다고 합시다. 이번에는 합격 확률이 25%라고 해 볼게요.
그러면, 세 군데 모두 떨어질 확률은 18.75%로 늘어나지만, 미친 듯이 가고 싶은 대학에 붙을 수 있는 확률 25%를 챙길 수가 있습니다. 이 선택이 '기댓값을 챙긴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시나요? 비교적 간단한 예시이지만, 본인이 어느 쪽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미리 정해 두면 원서를 쓰는 시점에 고민할 양이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원서 영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까지 하셔야 할 일은, 본인의 스탠스를 어떻게 가져갈지 정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이번 수능의 결과에 만족하는지 / 수능을 추가적으로 응시할 생각이 있는지 / 응시한다면 가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 부모님의 의견은 어떠한지 / 성적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봐야겠지요. 그것이 확실하게 정해지면, 입시에서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의 사례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제가 봤던 재작년 수능 결과에 그럭저럭 만족했었고, 수능을 추가적으로 응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역이었기에 혹시 돌발상황이 발생하여 모든 원서에 떨어지더라도 부모님이 재수를 지원해 주시기로 한 상황이었습니다. 성적이 오를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지 않았고, 과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로 이미 정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여, 저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원서 작성을 계획했습니다. 차후 과외 등에 사용하려면, 의대와 치대 합격증이 있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고 높은 의대를 구태여 스나이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모든 군의 원서를 확률 60% 이상으로 썼습니다.
그 당시 삼룡의 라인이 5~6칸, 인하의가 4칸 뜨길래 안전하게 붙는 게 좋겠다 싶어서 다군에 순천향의 썼습니다. (칸수로는 5칸 상위권이긴 했는데, 추합이 무척 많이 돌아서 거의 안정이긴 했습니다.)
가군에는 의대를 하나 더 쓸까 하다가 연치가 5칸 추합권 나오길래 더 매력적으로 보여서 연치를 썼습니다. (차후 최초합했는데, 추합까지 합친 합격확률은 60%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나군에는 당연히 설컴을 썼습니다. 7~6칸 진동하던 상황이었는데, 합격 확률이 90% 이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군에서 거의 확실한 합격이 보장되어 있었으므로 가군을 조금 더 올려 써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저는 그냥 의/치대를 모두 써 보고 싶었기에 위와 같이 선택했습니다.
위의 예시처럼, 본인의 상황과 욕망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기댓값/안정성이 적절한 비율이 되도록 전략을 수립하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더 보충할 내용이 있다면, 원서영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더 올려 보겠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돈 받고 정시 컨설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영역에서 전문가라 자부할 만한 경력도 없습니다만 재작년 원서 작성 기간에 고민하며 얻은 교훈들을 공유드리고 싶어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년도에 제 동생이 수능을 보았기도 하고, 과외 학생들 중에서도 올해 수능을 본 학생들이 몇 있어 올해 입시에는 더욱 마음이 가더라고요. 모두 파이팅하시고 원하시는 결과 얻기를 기원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속이시원하네 1
ㅋㅋㅋ
-
[속보]정부 “의대생 휴학 조건부 승인…교육과정 6년을 5년으로 탄력운용 검토” 9
의대생 ‘동맹휴학 불허’ 방침은 유지…내년에도 복귀 안 하면 유급·제적 서울대...
-
수탐을 하다보니 0
국어 칼럼이 쓰고싶구나...
-
국어, 수학, 영어 경찰대 4개년 기출 정답 포함해서 깔끔하게 편집했습니다. 경찰대...
-
아랫사람이 저렇게 말할 수도 있는거 아님?
-
작년에 이훈식 풀커리 타긴했지만 전 오지훈에 한표
-
메가패스 0
지금19인데 여기서 가격 더 안떨어지나요??
-
차단하는법알려조 3
ㅈㄱㄴ
-
물1은 왜이래요 고전역학 으으
-
실모양이 모자라서 사려하는데 해설강의 없이 풀만한가요??
-
생일 축하해
-
내가 드래곤 만나고 올게 그냥 그게 빠르겠다
-
xx모의고사xx점 보기싫다 어쩌구... 하는 글 아디감??
-
N수생 혹은 N수 경험이 있는 분들께 조언 구합니다. 27
현역 시절, N수를 하는 과정 속 가장 후회가 되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조언을...
-
점수얘긴 아니고 그냥 문제 느낌이 맘에 드네여 막힐 때도 사설 특유의 뭐어쩌라고...
-
1회차 미적 11번 틀리고 76점인데 그냥 살자해야될까요?
-
항공대 수리논술 0
항공다 수리논술 준비하시는 분들 수학 모의고사 등급이 어느정도 되시나여??
-
물2는 최악의 선택이다 14
물1이 재미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
얼버기 0
ㅎㅇ
-
탐구선택 5
원래 자퇴할때는 화1생1이었는데 생1 핵형분린가 뭐시기 하다가 이해안돼서 물1으로...
-
현역수능/재수9모인데 유의미한성적상승이라보심?
-
우영호 파이널 모고 살건데 강의 없어도 될까요
-
시대북스 수학 실모는 인강컨보다 싸던데 탐구 실모는 인강컨은 회차당 4~5천원이면...
-
현장 응시했던 문제를 기출 문제집에서 마주쳤을때
-
작년까지 과탐이었다가 올해 경제 사문으로 틀었어요 사문은 개념+검더텅까지 끝내고...
-
헤겔 다시푸는데 0
이명학쌤 잘푸실듯 Paraphrasing 범벅
-
올해 한해에만 상황이 계속 바껴서 ㅋㅋㅋ 나도 반응좀 살펴보고싶어서 오랜만에...
-
히카스럽지않게쉽네 ㅋㅋ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1421을 벅벅틀려
-
오늘 하니 생일이네 14
-
항상 짜릿해..♡ 17
대치에서 오르비를 한다는 건..
-
품사는 단어를 분류한 것이고, 조사는 단어의 지위를 가집니다. 정답인 3번선지를...
-
‘마감’이란 단어는 순우리말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4
단어적인 뉘앙스가 뭔가 한자 같지만 ‘막-’ + ‘-암’이라고 하네요
-
여긴 ##시티 13
-
쌈뽕함
-
추천좀..
-
제곧내 그리고 현강 뭐나가고있는지 궁금한데 찾아봐도 안나오네요..,어떻게 찾아야하는건지
-
1. 대충 글 내용은 사과가 맛있다는 내용인데 '사과는 빨간색이다' <– 이렇게...
-
뭐가낫나요
-
재부팅 완료 4
으하하
-
탐나는군
-
암튼 그럴 예정임 반박시 님말 다 맞음
-
.
-
ㄹ 보기좀 설명해주실분 계신가여? 뭔가 어디 기출책에서 본거같은데..
-
뭔가 엔티켓에서 본 문제라서.. 풀었는데 아닌거 같아요 시 ㅂ ㅏㄹ
-
9번 뭔데 하 0
히카 풀다가 9번에서 막혀서 10번 들어가기도 전에 35분 쳐써서 멘탈 개같이...
-
나한텐 극상인데 눈물
-
먹으면 막 금구슬이 박수치고 응꼬가 짜릿해지는 존맛 알고 있으면 알려주세요
-
[에라둔] 2025 피직솔루션 1.00 (ch 1 업데이트) 5
2024.10.06 17시 12분 : 1.00 업로드 chapter 0...
-
다른 책 수2나 사서 풀까여….
-
ㄹㅇ부럽다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