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난도 철학 지문에서 요구되는 ‘글 이해’의 최저선(Feat. 22헤겔-12비트겐슈타인)
안녕하세요. code:logik입니다.
오늘은 ‘수능 비문학에서 요구되는 이해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까?’ 그 선에 관해 논해볼까 합니다. 솔직하게 이게 명확한 선을 하나 딱 긋고, 이 정도면 이해되면 무조건 됨. 끝! 이라고는 할 수 없는 문제인 건 사실이죠.
그러나 우리는 실전에서 우리의 순수 이해력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문장을 마주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특히 최근 난이도에는 더더욱 그렇죠. 하다못해 연습이었다면 이해되었을 난이도의 문장도, 실전에서 자꾸 튕기는 경우가 생길 정도니까요.
중요한 것은 이해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문장에 마주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응 방식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해당 문장에 별표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요즘 난이도 수능에서 그런 마인드로는 여러분의 제시문이 별표 천지가 되고 문제를 마주하는 순간 대부분의 선지가 판단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테죠.
서론이 조금 길었는데 간략히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수능 글의 이해 정도에 관해 여러분이 느끼는 딜레마가 있을 것입니다. 너무 깊게 이해하자니 해당 문장에 발목이 붙잡혀 시간만 잡아먹히고, 너무 얕게 이해하자니 글을 읽고 막연한 느낌만 남았을 겁니다. 읽은 내용의 파편들만 머릿속을 둥둥 떠다닐 뿐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최소한’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할까요? 지금부터 기출 문제의 분석을 통해 얻은 결론을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단, 시작 전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제가 알려드리는 방법이 ‘고난도 철학 지문의 독해 방식이 이러니 앞으로 이렇게만 읽으면 된다!’를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이는 실전 혹은 실전을 가정한 연습에서 독해력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쓸만한 방법이며, 우리는 ‘수험생’으로서 반드시 모든 글을 읽을 때 이런 요령 없이 술술 읽히는 경지를 지향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꼭 명심해 두세요.
(그렇다고 꼼수나 잡기술 정도는 아닙니다.....)
자, 그럼 이제 정말 본론으로 들어가 볼 텐데요.
작년까지 가장 어려웠던 철학 지문 중 하나가 무엇이었나요? 아마도 2022학년도에 출제됐던 헤겔 지문일 것입니다. 저는 이 지문의 분석을 시작하니 2012학년도 수능 비트겐슈타인 지문의 확장판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두 지문 모두 실전에서 수험생의 완벽한 이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 이러한 상황에서 깊지도 얇지도 않은 선의 이해를 통해 문제는 어떻게든 풀 수 있었다는 점, 그러면서도 한 철학가의 사상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랬거든요.
1부로는 우선 12수능 비트겐슈타인 지문에 대해 먼저 다뤄 보겠습니다.(한 글 내에서 두 지문 모두 다룰까 했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같은 방법론으로 헤겔 지문은 2부에서 계속 진행할게요) 사실 지금 읽어봐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글입니다. 여기서 완전한 이해라고 한다면, 여러분이 초중학교 수준의 텍스트를 읽었을 때 머릿속에 내용에 대한 꽤 뚜렷한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끄덕끄덕하며 읽잖아요. 그 정도의 이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아래에 있는 제시문을 쭉 읽어본다면 철학 전공 중인 학부생조차 그렇게 읽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수험장에서 이런 글을 마주했을 때 독해 강령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에 포커스를 두고 읽어 보자구요.
“개념, 내용 간 관계 파악하기, 본문의 말로 이해하기”
‘관계’라는 말이 다소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들겠지만, 수능 제시문에서 나오는 개념/내용 간 관계는 생각보다 한정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립 관계, 같은 계열 관계, paraphrasing 관계(내용상 같은 말이 달리 표현되는 것인데 사실 저는 앞에 ‘같은 계열 관계’와 큰 차이를 두지는 않습니다.), 포함 관계(과일-바나나와 같이), 비례/반비레 관계 등이 있는데 이러한 관계라도 제대로 파악하며 읽자는 것이죠. 즉, 어떤 문장을 읽고 우리가 머릿속으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끄덕끄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앞 또는 뒤에 오는 내용/개념이 서로 어떤 관계지?’에 포커스를 두고, 그를 중심으로 정리하며 읽자는 것입니다.
자, 그럼 이를 중심으로 본문을 한 번 읽어보죠.
1문단은 딱히 어려울 내용은 없죠, 다만 마지막 문장을 보고 ‘이 글이 언어를 분석하고 비판해서 명료화하는 내용을 다루겠군’이라는 인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2문단인데요. 초반부까지는 그럭저럭 괜찮다가, 중간쯤부터 내용이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 부분부터는 사실상 국어가 아닌 철학의 영역으로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여기부터 우리는 머릿속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떠올리려 하지만 그게 점점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하자고 했죠? 내용과 개념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읽자고 했죠. 저 같은 경우는 개념/내용 간의 관계를 이런 식으로 표시하며 읽었습니다. 같이 보시죠.
우선 모형을 통해 사건을 설명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모형’과 ‘실제 대상’은 어떤 관계라고 하나요? ‘모형’이 ‘실제 대상’을 설명하며 서로 대응하고 있다고 하죠.
-‘언어’ 또한 ‘세계’를 가리키고 있으며, 서로 대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어떤 대상을 설명하거나 가리키는 ‘모형’과 ‘언어’를 같은 계열로, 설명되거나 가리킴 당하는(어색한 표현이지만 문맥상 이해 바랍니다) 대상으로서 ‘실제 대상’과 ‘세계’를 같은 계열로 묶을 수 있습니다.
-뒤 문장을 더 읽어보면 ‘명제’는 ‘언어’의 구성요소, ‘사태’는 ‘세계’의 구성요소이니 ‘명제’와 ‘언어’는 포함 관계이자 같은 계열의 말로, ‘사태’와 ‘세계’도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위 문단을 시각화해보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같은 계열의 말들은 같은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어렸을 때부터 철학에 조예가 깊어서 이와 관련된 현실의 사례도 생생히 떠올리고 끄덕끄덕할 정도로 이해가 되면 당연히 좋은 겁니다. 우리는 어떤 어려운 지문이 출제돼도 그렇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잡고 공부하는 것도 맞구요. 그런 노력을 통해 소위 말하는 ‘피지컬’이 올라가는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전에서 이 지문을 마주했을 때 완벽한 이해를 할 수 없다면 최소한 위처럼 ‘개념 간 관계’ 정도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즉, ‘명제’가 ‘사태’가 대응된다는 것에 대해서 생생하게 무언가 떠오를 정도의 이해는 안되더라도 ‘명제라는 개념이 사태랑 대응되는 거구나, ‘모형, 언어, 명제’ 각 개념이 비슷한 계열의 말이고 ‘실제 대상, 세계, 사태’의 개념들이 비슷한 계열의 말이구나’, ‘명제가 언어를 구성하고 있구나’와 같은 인식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죠. 자, 이제 다음 문단을 보도록 합시다.
첫 문장을 읽을 때부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죠. 사실 문단 전체의 내용이 거의 이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뭐라고 했죠? 개념과 개념, 내용과 내용 간의 관계를 위주로 글을 읽자고 했습니다. 이를 위주로 제시문에 다시 표시하고 개념 간의 관계를 설명해 볼게요.
-‘사태’는 ‘논리적 가능성’을 의미한다 했습니다. 그러므로 두 개를 paraphrasing 관계, 즉 같은 말로 연결했습니다. 이는 다음 내용을 보니 ‘명제’와 ‘논리적 그림’의 관계에도 똑같이 해당됩니다.
-그다음 표시는 안 했지만 명제의 참, 거짓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내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개념 간의 관계를 위주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1) ‘명제’의 참, 거짓이 결정되는 건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서 사실이 되느냐의 여부이니 참 거짓이 되는 경우를 대립 관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대립 관계를 표시하는 기호를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앞에서 ‘본문의 말로 이해하자’라고 했죠?
2) 앞 내용에 ‘사태는 명제에 대응한다’, ‘사태=논리적 가능성’이라는 두 본문의 말로 이해해보면 ‘아...사태가 명제에 대응하니 사태에 의해 명제의 참, 거짓이 판정될 만하고 사태가 ‘가능성’ 정도만 얘기하니 참, 거짓이 실제로 일어나느냐 안 일어나느냐에 달렸겠다.’와 같이 앞 분문의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다음, ‘의미 있는 명제’와 ‘의미 없는 명제’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우선 둘 다 ‘명제’의 ‘하위개념’ 이면서 서로 간 ‘대립 관계’ 임을 체크하며 읽었고, 특히 마지막 줄에 ‘경험적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명제’는 ‘의미 있는 명제’가 실재하는 대상이나 사태에 대해 언급한다는 점을 들어 둘을 paraphrasing 관계, 즉 거의 같은 말로 연결했습니다.
그럼 한 번 앞에서 짚었던 개념 간의 관계를 시각화해볼까요?
네. 2문단 안에 정보까지 더해지면 대략 이런 관계도가 도출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지금 이 정보 간의 관계를 통해 생생히 떠올려 이해할 만한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글 내의 개념과 내용 간 관계만 촘촘히 파악하고 있을 뿐이죠. 실전에서는 당연히 이 정도로 정보를 그려 시각화할 필요도, 시간도 없습니다. 다만, 위처럼 개념이나 내용에 적절한 표시를 하고 연결선을 지어주면 시각화한 것에 가까운 효과는 얻을 수 있습니다. 좀 깔끔하게 시각화하는 연습도 필요는 하겠죠.
자, 그럼 마지막 3문단을 살펴볼게요.
3문단은 2문단에 비해서는 ‘비교적’ 수월해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실전적으로 봤을 때는 2문단에서 이미 멘탈이 털릴 만큼 털리고 왔기 때문에 마냥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에 포커스를 두자고 했죠? ‘개념과 개념’, ‘내용과 내용’ 간의 관계에 포커스를 두자고 했죠. 3문단의 개념이나 내용이 2문단의 그것들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앞 내용을 통해 3문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아래를 보시죠.
-3번째 줄에 ‘의미 없는 말’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들은 ‘의미 없는 말들’이며, ‘경험 가능하지 않은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라 하고 있죠. 이걸 읽는 순간 이들이 앞에 ‘의미 있는 명제=경험적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명제’와 대립 관계임을 떠올려야 합니다.
-그리고 ‘신, 영혼, 형이상학적 주제, 윤리적 가치 등의 논의’,‘의미 없는 말’, ‘경험 가능하지 않은 대상’, ‘형이상학적 문제와 관련된 명제나 질문들’, ‘말할 수 없는 것’이 비슷한 계열의 말이라는 사실은 비교적 명확히 주워져 있습니다. 개념-개념, 내용-내용 간 관계만 끝까지 파악하고 끝냅시다.
이렇게 2문단과 3문단의 관계 파악을 통한 마지막 구조도는 이러합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우리 본문 내용을 통해 하나만 더 이해해봅시다. 1문단을 다시 참고해 볼텐데요.
많은 경우에 첫 문단 마지막 부분이 글 전반의 주제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가요? 글 내용 전반을 보고 밑줄 친 부분을 보니 그런 것 같나요? 글 전반 내용으로 밑줄 친 부분을 이해해봅시다. ‘언어를 분석한다’라는 말은 2문단부터 언어가 세계와 대응된다는 설명을 하고 3문단부터 그 구성요소인 ‘명제’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는 점을 보면 분석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다음 ‘비판하여 명료화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 문단 마지막 줄을 읽어보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고 합니다. 침묵하라는 내용만 있었다면 여기에 비판의식이 있는지 다소 모호할 수 있겠지만, 첫 문단에서 비판하고 명료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비판의식이 있는 내용으로 볼 수 있죠. 또한, 우리가 파악한 개념 간 관계를 생각해보면 ‘신, 영혼, 형이상학적 주제, 윤리적 가치 등의 논의=의미 없는 말=경험 가능하지 않은 대상=형이상학적 문제와 관련된 명제나 질문들=말할 수 없는 것=의미없는 명제’이기 때문에 이 모두에 대한 비판의식이 드러난다 볼 수 있겠구요. ‘명료화’는 무엇일까요? 의미 없는 명제와 대립하는 관계인 ‘의미 있는 명제’는 실재하는 대상이나 상태를 언급하고, ‘경험적 세계에 대해 언급’하기 때문에 이들을 쓴다면 의미 없는 명제에 비해 비교적 명료하겠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언급하니까요. 이처럼 개념-개념, 내용-내용 간 관계를 통해 본문의 말로 본문 내용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집요하게 유지했던 것이 뭐죠? 개념-개념, 내용-내용 간 관계입니다.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만 계속 파악하고, 또 본문의 있는 말로 본문 내용을 이해하려 애썼을 뿐입니다. 우리의 배경지식이나, 실생활의 사례와 연관시키고 떠올려 이해할 만한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떨까요? 실제로 이 정도 파악으로도 모두 풀립니다.
첫 번째 문제부터 살펴보시죠.
자, ①, ②번의 경우는 1문단 내용으로 크게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으니 넘어가고, ③번부터 짚고 가볼게요.
③번의 경우 어떻죠? 제가 그린 개념도를 다시 살펴보죠. 사태과 사실이 다르다고 나와 있죠? 서로 다르다는 것은 구분했다는 말이 되니 맞는 말이 됩니다.
④번도 판단해 보겠습니다. 자 여기서 중요한 건 본문을 읽을 때만 개념, 내용 간 관계를 따질 것이 아니라, 선지나 <보기>에 있는 내용과 본문이 어떤 관계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죠. ‘경험적 대상’이라는 말은 본문의 어떤 개념과 paraphrasing 관계인지 생각해봅시다. 개념도를 보니 ‘실재하는 대상’이라는 말이 있죠? 이에 대응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 그렇다면 ‘실재하는 대상 언급’과 ‘참/거짓’ 여부의 관계는 어떻죠? 개념도를 보니 ‘실재하는 대상 언급’은 ‘의미 있는/없는 명제’를 나누는 기준이고, ‘참, 거짓’ 여부는 ‘사태가 실제로 일어났느냐/아니냐’를 기준으로 결정되죠. 판단 기준으로서의 개념과 그 판단 결과의 개념의 연결이 잘 못 됐네요. 그러므로 둘은 틀렸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지금 어려운 철학적 내용을 통해 무언가를 생생히 떠올리고 깊은 이해를 해서 풀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개념 간 관계를 이용해 풀고 있죠. paraphrasing 관계인가? 대립 관계인가? 등등이요. 정답은 우선 ④번입니다.
⑤번도 쉽지는 않은데요. ‘비판’에 관해서는 1문단 마지막 내용을 글 전반과의 관계를 통해 이해함으로써 ‘신, 영혼, 형이상학적 주제, 윤리적 가치 등의 논의=의미 없는 말=경험 가능하지 않은 대상=형이상학적 문제와 관련된 명제나 질문들=말할 수 없는 것=의미 없는 명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저들 중 ‘형이상학적 문제’가 있으니 맞는 말이죠. 결국 ⑤번도 1문단의 주제문을 ‘본문의 말’로 이해함으로써 판단 가능했습니다.
자 다음 문제도 보겠습니다.
‘의미 없는 명제’에 해당하는 것을 묻고 있죠. 어떻게 할까요? 개념 간의 관계를 이용해야죠. 방금 위에서 언급했죠?
‘신, 영혼, 형이상학적 주제, 윤리적 가치 등의 논의=의미 없는 말=경험 가능하지 않은 대상=형이상학적 문제와 관련된 명제나 질문들=말할 수 없는 것=의미 없는 명제’
여기서 윤리적 가치에 관한 논의를 말하는 ⑤번이 정답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시 개념 간의 관계를 통해 풀었습니다. 그다음도 한 번 보시죠.
해당 문제는 발문에서부터 대놓고 ‘관계’를 묻고 있습니다. 아까 그린 개념도 등장해주세요.
네. 결국 뭐죠? 모형과 사건처럼 대응에 해당하는 관계들을 모두 골라주시면 되겠습니다. 정답은 ①번이 되겠구요. ㄷ선지의 경우 ‘논리적 그림’은 ‘명제’와 같은 말로 생각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명제’는 ‘명제’의 하위개념이므로 틀리고요, ㄹ선지의 ‘형이상학적 주체’는 보시면 ‘의미 없는 명제’, ‘경험적 세계’는 ‘의미 있는 명제’로 둘 다 ‘명제’의 하위개념이기 때문에 틀리네요.
자 대망의 마지막 문제 보시죠. 꽤 어렵습니다.
아까 제가 뭐라고 말씀드렸나요? 개념, 내용 간 관계의 파악은 본문을 읽을 때뿐만 아니라 ‘선지’와 <보기>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모든 선지가 ㉮에 관해 묻고 있는데요,
㉮는 본문 걸쳐 다루고 있는 논리 철학 논고의 내용이며 이는 본문 내용 그 자체(엄밀히는 2문단부터)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는 밑줄 친 부분을 보니 ‘언어의 한계를 넘어선 것’, ‘말할 수 있는 것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개념도를 보니 어디에 해당하는 말인지 아실 것 같나요? 네, 바로 ‘신, 영혼, 형이상학적 주제, 윤리적 가치 등의 논의=의미 없는 말=경험 가능하지 않은 대상=형이상학적 문제와 관련된 명제나 질문들=말할 수 없는 것=의미 없는 명제’ 또 이 친구들이죠.
한마디로, <보기>를 통해 ‘㉮의 내용=논리 철학 논고의 내용=본문의 내용=의미 없는 명제’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관계를 파악하고 정답 선지만 판단해 보죠. 참고로 오답 선지의 해설/근거는 댓글만달아주시면 상세히 해설해 드릴 테니 댓글 달아주세요. (원래는 모든 선지 해설을 썼다가 글이 지나치게 늘어질 것 같아서 지웠습니다.)
④번은 앞 내용이 ‘경험적 세계가 아니’라고 시작해서 ‘의미 없는 명제’ 이야기가 아닐까 살짝 기대할 수 있겠네요. 그 뒤에 ‘언어와 세계의 논리적 관계에 대해 언급’이라고 했는데요. ㉮는 논리 철학 논고의 내용, 즉 본문 전반의 내용이고 본문은 개념도를 보니 ‘언어’와 ‘세계’의 논리적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죠. ‘본문의 내용’=‘언어와 세계의 논리적 관계 다룸’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의 내용=논리 철학 논고의 내용=본문의 내용=언어와 세계의 논리적 관계 다룸=의미 없는 명제’로 볼 수 있으므로 맞는 말이 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사실 글을 읽으면서 계속 강조했던 부분입니다만 어려운 수능 지문의 경우 ‘아직까지는’ 우리가 마치 초등학생 교과서를 읽으면서 느끼는 생생한 이해정도를 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본문의 개념과 개념, 내용과 내용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 같은 계열의 말인가? 대립인가? 상위-하위개념인가?’ 정도가 파악된다면, 완벽한 이해는 못 할지라도 너무 길지 않은 시간대 내에서 문제를 전부 풀 수 있다는 겁니다.
방법론을 정리해 드리자면 근본적 독해력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1) 개념, 내용 간 관계를 파악하며 그들을 간단한 기호로 깔끔히 표시하며 읽고
2) 최대한 본문의 말로 이해하며 읽자는 겁니다.
물론 이 글에서는 제가 개념도를 따로 그려드렸지만, 차분히 개념/내용 간 관계를 파악했고 깔끔히 표시하며 읽었다면 개념도를 보면서 푸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1)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방법을 실전에서도 쓸 수 있도록 연습과 훈련을 해야 하는 건 맞으나 어떤 글이 출제돼도 ‘그읽그풀’이 될 정도의 피지컬을 기르기 위해서 근본적 독해력 향상을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는 점.
2) 해당 방식도 사실 만만하지는 않아 체화가 필요하니, 이런 식으로도 기출 본문을 분석해 보기도 하고 시간 재서 EBS, 교육청, 실모 풀 때도 근본적 이해력이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적용해 보시라는 점.
이 두 가지도 유념해주세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사실 헤겔 지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풀리는데 이는 다음 편에서 다뤄볼까 합니다. 2편에서 뵙겠습니다!
이상 code:logik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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