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비문학,이렇게 읽어 보세요..
아래 어려운 비문학 지문 어떻게 읽느냐는 글을 보고 몇 자 남깁니다.
올해(그러니까 2015학년도 수능) 출제된 국어 비분학 독해가 어렵다고들 난리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땐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단지 근래 수능 기출이나 모의고사 제시문보다 약간 어려워서, 그리고 밀도가 높은 글이 나와서 학생들이 갑자기 멘붕에 빠졌던 거 같습니다.
그 체감 난도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대비하지 않았으면 크게 당황하지요.
하지만 제시문 자체들을 잘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그리 어려웠던 글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2010년 4월에 본 모의고사가 훨씬 어려웠지요. 2011년, 2012년 기출 제시문에서 나왔던 그레고리력, 비트겐슈타인, 채권 가격 등을 다룬 글과 비슷하거나 조금 수월했습니다. 그때보단 문제가 쉽게 출제됐으니까요.
단지 신체호 선생의 글은 예외였습니다만, 솔직히 그 제시문은 2007년 PSAT언어논리 기출 제시문 내용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1등급 친구들 중 일부는 LEET 언어이해 기출이나 PSAT 언어논리 제시문을 풀어봤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요는 그런 대비를 하지 못했던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제시문이었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수능에서 거의 출제되지 않았던 제시문이었고, EBS교재에서도 다루어지지 않았서 그랬겠죠. 하지만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최소한도 신채호 선생의 글이나 조선 후기 철학인 인물성동론에 대한 글은 다루어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출제위원들의 출제 풀에 들어가 있는 국역 제시문이니까요.
어쨌든, 수능에서 어려운 제시문은 분명히 나옵니다. 수험생마다 상대적이지만 누가 봐도 쉽지 않은 내용은 있습니다. 재수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작년 EBS 교재에 수록된 후설 현상학 제시문은 매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이해한 학생들이 거의 없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런 어려운 글을 시험장에서 만나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대부분의 학생은 이런 글을 읽을 시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첫 단락의 몇 줄을 읽어 나가면서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합니다. 그 다음부턴 아무리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가지요. 또 일부 학생들은 읽어 가는 중에 어렵다는 것을 직감하는 순간 잡생각이 끼어듭니다. 자신에게 생소한 글을 읽을수록 잡생각들은 독버섯처럼 피어나 읽기를 방해합니다.
학생에게 어려운 글은 쉽게 말해서 학생이 그에 대한 내용을 제시문에서 처음 접해서 입니다. 어휘도 생소하고 글의 구조도 복잡하여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해당 내용의 개념 부재 때문입니다.
이럴 때에는 편법이 통하지 않고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읽는 학생은 별로 없습니다. 만약 자신의 읽기 습관이 다음의 4유형에 해당한다면 하루 빨리 그 습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1. 읽으면서 이해가 안되면 다시 되돌아가 읽기를 반복한다.
2. 집중해서 손으로 짚어가며 읽는다.
3. 처음부터 줄을 치면서 읽어 나간다.
4. 중얼거리면서 읽어간다.
위와 같이 읽으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해도 떨어집니다. 읽기는 필요한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행위입니다. 문장 해석이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진 제시글을 읽어나가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읽기 방식입니다. 무기 없이 그냥 맨몸으로 적에게 덤비는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읽기란 훑어 읽어 대강의 내용을 파악한 후 세부적인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정독하면서 글쓴이의 관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게 안되면 차선의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차선의 방법이란 처음 읽을 때 집중해서 읽어 내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원론적인 얘기인거 같지만 집중해서 읽는 방법의 차이라 하겠습니다.
읽을 때 전체적인 글의 유형을 파악하고(수능 비문학 제시문은 7가지 유형 중에서 3-4개 유형이 출제됩니다.) 이 글의 무엇에 대한 내용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점은 '질문을 던지며 읽는다'에 있습니다. 단락의 내용 중에서 이질적인 내용이 나왔으면 그것이 왜 나왔는지, 그리고 지시어가 가리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어려운 글이라도, 학생이 그 분야의 내용을 전혀 몰라도 수능 제시문은 수험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문을 편집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개념이 나오면 이후의 문장이나 단락에서 반드시 풀어서 서술해 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설명 부분을 다시 종합해서 추상적인 어구로 표현 하는 과정이 단락의 전개 과정에서 지속됩니다. 이런 것을 파악하면서 읽어 나가는 게 재대로 읽는 것입니다.
제시문을 다 읽었는데, 그게 설명하는 글인지 주장하는 글인지 모르고서 문제를 푸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며 코끼리를 파악하려는 것과 매한가지 입니다. 문제가 쉽게 출제되면 맞출 수 있겠지만, 조금만 어렵게 출제되면 여지 없이 틀리게 됩니다.
읽을 때 항상 핵심어가 어디에 있고, 중심 문장은 무엇이며, 이게(이해 안되는 부분) 여기 왜 나왔는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이해가 되지 않던 글도 서서히 윤곽이 들어납니다. 아무리 어려운 글이라도 모조리 이해 안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이해를 방해하는 부분이 모여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지요. 자신에게 어려운 부분을 만나면 앞 뒤 문맥에서 최대한 그 부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그것이 바로 의문점을 갖고 글을 읽는 다는 것입니다.
이 글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물음을 던지면서 읽고(문제의식을 갖고 읽고),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때 그것이 바로 그 글의 핵심이자 주제가됩니다. (이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요)
결론적으로 어려운 글을 제대로 읽는 방법은 생각하면서 읽는 것입니다. 문제의식을 갖고 읽어 나가면 잡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지고, 머릿속도 하얘지지 않습니다. 그 자리를 '이것이 도대체 무엇이지?'를 파악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차지합니다. 그러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일 수 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명심하세요. 읽기는 주어진 글을 그냥 읽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정보)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여 자신의 입장에서 그것을 다시 정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대로 읽는 것은 바로 이런 읽기를 말하며, 여러분이 대학에 진학에서 해야할 읽기가 바로 이런 독서 방식을 말하는 것입니다. 수능은 이런 훈련을 수능 국어 비문학으로 훈련시키는 것이지요.
줄을 치며 읽지 마세요. 소리내서 읽지 마세요, 되돌아 가며 읽지 마세요. 한 번 읽을 때 핵심어와 핵심 문장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읽으세요. 이해가 안된 부분이 나오면 이것이 왜 나왔는지 전후 문맥과 전후 단락에서 찾으려고 해 보세요. 그 바탕은 집중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읽는 것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앞으로 나올 제 교재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읽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집필된 책입니다만..이 책을 안 봐도 위에 제시된 읽기 방식만 실천한다면 머릿속이 하얘지거나 잡생각 때문에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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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