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며 읽기와 눈알 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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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에 정보 A, B, C, D, E가 제시됐다고 합시다.
A, B는 지문의 토대가 되는 정보(개념정의 등)이고,
C, D, E는 A, B로부터 도출되는 정보입니다.
이때 A, B로부터 C, D, E가 도출되는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읽는 것이
항상 바람직할까요?
1
2011학년도 수능 그레고리력 지문은 오래되었지만 난이도가 높았어서 아직도 많이들 강의합니다. 저는 전기추에서 전개년 수능 기출문제를 다 해설하다 보니 당연히 다루고요.
근데, 탐구심이 강한 어떤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해왔어요.
릴리우스는 연도가 4의 배수인 해를 윤년으로 삼아 하루를 더하는 율리우스력의 방식을 받아들이되, 100의 배수인 해는 평년으로 400의 배수인 해는 다시 윤년으로 하는 규칙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이것은 1만 년에 3일이 절기와 차이가 생기는 정도였다. |
릴리우스는 왜 이런 윤년 규칙을 제안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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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년 규칙은 지문으로부터 완벽하게 추론가능니다.
카이사르가 제정한 태양력의 일종인 율리우스력은 제정 당시에 알려진 1년 길이의 평균값인 365일 6시간에 근거하여 평년은 365일,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은 366일로 정했다. (중략) 그레고리력의 기초를 놓은 인물은 릴리우스였다. 그런데 무엇을 1년의 길이로 볼 것인가가 문제였다. 릴리우스는 당시 가장 정확한 천문 데이터를 모아 놓은 알폰소 표에 제시된 회귀년 길이(춘분과 다음 춘분 사이의 시간 간격)의 평균값을 채택하자고 했다. 그 값은 365일 5시간 49분 16초였고, 이 값을 채용하면 새 역법은 율리우스력보다 134년에 하루가 짧아지게 되어 있었다. |
밑줄 친 문장은 앞서 나온 정보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됩니다. 그레고리력 1년 길이는 율리우스력 1년 길이보다 10분 44초 짧습니다. 이 차이가 134년 누적되면 10분 44초 × 134 즉, 23시간 58분 16초가 짧아집니다. 그래서 지문에 134년에 하루가 짧아진다고 제시된 거고요.
율리우스력에서 윤년을 정한 이유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실제(365일 6시간)가 달력(365)보다 6시간 많으니까, 4년이 지나면 6시간×4가 누적되어, 달력이 실제보다 하루 뒤쳐지게 됩니다. 따라서 4년마다 윤년(366일)을 도입하여 차이를 보정하는 거죠.
3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릴리우스가 제안한 윤년 규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릴리우스는 연도가 4의 배수인 해를 윤년으로 삼아 하루를 더하는 율리우스력의 방식을 받아들이되, 100의 배수인 해는 평년으로 400의 배수인 해는 다시 윤년으로 하는 규칙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이것은 1만 년에 3일이 절기와 차이가 생기는 정도였다. |
그레고리력의 1년 길이(365일 5시간 49분 16초)는 평년(365일)보다 5시간 49분 16초 깁니다. 이 차이가 4년 간 누적되면 23시간 17분 4초고요. 따라서 4의 배수인 해는 윤년으로 삼아 하루를 더하여 보정합니다.
근데 이렇게 윤년을 설정하더라도, 4년마다 2,576초(약 43분)차이가 누적됩니다. 이렇게 100년이 흐르면 2,576초×25, 즉 17시간 53분 20초 차이가 생깁니다. 따라서 100의 배수인 해는 (4의 배수인 해임에도) 평년으로 하는 규칙을 정하여 차이를 보정합니다.
근데근데 17시간 53분 20초 차이를 하루(24시간)으로 보정하면 6시간 6분 40초의 차이가 100년마다 생기는 셈이죠? 이렇게 400년이 흐르면 또 24시간 26분 40초 약 하루 차이가 생기고요. 그래서 400의 배수인 해는 다시 윤년으로 하는 규칙을 추가하여 차이를 보정합니다.
근데근데근데 시험장에서 이렇게까지 이해하면서 읽으면, 문제 다 풀기도 전에 종료령이 울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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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로부터 C, D, E가 도출된다고 하여,
그 도출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읽는 것이
항상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1) 생략된 논리적 관계를
적극적으로 채워가며 읽어야 할 때도 있고,
2) 큰 흐름을 잡은 상태에서
'대충' 이해하면서 읽어야 할 때도 있고,
3) 이해도 기억도 어려워서 체크해놓고 넘어갔다가
문제풀이시 눈알 굴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전략을 택하며 읽어야 할지 체득하기 위해서는
일단 많은 양의 기출문제를 분석해봐야 합니다.
(물론 스스로에 대한 분석도 필요한데,
이건 다음에 다루겠습니다.)
5르비클래스 광고 (좋아. 자연스러웠어.)
만약 국어공부를 남보다 늦게 시작했거나
국어공부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전개년 수능기출문제를
빠르게 분석하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아래 이미지를 눌러보면,
전기추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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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좋은 글이네요
제가 분석하고 고민한 것과 일치하네용
고맙습니다. 이 정도 단계까지 고민하셨다면 상당한 실력자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
수능 끝나고 여러 컨텐츠들에서
19학년도 이후로 '완벽한 이해가 되지않으면 망하기때문에 '모든문장을 이해하려는걸 지향하며 공부해야한다는 주장들이나
독학서들에도 이런말이 있던데
이해의 깊이는 주관적이어서 완벽한 이해의 정도는 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해황쌤말씀대로 심지어는 '체크만해두고' 돌아가야하는 정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작년에 기출분석 3달걸린거
94부터 12년도까지 3주걸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열공해줘서 고맙습니다. :)
원래 알고 있던 분야의 글이 제시되었다면 완벽하게 이해하며 읽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제한 시간 내에 낯선 지문을 100% 이해하며 읽는 건 사실 힘든 일이죠.
많은 학생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짚어주시는 좋은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난 왜 이해가 안가지...전 걍 율리우스력 그레고리력 윤년 등등의 내용 배견지식으로 외우고 갈래요 하하
이 글을 읽는 분들은 2100년에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식으로 알아둘 만합니다. ㅎㅎ
눈팅만 하려 했는데 너무 완벽해서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갓
엌ㅋㅋ 제가 이거 쓰려고 칼럼 다 준비했는데 먼저 올리셨군요...눈물의 삭제 버튼 누르는 중...
같은 관점의 칼럼러를 만나면 반가운 일이죠 ㅎㅎ 팔로우하고 지켜보겠습니다!
영광입니다 선생님...
제한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만큼은 본인이 하고, 나머지는 문제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