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 [366553] · MS 2010 (수정됨) · 쪽지

2013-11-22 16:01:08
조회수 34,785

[Fait Book] 오르비의 배치표 Fait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게시글 주소: https://mission.orbi.kr/0003969500

Fait은 오르비의 공식적인 유료 배치표입니다. 내가 받은 점수로 올해 정시모집에서 어느 대학, 어느 학과까지 합격 가능한지 알려주죠.

(Fait의 황금천칭)

Fait의 상징은 황금천칭입니다. 내가 받은 점수와 대학이 요구하는 점수를 비교하는 저울이지요.

오르비는 2010년 초에 법인화되었는데, 특별한 수익 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방문자가 급증하면서 운영비도 큰 폭으로 늘었고, 매달 적자가 쌓이고 있었습니다. 그 해 진입한 출판업은 EBS 연계 정책으로 인해 전망이 불투명해졌고, 긴 장마를 버티기 위한 우산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10년 간 쌓아온 입시 정보를 부분유료화하는 길을 택하게 되었죠.

외부에서 오르비를 비아냥댈 때 쓰는 ‘허르비’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허세’와 ‘오르비’를 합쳐서 만든 단어죠. 오르비의 허세는 사실 역사가 깊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기도 하죠. 단적인 예가 오르비의 무료 배치표 이름인데, 배치표 이름이 ‘미래(Future)’입니다. ‘오르비가 예측하면 미래는 현재입니다.’라는 표현에서 왔죠.

그래도 회원들이 환호했던 것은 결과가 정말 그랬기 때문입니다.





(2003년 ‘의대가자’라는 다음 카페에 올라온 분석 자료 – 오르비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
 






Fait은 본래 프랑스어로 ‘사실’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영어의 fact와 어원이 같죠. Fait가 처음으로 등장하던 2010년에도 오르비는 재정 상태는 안 좋을지언정 입시 추정에 있어서는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6월 모의평가에서는 1등급 커트라인 추정치의 오차가 0.00 이었고, 9월에도 단 한 과목에서만 오차가 발생해서 평균 오차가 0.25밖에 되지 않았죠. 그래서 배치표의 이름은 ‘미래(Future)’에서 더 나아가 ‘사실(Fait)’로 바뀌었습니다.



 (첫 해에 판매된 Fait. 심지어 그냥 Fait도 아니고, Fait Accompli(기정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유료 배치표를 만들기는 했는데 오르비 내부에서는 두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1. 이미 몇십년 된 입시 기관들이 유료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아무리 추정이 더 정확했다고 설득한다 해서 회원들이 과연 신생 유료 상품을 구매할까?

2. 유료로 결제한 회원이 추정 커트라인 정보를 유출하면 다른 회원들은 그 정보를 살 유인이 없어지고, 심지어 유료로 정보를 구입했지만 유출에 동조하지 않은 모든 구매자들은 피해를 입는 셈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심 끝에 나온 해결책은 입시 정보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물리학을 배우게 되면 처음에는 고전 역학을 배웁니다. 뉴턴의 힘의 3법칙 같은 것들이죠. 이 분야에는 주로 F=ma 처럼 간단명료한 공식들이 있습니다. 10의 힘으로 5만큼 무게가 나가는 물체를 밀면 2의 가속도로 물체가 빨라진다는 것과 같은 것이죠. 

고전적인 배치표들은 이런 식으로 쓰여져 있었습니다. 가장 점수가 높은 대학과 학과의 이름이 맨 윗줄에 써있고, 그 아래로 다른 대학과 학과의 예상점수가 쭉 늘어져 있는 것이죠. 전국 모든 대학을 다 옆으로 늘어놓았기 때문에 전지 크기이고 그래서 ‘장판 배치표’라고도 부릅니다. 10년 전의 입시 상담은 진학지도부장 선생님이 장판 배치표 위에 자를 대고 학생의 점수 위치에 줄을 그어서, ‘이 밑에서 세 개 골라’ 하는 식이었죠.

(추억속의 장판 배치표)
 




하지만 입시가 끝나고 실제 결과를 조사해 보면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대 법대가 있던 2008학년도까지 문과에서 가장 위상이 높았던 서울대 법대의 커트라인은 2002학년도부터 2008학년도까지 단 한 번도 가장 높았던 적이 없습니다. (물론 평균점수는 가장 높은 적이 많았죠) 심지어 한 번을 제외하고는 항상 가장 낮은 커트라인을 기록했죠. 서울대 농대보다도요. 

그렇지만 아무도 그런 현상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입시 정보는 그냥 팔면 끝이었거든요. 어차피 결과를 되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과거의 추정에 대해 아무도 문제삼지 않아왔고, 문제가 되어도 그것을 공론화할 수 있는 공간도 없었습니다. 

아무튼 기존의 입시 배치표가 뉴턴의 운동 제2법칙 처럼 간단한 것이었던 반면,

(뉴턴의 운동 제2법칙)
 

실상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Non-Markovian Stochastic Schrödinger Equation of Open Systems)
 





‘총점이 같더라도 개개인의 대학별 점수는 점수 분포와 선택 과목에 따라 모두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전국 석차도 대학별로 모두 다시 계산해야 한다. 임의의 전국 석차에서 임의의 대학-학과에 합격할 수 있는 확률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각각의 학생이 각각의 학과에 합격할 확률을 모두 따로 계산해 표시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Fait가 도입하기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이었습니다. 즉 ‘내 점수는 385점인데, 연세대 의대의 커트라인은 383.5점’이 아니라, ‘내 점수는 385점이니까, 연세대 의대에 합격할 확률은 63.5%’와 같은 식이죠.


만약 연세대 의대의 커트라인이 383.5점일 것이 자명하다면, 383.6점에서의 합격 가능성은 100%, 383.4점에서의 합격 가능성은 0%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더 나쁜 것은 아마도 커트라인이 383.5점일 것이 상당히 높은 가능성으로 예측된다고 하더라도, ‘예상되는 커트라인은 383.5점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런 예측 자체가 커트라인을 움직이게 됩니다. 왜냐하면 공.신력 있는 기관이 그런 추정을 발표하지 않았다면 불안해서 연세대 의대에 지원하지 않았을 384~385점대 학생들이 대거 연세대 의대로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죠. 



(슈뢰딩거의 고양이. 고양이는 죽어있을 수도 있고 살아있을 수도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강당에 100명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런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1에서 100 사이의 숫자를 하나 써내라. 이 게임의 승자는 모든 사람들이 써낸 값들을 평균한 값의 2/3에 제일 가까운 수를 써낸 사람이다.”

이해가 되시나요? 만약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숫자를 적어낸다면 평균은 50정도이겠죠. 그러면 승자는 33을 써낸 사람입니다. 그렇게 될 것을 예상해서 모두가 33을 써내면 22를 적은 사람이 승자입니다. 그렇게 될 것을 예상해서 모두가 22를 써내면 승자는 15를 적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될 것을 예상해서 … 이렇게 생각의 순환 고리에 빠지면 결국은 1까지 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1을 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청중들 중에는 이 게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잔꾀를 부리려는 사람도 있지요. 

67보다 큰 숫자를 적는 사람은 게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1이라는 값을 적으면 세상에는 바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고요. 그렇다면 몇 정도를 써낸 사람이 승자가 될까요? (정답은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적지 않겠습니다. ^^) 

지금의 Fait에는 이런 고민과, 분석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예측치가 알려짐에 따라 사람들이 이 방향, 저 방향으로 움직이겠지만, 그러한 움직임 자체가 상쇄될 것이라 예상되는 지점으로 예측값을 움직이는 것이죠. 





만점에서의 합격 확률은 100%일 것입니다. 0점에서의 합격 확률은 0%겠죠. 만점에서 점수가 조금씩 떨어질수록 합격 가능성도 조금씩 떨어질 것이고, 그런 추세를 생각해 보면 커트라인으로 예측되는 지점에서의 합격 확률은 50%인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Fait 에서 합격 확률이 50.0%로 뜨면 본인의 점수가 정확히 커트라인으로 예측이 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표준정규분포그래프)
 




그러면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예상되는 커트라인이 383.5점이니까, 만점은 합격 가능성 100%. 만점부터 384점까지는 합격 가능성 51%, 383점부터 300점까지는 합격 가능성 49%. 이렇게 하면 뚜껑을 열어보고 나면 모든 학과의 실제 합격선이 합격 확률이 49~51% 사이에서 형성되니 정말 멋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정보가 아니라 똥이죠. 


Fait가 입시정보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하면서 커트라인 주변에서 점수가 1점 움직일 때 마다 얼마나 합격확률이 변할 것인지를 측정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예측의 영역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하나 추가하게 된 것입니다. 예측 커트라인이라는 ‘m’이라는 축에다 합격 가능성이 변화하는 속도라는 ‘σ’라는 완전히 새로운 축을 더하는 것이어서요. 기존의 예측이 1차원이었다면, Fait의 예측은 2차원입니다. 수학적으로 말이죠.

아무튼 ‘합격률의 속도’ 즉, 점수가 떨어질 때마다 합격률이 떨어지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오르비가 이전 10년 동안 쌓아왔던 데이터베이스가 모조리 리뷰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엄청난 자신감에 따라 엄청난 마케팅 표현들도 등장하였죠.


(발췌: Fait 첫 해의 마케팅 문구들로부터)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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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그런데 2011학년도 연세대 입시에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합니다.

 ‘명문대 문과 최상위 학과의 커트라인은 예상보다 높을 수 없다’는 것은 입시계에 몇 년 이상 종사해 온 전문가 내지는 준전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었습니다. 서울대 법대가 항상 서울대에서 하위권의 커트라인을 기록해 온 것도 그렇고, 연세대 경영대나 고려대 법대의 커트라인도 2000년대 들어 한 번도 예상만큼 높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통계적인 추세는 첫 해의 Fait에도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Fait는 첫 해에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만을 다루었는데 그 해에 1,244부가 판매되었습니다. 이 대학들의 정시모집 정원을 생각해 보면, 소위 스나이퍼라 부르는 낮은 점수로 모험지원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제대로 원서를 쓸만한 점수가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산 셈이죠. (그다음 해에는 2,747부가 판매되었습니다) 
이제 높은 수능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 연세대 경영대가 얼마나 만만한 곳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연세대 경영대가 (통상의 인식에 비해) 만만한 것은 사실이긴 했는데, 그것을 모두가 알게된 것이 문제였습니다.


(블랙 스완: 합리적인 통계의 예측 범위 내에서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극단의 일이 수학 변수 외적인 동인으로 인해 인간 세계에서는 예상보다 자주 벌어진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표현)
 




결국 그 해 연세대 경영대의 최종 커트라인은 전국 520등 (상위 0.13%) 에서 끊겼습니다. 서울대 모든 학과들보다 커트라인이 높았습니다. 그전까지 연세대 경영대의 통상적인 최종 커트라인이 상위 0.4~1.0% 범위에서 움직였던 것에 비하면 초대형 사건이 터지고 말았던 것이죠. 아직도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연세대 설립 이래 최고 기록입니다. 앞으로도 그 기록이 깨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백조(swan)은 말 그대로 하얀 새입니다. 이름처럼 하얗죠. 아무도 백조가 하얗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8세기 호주를 탐험하던 조류학자들은 검은 백조를 발견하게 됩니다.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가 백조는 하얗다는 수천 년의 믿음을 하루 아침에 무너트려 버린 것이지요. 과거의 관찰과 경험에 의해 쌓여온 추론은 아무리 정교하게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단 하나의 사례에 의해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블랙 스완의 예는 많습니다. 하루 아침에 미국 주식 시장이 붕괴되어 버렸던 블랙 먼데이, 어느날 갑자기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던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린 911 테러도 모두 블랙 스완의 예죠. 그리고 블랙 스완은 항상 충격과 후폭풍을 동반합니다.

(Fait Accompli 11의 ‘블랙 스완’을 풍자하는 패러디. 실제로는 합격률 80%는 아니고, 합격률 73.7% 이상의 지원자들은 합격하였습니다)
 
 
 


2011년의 연대 경영대 사건은 몇 주 동안 오르비 게시판 전체를 들썩이게 했고, Fait 팀은 몇 개월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연구해 Fait Accompli ’11 Review 라는 6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Fait Accompli ’11 Review 보고서의 46페이지에서 발췌. 모든 정보 수집 수단을 동원해 각각의 점수대에서 몇 명의 학생들이 어느 학과에 지원하였는지를 모두 추적하였고 몇 주에 걸쳐 그 분포를 분석하였습니다. 오르비 배치표 게시판에서 전문을 언제든지 다운로드해 볼 수 있습니다.)




입시에서의 합격과 불합격을 예측하는 것은 날씨를 예측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기상청은 국민들에게 불신을 사죠. 기상청이 체육대회를 하는 날에는 꼭 비가 온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니까요. 비가 올 확률이 80%일 때가 있고, 50%일 때가 있고, 20%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비가 올 확률이 20%인데 비가 내린 날들이죠. 강수확률이 20%라서 당연히 우산을 안 들고 나갔는데, 비가 마구 퍼붓지 뭐야, 이 빌어먹을 기상청! 

하지만 기상청의 판단이 옳기 위해서는 강수확률이 20%인 날들 10일 중 2일은 정말 비가 내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거면 매일매일 강수확률 50%라고 하고 놀고 먹으면 되죠. ‘나는 비가 내린다고 한 것도 안 내린다고 한 것도 아님’하면서요. 


즉 강수확률이 10%인 날들을 모아서 보면 10일 중 1일은 정말 비가 내려서, 9일만 비가 오지 않고, 
강수확률이 20%인 날들을 모아서 보면 10일 중 2일은 정말 비가 내려서, 8일만 비가 오지 않고,
강수확률이 90%인 날들을 모아서 보면 10일 중 9일만 비가 내려서, 1일은 90%의 확률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을 그래프로 그리면 다음과 같죠. 


(이상적인 강수확률 추정 그래프. 20%의 확률로 비가 내린다고 예상했으면 정말 20% 확률로 비가 와야 한다.)
 

미국 기상청 NOAA의 강수확률 추정치를 위와 같은 그래프로 분석해 보면 정말 거의 위처럼 기울기가 1인 직선 y=x에 가깝게 그림이 그려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NOAA의 자료를 가지고 와서 유료로 기상예측 정보를 판매하는 The Weather Channel, AccuWeather 같은 곳들은 그렇지 않죠. 오히려 더 정확한 자료를 들고와서 자기들 방식대로 왜곡합니다. 돈을 받고 더 부정확한 정보를 파는 거죠. 왜일까요?


(상업적으로 기상 예측을 판매하는 회사들이 정보를 왜곡하는 방식)
 

자료를 인위적으로 왜곡시킨 결과, 전체적으로 비는 예상했던 것보다 덜 내립니다. 비가 올 확률이 50%라고 예상했어도 실제로는 25% 남짓밖에 내리지 않죠. 보통은 비가 오는 것이 더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차가 더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합니다. 강수확률이 낮아질수록 그런 편향은 더 심해지죠. 강수확률이 30% 이하로 예측되면 실제로 비는 거의 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생각하죠. ‘역시 세금으로 놀고 먹는 기상청보다는 그래도 돈 받고 일하는 녀석들 정보가 더 낫군’



입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상적인 합격 확률 추정치라면, 합격률이 80%인 지점에서 20%는 불합격해야만 합니다. 합격률이 50%인 지점에서는 절반만 합격해야죠. 그래프로 그리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이상적인 합격확률 추정 그래프. 80%의 확률로 합격한다고 예상했으면 정말 20%는 불합격해야 한다.)
 



입시판 전체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대형 사고가 발생했던 연세대 인문계 2011학년도 입시에 대한 Fait 추정치는 지금까지의 모든 추정 중에서 이 그래프에 2번째로 가깝습니다. 100개 이상의 학과에 대한 전체 평균 통계 말고, 몇 개 내지는 몇십 개의 학과에 대해서만 분석한 단일 상품에 대한 그래프 중에서는 말이죠. (제일 가까운 것은 작년 Fait Medical 2013의 의치대에 대한 추정이었습니다.) 



(Fait 합격률 추정치와 실제 입시에서의 합격률을 그래프로 대응시킨 FF Curve : 논란의 연세대 인문계 2011)
 

그래프를 살펴보면 Fait 합격률 추정치 50%~60% 구간에서 기울기가 심하게 떨어지는데 이것은 실제로 다수의 학과가 합격률 50%대에서 합격선이 형성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각 학과의 합격선이 형성된 지점에서 합격률 추정치를 평균해 보면 50.9%가 나옵니다. (이상적인 값: 50.0%)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이라는 ‘블랙 스완’ 때문에 모든 성공적인 추정이 묻혀버렸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Fait 팀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수학적으로 정확한 표현보다는, 더 정확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이 중요하다는 교훈이었죠. 

사람들은 80%의 확률, 더더군다나 90%의 확률이라 하면 그것을 80% 또는 90%의 확률로 ‘거의 일어난다’가 아니라 ‘일어난다’로 받아들입니다. 즉, 80%의 확률에서는 100%에 가깝게 이벤트가 실현되어야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는 것이죠. 사람들은 그러한 안정, 확신을 얻고 싶어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상적인 추정 목표 커브를 조금 왜곡시키기로 하였습니다.



(FF Curve: 높은 합격 확률에 대한 심리적 편향을 반영한 새로운 목표값)
 


수학적으로 계산된 추정치를 종이에 인쇄하기 직전에 그 값을 ‘인식 편향 필터’를 거치게 함으로써, 실제로는 더 높은 확률로 합격할 수 있어야만 80%에 이르는 합격 확률을 표시하게 하였습니다. (20%~30%대의 낮은 합격확률에서는 대칭적으로 반대 부호의 필터링이 작용) 더 이상은 연세대 경영대 사태를 겪고싶지 않다는 표현이기도 했습니다만, 애초에 사람의 인식이란 것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면, 그러한 맹점을 제거하겠다는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한 해가 지나서 2012학년도판 Fait Gold ‘12가 출시되었습니다.

(2년차 Fait Gold ‘12의 커버 이미지)
 




그리고 추정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FF Curve of Fait Gold ’12. 금색 선이 실제 결과, 흑색 점선은 목표치)
 


합격률 43%로 예측된 지점에서는 39%로 합격 가능했고, 
48%로 예측된 지점에서는 46%, 
53%로 예측된 지점에서는 53%, 
58%로 예측된 지점에서는 59%로 합격 가능했습니다.
합격선 근처에서 놀라운 변별이 이루어졌죠.

뿐만 아니라 합격률 70%~80%대에서 인식 편향 필터링을 하겠다는 의도도 이상적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첫해 Fait Accompli ‘11의 추정치와 비교해 보면 더 적나라하죠.

(FF Curve 비교. 녹색이 2011년판, 금색이 2012년판, 흑색 점선은 이상적인 목표치)
 


사실 첫 해 Fait는 연대 경영대 사건이 불거져서 합격 확률을 너무 후하게 준다는 인상이 박혀버렸지만, 위 그래프를 보면 실제로는 합격 가능성을 실제에 비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분석해주었습니다. 거의 모든 점수대에서 약 15%p 가량 합격 가능성을 낮게 분석했었죠. 하지만 연대 경영대를 제외하고는 좋은 배치표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일 평판이 좋은 것은 서울대 인문계였는데, 서울대 인문계의 그래프는 심지어 이렇게 생겼다구요!



(2011학년도 서울대 인문계의 FF Curve)
 


이 배치표는 합격률이 50%가 넘는다고 하면 모조리 합격했었던 배치표입니다. 그래서 큰 불만이 없었지요. 큰 불만은 ‘80%로 합격한다고 했는데, 불합격하는 사람이 나올 때’ 생기는 것이고, ‘80%의 확률로 합격 가능했는데, 40%밖에 합격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생기는 불만은 작은 불만이거든요. 

실제로는 훨씬 좋은 대학이나 학과를 갈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사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불만은 대학에 불합격해서 생기는 고통보다는 너무 작은 불만이기 때문에, 이 그래프는 대부분의 입시 전문가들이나, 타사의 입시 분석 프로그램들이 지향하는 커브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합격한다 해도 합격하고, 불합격한다 해도 합격하는, 하지만 합격한다고 했는데 불합격하지는 않는’ 좀 바보 같은 분석이죠. 


사실 많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분석보다는 ‘안심’과 ‘마음의 평화’입니다. 확실하게 합격할 수만 있다면 좀 더 낮은 대학에 진학한다해도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재수를 하거나 심지어는 삼수, 사수를 하느라 1년을 더 허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평생 조금 덜 만족하고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는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2월 19일까지 전화기를 붙들고 기다려 보면, 1년 동안 입시를 치르며 늙는 것보다 단 1주일의 기간 동안 더 늙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2월 중순이 되어서 내 앞에 1명, 2명의 대기 번호를 남겨 두고 대학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으면 문자 그대로 ‘피가 마르는’ 경험을 해볼 수 있지요. 대신 합격하기만 한다면, 내가 받은 수능 점수를 0.1점도 낭비하지 않고 정말 구석구석까지 쥐어 짜내 활용한 셈이 되므로 합격으로 인한 만족도 대단히 큽니다. 보통 이렇게 2월 19일, 20일에 합격하는 학생들은, 비슷한 점수대의 학생들보다 한 급간 내지는 두 급간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하게 되지요.



Fait는 그런 마음 고생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학생들도 생각해주는 배치표를 만들기 위해 시작되었고, 계속 그 방향을 향해 갈고 닦고 다듬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할지에 대한 선택을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내릴 수 있도록,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겠다는 이상으로요.



그런 노력의 결과를 보여주는 그래프와 도표로 지난 3년 간 Fait에 대한 이야기의 끝을 맺을까 합니다.

 
(FF Curve of Fait Medical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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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비지박령 · 460352 · 13/11/22 16:31 · MS 2013

    헐랭..저 연경 만화...
    Fait님도 독포 먹으시겠긔ㅜ

  • corean · 307950 · 13/11/22 16:33 · MS 2009

    솔직히 fait만한 배치표도 없음.
    이걸 토대로 라인 잡은 다음에 진학사나 학교/학원 상담으로 지원동향 파악하고 원서쓰면 가장 좋음

  • 송지별 · 473113 · 13/11/22 16:45 · MS 2013

    내가 공부를 잘했다면 이걸 안 살 수가 없다
    하지만 공부를 못하기때문에 살 필요가 없지
    건동홍은 없으니까ㅠㅠ

  • 먹방 · 387492 · 13/11/22 17:08 · MS 2011

    뭔가 설득당한 기분이 든다

  • 13학번^_^ · 376459 · 13/11/22 17:10 · MS 2011

    이렇게 글 잘쓸려면 어떻게해야되요?? 글이 막 인상깊네요 읽으면서 감탄함

  • 물량공급 · 311238 · 13/11/22 17:19 · MS 2009

    재미있는 글이네요. 분산을 이용하여 추정하는것을 짐작하고있었는데 심리적 요인도 고려하는군요

  • 박대니 · 388364 · 13/11/23 00:48 · MS 2017

    심리적 요인이 상당히 중요하죠 통계과 심리를 얼마나 잘 조절해서 전략을 짜는가가 원서영역의 관건인듯 합니다

  • ellios · 414753 · 13/11/23 18:21

    입시때문에 많은 것을 배워요 ㅋㅋ

  • 시작 · 103658 · 13/11/22 18:35 · MS 2005

    와 글 멋있다 ㄷㄷㄷ

  • dfsgfsdg · 434111 · 13/11/22 18:36 · MS 2012

    중경외시라인도 정확한가요??

  • ellios · 414753 · 13/11/22 18:49

    아마 이광복님이 쓰시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사람들이 곡해해서 보니까 fait도 왜곡해서 본래대로 돌려놓는거 똑똑한 발상이네요
    인식편향정도까지 고려하고, 축 하나 더 추가하는거 진짜 멋있네요
    통계학, 진짜 흥미로운 학문인것 같아요
    태초에 모순을 품고 태어난 학문인데 경향성을 예측하게 해주는 멋진 도구.
    하나의 사실이 아니라 경향을 제시해주는 점이 매력인듯해요
    인식편향정도, 새로운 축의 추가(이거 발상의 전환인데요; 특히 축을 추가하는 것 정말;;)
    그저 싸여있는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고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알고리즘을 만들어 일반화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변증법적으로 발전하고 진리에 가까워지려고 하는 ... 정말 멋있네요

  • 탄탄대로 · 372145 · 13/11/22 20:11 · MS 2011

    잘 읽었습니다. 궁금한게 있는데요 오르비 사이트 홈페이지에 보면 오르비 모의지원수-48000 이런식으로 숫자가 나오는데요. 이 숫자가 지원한 사람의 숫자인가요 아니면 각 사람들이 지원한 모든 학과 수의 총합인겅가요?

  • intabiloo · 212969 · 13/11/22 20:46 · MS 2007

    Fait 덕에 대학 간 사람으로써
    좋아요~

  • Nomannic · 366044 · 13/11/23 00:48 · M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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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왉부와앍 · 447656 · 13/11/23 01:12 · MS 2018

    오르비 홍보나 글쓰는거보면 애플 키노트를 엄청 닮은것같아요. ㅎㅎ. 특히 뭐 아 예를 들기엔 기억나는게 없지만 공지사항이나 모의지원 홍보문구 같은거 보면 애플기운이 드러나는 것 같네요

  • 순대국먹고파 · 353329 · 13/11/23 03:27

    그건 그렇고 이거 또팔면

  • 더는 · 366704 · 13/11/23 09:11 · MS 201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졸리울프 · 408080 · 13/11/23 11:30

    SHUT UP and TAKE MY MONEY.................

  • 으엉어ㅓㅇ · 422209 · 13/11/24 11:40 · MS 2012

    근데 오르비 배치표에 거품이 많나요??
    오르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텐데 이제와서 고득점자가 오르비를 알아서 몇천명씩 점수등록하는거 보면 좀 거품끼가 있다고 보는게 맞을까요?

  • 小說家 · 336681 · 13/11/25 22:20

    글에서 엄청난 내공이 느껴진다...

  • 나형사탐설의 · 307945 · 13/11/26 16:10 · MS 2009

    개인적으로fait가 fail로 느껴짐ㅠ

    이름 바꾸시면 좋겠음.

    좀 촌스럽더라도 오르비스코어 라던지요ㅋㅋ

  • 스와리두 · 468497 · 13/12/16 17:46 · M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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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생체의공 · 411557 · 13/11/26 19:55 · MS 2012

    중앙대는 배치표상에 없나요?

  • 쉬리쉬리 · 431996 · 13/11/27 16:28 · MS 2012

    언제열려요? ㅠㅠㅠㅠㅠ
    오르비모의지원에선 적정 뜨고
    진학사에선 불합격 한칸나오는데
    다믿을수가없어요 빨리 이거보고싶어서 똥줄탐 ㅠㅠㅠㅠㅠㅠ

  • 마리앙 · 411997 · 13/11/27 17:12 · MS 2012

    처음 자료 2003년 껀 너무 유물이네.. 근데 내가 최상위권이라면 진짜 배치표 사고 싶게 잘썼넹..

  • kai-aakmann · 345437 · 13/12/14 01:54

    fait on your fate

    이거진심 잘만든 홍보문구인듯 ㄷㄷ
    입에 착달라붇고
    겁나 멋짐 ㅋㅋ

  • 흑백태양 · 378564 · 14/12/01 03:40 · M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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