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위협 받는 문과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브라질 북부의 판자촌에 사는 주부둘은 저녁이면 냄비에 돌을 넣고 물을 끓이는 것이 습관이다. 어머니들은 배가 고파 보채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밥이 될 거다"라고 말하며, 아이들이 기다리다 그냥 잠들기를 기다린다.
- 탐욕의 시대 中 (장지글러)
부시와 네오콘이 일으킨 전쟁이 실은 거대 군수산업과 벌인 합작품임과 동시에 '신흥 봉건제후'들이 획책하는 포성을 고발하는 이 책에서 나는 뜬금 없게도 어릴 적 수험생활을 떠올렸다.
계획대로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나는 반드시 좋은 대학교에 가야 했다.
가야만, 나의 자존감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을 것이고 더불어, 나에 대한 가족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그로 인해 지원되는 용돈과 대접으로 제2의 도약을 노려볼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는 방법에 하루 8시간씩 게임을 하고 만화를 그리며 작곡프로그램을 갖고 노는 일이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아침에 늦게 일어나 졸릴 눈을 비비며 피파를 즐기고 반신욕을 했다. 슬슬 배가 고프자 과자를 하나 집어들고 배를 깐 뒤 만화책을 좀 보다 집을 나서려는 타이밍에 거짓말같이 졸음이 밀려왔다.
나는 나에게 이렇게 다독였다.
"조금만 자면 공부가 더 잘 될 거다"라고. 이대로 나가봐야 졸린채로 공부하고, 이거야말로 비효율의 극일 것이라고.
그래놓고 침대 위에 누워,
알람을 10분으로 맞추어 놓고,
금방 일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로 외출복을 그대로 입고
심지어 머리에 바른 왁스도 그대로 둔 채
깊은 잠(수렁)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어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되었을 무렵,
나는 역시 날이 무더우니 공부는 밤에 해야 할 도리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늦잠을 나만의 정규 프로그램에 섭외하였다. 그러면서도 되뇌었다.
"아직 나의 때는 오지 않았다."
이미 입시에 성공한 친구들, 고시를 패스한 친구들은 여유있게 나와 술한잔을 기울였지만 나는 위축되는 일이 없었다. 왜냐면, 아직 나의 때는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잃지 않기 위한 저 빌어먹을 지푸라기 덕분에 나는 아주 어렵게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과정은 적당한 기회에 후술하기로 한다.
어쨌든, 나를 안심시키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남들에게 나를 위축시키지 않는 저 마약 같은 지푸라기는 내가 한 과정을 끝났다 해서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사실 나의 때는 지금 이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시간이고 나의 삶인 걸 남들은 몰라도 나는 사실 안다. 어려운 건 인정하는 것이다. 수년 전 꿈꿔왔던 지금 내 삶이 이와 같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는 자세. 그럼에도 자기 자신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잃지 않는 것.
오늘도 늦게 일어나 자신의 계획을 또 한 번 반절 날려버렸음을 탓하는 어느 수험생에게, 자존감을 위협받는 어느 학생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의 때는 이미 와 있다. 인정하자. 그리고 이제 밖을 나서라.
햇살은 여전하고, 바람은 불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어디가 더 낫다고 보시나요??
-
추천좀
-
후..
-
164 48 75B 26 85 이정도면 딱 현실적으로 찾을수있을듯 /// 일단 나는 내 인생 만족중
-
빨리귀엽다고 댓글에 도배해야하는데..
-
얼버기 5
얼버기
-
서로 토스하며 놀았었지.. 여자애들은 기겁을하더라..
-
ㅅ2ㅂ 개힘드네요
-
무려 6만 원짜리 필통 답 m=1, n=3, 27/2 18/29...
-
심심한분들 이거 읽어용 10
https://orbi.kr/00054930380/%255BDC%ED%8E%8C%EA...
-
내가 쓴 글 2
13×28+4=368 뭐야 별로 안 썼네~
-
헤헤 또인증 27
내맘이야
-
ㅈㄱㄴ
-
쓴글 7
넵
-
헬스 2주는 못하겠네 회복운동 개 ㅈ같은데
-
자야겠다 1
늦었어
-
아 얼굴 빨개짐 10
ㄹㅈㄷ 술찌...
-
3711개임
-
왼쪽 눈 재수술 하러 가야댐;;;
-
프사할게업네.. 31
덜씹덕같아보이고싶은데
-
스님 머리 감긴 물 맛임
-
넘 오랜만이네요 우리 커뮤 아직 안 죽었다
-
발문을 고쳤습니다! 답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
첫템은 암흑의 인장 고정이라네요
-
헬스장 출발 2
축구 느낌상 못이길것같은데 등이나 하러 간다 ㅂ
-
전 방금 확인해보니 11546이었음
-
이제부턴 내가 오르비를 접수한다
-
인증한다 6
없는데 왜봄(?)
-
살면서 처음으로 단과 가는뎅(정석민쌤 들으러 두각으로), 그냥 알아서 수업만 듣고...
-
오르비 알차게 했다
-
솔의 눈 하이볼 22
마시는중~
-
.
-
레전드네 ㅋㅋㅋㅋ
-
뻥임뇨
-
맨시티 좋아하는 새끼들은 대부분 강팀충이라 강팀이 생기면 언제든지 갈아 탈...
-
오르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위인의 등장이다
-
이시간에 안자는 사람 14
손 한번만 줘봐.
-
이런 피어싱 별로임? 18
아파서 빼긴 할건데 이런 피어싱 인상?이 별로 좋지 않나? 개취가 좀 많이...
-
남자4 여자3 막 붙어다니면서 같이 놀고 그런건 아닌데 소소하게 산책하고 가끔...
-
ㅈㄱㄴ
-
키가 50cm면 어캄뇨 15
치와와랑 싸워도 장담 못함뇨..
-
계실까요??
-
롤 솔랭 마스터 22
자랑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 배 아파 3
더부룩해
-
저격메타 좋네요 4
캬
-
무슨 경우 인가요? 수시 합격해도 죄다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
일단이사람한테는 정말 고맙다고말하거싶다 일면식도업는사람이 정말괴롭다고 쓴 뻘글에...
-
저랑 개그코드가 비슷하신거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 저 격한거 아닙니다....
-
저격) 미미미누님께 모욕적 표현을 쓴 오르비 회원을 저격합니다. 20
일단 시작부터 상큼하게 국평오 타령으로 시작 미미미누를 '개관종'이라는 매우...
-
32341 44222 23211
이과한테도 편지써주세요!
문과한테만 해당되는 글은 아닌 거 같아요
하여튼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