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UIT [161688] · MS 2006 · 쪽지

2012-09-28 18:48:56
조회수 9,639

D-41, "수능을 망치면 어쩌지 ?"

게시글 주소: https://mission.orbi.kr/0003089517

전에 오르비에서 별 이상한 글들이 인기글 먹고 있는 걸 보고 기겁했었는데요
수능은 어느 이상 실력에서는 열심히 대비할수록 망칠 확률이 없어지는 구조입니다

수리를 치는데 급똥이 올 수도 있고
외국어 전에 자서 띵한 상태로 듣기를 들을 수도 있으며
샤프가 고장나서 고치다가 아까운 시험시간을 날릴 수도 있고
멀리서 나는 소리나 앞사람 다리 떠는 소리에 정신이 팔려 계산을 실수할 수도 있고
저처럼 수능 도시락을 차에 놓고 내려 언어영역 치기 좀 전에 시험장에 뛰어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풀다가 정신적 신체적 체력이 다해 제2외국어를 찍고 자는 경우는 부지기수이고 (아 네과목 시험 때 말입니다 ㅎㅎ)
잠을 못자서 망쳤다 수시 발표가 나서 망쳤다 별별 이야기가 돌지요
9월과는 난이도가 변해서 망치는 경우도 있었구요

사실 치던대로 평타만 쳐도 1~2% 이상의 과목별 성적 상승은 보장이 됩니다
다들, (특히 벌벌떠는 대부분의 현역들) 수능때 한문제 가량을 더 틀려주기 때문이죠
사실 어떤 식으로 공부하냐는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아니었을거에요, 모의고사 점수만 올리면 됐으니까
이제 우리는 평균을 올릴 차례가 아니라, 표준편차를 줄일 때라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같은 경우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고 느낄 무렵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소위 공부 잘하는 애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것들, 즉 1~20분 남겨놓기 뿐이 아니라
화장실 가는 것조차 규칙적으로, 남들이 유난떤다고 뭐라 지껄이든
양치질 OMR에 봉투 옷차림 심지어 고등학교 책상도 이용했습니다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준비기간의 날씨가 버라이어티해질수록 철저한 준비가 가능했기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공사장 시장 등 소음에 익숙해질만한 훈련(저는 소음적응훈련이라고 불렀습니다)도 감행했구요
과탐쯤에 체력이 다하지 않도록 평소에도 검토는 물론이고 저녁 먹기 전에 당일 모의고사 오답체크를 했습니다
잠이 안와서 망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하루는 꼬박 잠을 안 자고 시험을 쳐보기도 했습니다
별 차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니 수능날에는 잠이 참 잘 오더라구요
시험장에 뛰어들어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아침에 동네를 한 바퀴 뛰고 와서 시험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
식사도 수능 전 5일부터는 저녁에 우유에 커피믹스 타 먹는 것까지 당일날과 일치하는 식사를 했습니다
언수외 봉투모의고사와 수능특강 과탐 뒤에 달린 시험지를 이 때 풀었는데,
난이도에 상관없이 틀렸으면 '아 감사합니다 수능 때 안 나와줘서' 하는 마음가짐으로 풀었습니다
중간에 답을 체크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수험표 뒤에 인쇄해서 붙이는 정오표까지 연습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과목별 시험 중간중간에는 오답노트를 읽었어요 - 틀린 개념당 한 줄만이 써져있는 초간단 맞춤형 요약노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나쁜 버릇을 고치는 것은 이미 재수 초기에 했고
샤프는 그 자리에서 고치는 습관을 버리고 새 샤프를 구비해 두었다가 1분간 명상 후에 썼습니다
컴싸는 시험 당 하나씩 사서 썼어요 이미 쓴 건 절대 다시 쓰지 않았습니다
각 과목별로 언어는 정오 문제를 풀 때 보기 옆에 ox를 한다든가 하는 요령을 길렀으나,
그건 이미 많은 분들이 쓰셨을 것 같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 말이 두서없이 횡설수설인데 ... 아무튼 망칠 요소라고 생각되는 것은 모두 찾아 없앴습니다

이게 빛을 발하는 때는 망칠 조건이 형성되었을 때 뿐입니다
확률은 얼마 되지 않지만 기댓값은 어마어마하지요
제가 만약에 그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언어를 망쳤겠죠
아까 말씀드렸죠 저는 시험장에 뛰어들어갔다고 ... 헉헉대면서요 ㅎ
23/50번 쯤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 '이거 맨날 하던 것들 중 하나잖아 왜 이래 ? ㅎㅎ'
잠시 명상, 그 이후엔 정상적으로 풀었죠 그리고 7번~23번에서 '하던 대로' 검토 중 3점짜리 2개를 건졌었다는 거에요
(다 풀고 났더니 40분이 남더라니 ㅡㅡ ... 10 수능 언어가 쉽긴 했지만 결코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물론 그 정도로 대학에 떨어질 만큼의 점수는 아니었지만,
아마 쫄아서 수리나 외국어를 제대로 못 친다든가 하는 여러 변수가 생겼을겁니다
마음이 안정된다는 것의 어드밴티지는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ㅎ
실력에 대한 믿음에 철저한 준비에 대한 믿음이 더해지면 이미 수능이 끝난 것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수능이 집모의 되는 건 순식간이에요 :D 왜 ... 집에서 9월 모의고사 풀면 훨 잘 나온다는 분들 있지않아요 ?
당장에 미역국 안 먹고 떨어지는 물건 조심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이런 게 훨씬 문제되는 것들이겠지요
안그런가요 ?

명심하세요
수능은 일년에 한 번입니다



뱀꼬리. 태그 분류가 너무 많아져서 어디에 써야 할 글인지 모르겠네요
오르비 ... 시간 없는 멘토들도 배려 좀 해주세요 ㅠㅠㅠ 읽어보라고만 하지 말고 ... 저걸 언제 다 들어가요
태그 추가하거나 삭제해야 할 거 지적바랍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