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돈, 더 받으면 사기 될까
Snu Roman.과 함께하는 오르비 법률여행
제목: 거스름돈, 더 받으면 사기 될까
택시를 타는 이유는 편안해서다.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갈 필요도, 사람들끼리 불쾌한 체취를 맡아가며 서로 이낑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묘하게 불편할 때가 있다. 라디오를 크게 틀고 갈 때이다.
보통은 좋게 말한다. "실례지만,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데 좀 꺼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면 불쾌하다는 듯 소리를 줄이는 경우가 제법 있다. 투박한 오른손으로 음악을 총괄하는 검은 동그라미를 왼쪽으로 살짝 돌려놓아도, 내 귀는 편안하지 않다. 꺼달라 했는데 줄여놓은 터라 시끄러운 록음악이 공포영화마냥 조용히 들리니 더 거슬린다. 이 때부터 긴장은 시작된다. 한 번 더 말하면 불쾌해하실 것 같은데 이걸 참으려니 내가 고통스럽다. 어느새부턴가 나는 지하철보다 더 불편하고 긴장된 상태로 택시를 이용하고 있었다.
급하게 내리다보면 잔돈을 잘못 받는 경우도 많다. 덜 받거나, 더 받거나. 택시같은 경우는 현금으로 계산하면 서로 추적이 힘들기 때문에 더 요구하기도 힘들다. 헌데 전화번호를 말하고 예약한 식당이라 해서 다르지도 않다. 예를 들어 1만5천원짜리 식사를 하여 5천원권을 주었는데 식당측이 5만원으로 잘못 알고 3만 5천원을 거슬러 주었다면, 나중에 알아차릴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정산 때 돈이 비는 것을 아는 것과 특정 시간 특정 손님에게 돈을 잘못 계산하였다는 것을 아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창 5만원권 신권 지폐가 나왔을 때 위와 같은 사례가 종종 인터넷 게시판에 공유되곤 했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라며 설렁탕을 먹기도 하고 "가게주인이 불친절했는데 잘 됐다"며 통쾌해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아무 문제 없을까? 법원은 처벌한다. 사기죄로.
쉽게 말해 거스름돈을 더 받은 것을 알고도 그 자리에서 돌려주지 않았다면 법원은 사기범이라며 단죄한다. 일만오천원짜리 밥을 먹고 5만원권 지폐를 내었는데 4만원을 받았다면 5천원은 그 자리에서 돌려주라는 것이다. 사기죄가 되려면 속이는 행위(기망)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아무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도 가능하단다.
좀 더 어렵게 설명하면 거스름돈을 더 받은 경우 상대방이 착각한 것을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았고, 만약 상대방이 착각하지 않았다면 거스름돈을 더 주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거스름돈을 더 받았다고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거스름돈을 더 받은 이에게 '착오를 제거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여하며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사기범이 된다고 본다.
얼마 전 식당에서 먹은 만두가 생각이 난다. 자주 가는 식당에서 입술 옆 주름마저 푸근한 아주머니께서는 그날 예쁜 종지와 사기 안에 만두와 라면을 내오셨는데 간장이 없었고 라면엔 계란도 없었다. 해서 달라고 하니 오늘 없으시단다. 나는 간장 없는 만두는 먹을 생각이 없다. 그건 달지 않은 솜사탕이다. 나같은 사람이 적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아주머니에게 '신의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식당에서 밥을 주문하고 계산하는 것은 계약이다. 식당은 이만큼의 돈을 주면 이러한 밥을 주겠다는 청약을 한 것이고 손님은 이를 승낙한 것이다. 사안에서 손님은 밥을 맛있게 먹었고 문제없이 돈을 지불했다. 계약체결준비단계에서부터 쌍방의 채무 이행과 수령에 이르기까지 손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님은 15,000원짜리 밥을 먹고 5만원권 지폐를 건넨 것으로 계약을 이행한 것이고 이는 계약 성립 뒤의 행위이므로 계약에 근거한 보증인지위를 손님에게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신의칙상 이를 알릴 의무는 있을까. 도덕적으로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 법적으로도 부당이득이기에 당연히 돌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형사처벌로 단죄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을 요한다. 손님이 거스름돈을 좀 더 받았다 하더라도 그 즉시 식당주인의 재산관리의무를 법적으로 지는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의 계산은 도급계약과 같이 계속적 공급계약도 아니기에 특별한 신뢰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거스름돈을 더 지급하였고 손님은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은 경우 과실은 식당에 귀속되고 위험부담은 식당이 지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5만원을 받는 순간 식당 주인에게는 3만 5천원의 거스름돈을 줄 채무가 생기는 것이고 상대방 청구범위를 넘어서 지급한 부분의 위험범위는 식당 주인에게 속하는 것이라 보는 것이 형평에 맞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식당 주인은 더 받은 것을 알고도 말하지 않은 비도덕적인 손님에게 더 준 돈을 돌려달라고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있되, 이를 '재산관리자로서의 신의칙상 의무'까지 지워가며 국가가 사기로 견벌해야 하는지는 의문점이 있다.
거스름돈, 더 받으면 사기 된다.
사족: 계산할 때에는 더 받았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집에 가서 알게 되어 횡재(橫財: 뜻밖의 재물)한 경우는 어떨까. 일단 사기는 아닌데, 횡재(橫災: 뜻밖의 재난)될 수 있음은 본 칼럼 지난 3화에서 본 바와 같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수능장 냄새빌런 0
수능장에서 등장하는 냄새빌런은 어떻게 극복하나요? 수험생활 할 동안...
-
흐흐
-
강남역옴 5
햄부거먹을사람
-
정시 수시 갈팡질팡하며 둘다 애매하게 챙겨 최저 빡센건 못맞추고 최저없는 수시는...
-
2시 되어서 문자 안 오길래 식겁했네요
-
나 뱃지받았어 4
축하해줘여
-
박수 0
쳐~ 박수쳐~ or 세븐틴 롸잇 히얼 이걸로 세대 구분 가능
-
수능공부 ㅈ까고 비아키스눈나랑 아재패턴하면서 으흐흐
-
??
-
예정대로 내일 아니었나
-
생기부 진로 0
생기부에 적힌 주된 내용이나 진로나 행발 등에 ~~학과 ~~계열을 희망하며...
-
ㅈㄱㄴ
-
투표해줘
-
주변에서 뉴런 어렵다고 엄청 뭐라하네요
-
농어촌 정시 0
고려대 다음으로 수능100%으로만 선발하는 대학 뭐 있나요 그리고 표점 380이면...
-
내 인생에 정말 큰 기간을 차지한 수험생활이 대학을 간다면 지워질까.
-
몸이 좀 찌뿌둥 하네
-
미미미미미미미 6
누 or 치고 싶어 이걸로 세대차이 구분가능
-
정시 공부도 안했으면서 수시로 갈 수 있는 대학들 맘에 안 든다고 싹 다...
-
시립대 빨리 조발해라
-
가천대 합격생을 위한 노크선배 꿀팁 [가천대 25학번] [한국장학재단의 장학금제도]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가천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가천대학생들을 돕기...
-
4년만에 입시끝 9
22 33354 22/8 군대 입갤 24 55365 25 동국대 상경계열 최초합 힘들엇슴
-
시립대 배너 원래 없었던 건가요..? 조발한다는 예고..?.?.?.?
-
으하하
-
물리학과 물리학 질받 11
오늘따라 논문 안 읽힌다 학부 포공 성적 4.*/4.3 받고 자대 대학원 진학한...
-
이사시부리 0
그냥 돌아왔어요 현역 n수생 모두 화이팅!
-
"전역 1년 안 넘었으면 재입대"…'군필자 악몽' 같은 병력 보강 나선 대만 1
중국의 위협으로 안보 위기를 겪고 있으나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대만이 전역한...
-
등록금 제외, 어차피 둘다 멀어서 기숙이라 거리도 제외 그냥 순수하게 학교 자체만...
-
5월 공군 헌급박아서 갈수있음 공부는 게속 하고있는데 얼마 후에 공군 지원할 날짜라...
-
입결 어느정도 될것같음? 인설치?
-
현역 이과고 언매1(이 안에서 변동있긴한데 백분위99 종종나옴)...
-
프리렌다시보는중 0
제리에 절대지켜ㅠㅠ
-
게임 룰. 1. 어피니티에게 덕코를 보낸다. 2.
-
다크한양 등등
-
짜세가 남다름
-
현대시 4강으로 충분함?
-
국어만할게제발
-
동대 산공 0
예비 몇번까지 돌려나요? 살짝 터진것같긴한데 동국대 동대 산공
-
그러면 연치가기 힘들어지는데;;
-
점공분석 0
내 앞에 min18 max 29명 +미점공자 25명 뽑는데 희망을버려야겟지,,,,,...
-
어우존나힘드네 0
-
분당러셀에서 김기현 쌤 커넥션 수강신청하고싶은데 언제 오픈되는지 몰라서요 매번...
-
재수까지 망한거는 오답이 맞다 아.
-
저메추 vs 0
서브웨이 로스트치킨 30cm vs 굽네 오리지널 한마리
-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게 해줘 제발 씨발 수학 못하겠다고
-
공스타 5
ㅋㅋ
-
어째서
-
가위바위보로 해요 저한테 쪽지로 뭐 낼지 보내시면 됩니다 만덕걸고ㄱㄱ
-
씨발ㄹㅇ
졸필에다 읽을 사람 없는 것도 아는데, 단 1명의 독자라도 고마울 뿐이죠
트렌드에 맞게 이혼대비 재산방어 칼럼ㄱㄱ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