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학벌로도 상대적 비교로 괴로워하는 수험생에게.
"저도 sky를 가지 못해 반수해가며 다시 도전했으나 실패하여 패배자가 되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군대에 가서 수능을 다시 준비해야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오.. 정말 전 제가 입학한 대학에 만족했는데 오르비에 오니 자꾸 비교만 하게 되고 다시 재수해야되는 건가 싶네요 ㅠㅠ"
후배 수험생의 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창 승리자가 되어야 할 나이에.
해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몇 자 적겠습니다.
학벌주의는 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신분이동이 제한적인 유교 사회였고 우리가 전통이라 숭상하는 인의예지, 정명 사상이 사실 계급을 구획해 지배와 피지배 계급을 나누는 인식론적 교사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야 스카이+타대학으로 구획된다지만 옛날엔 서울대+타대학일 정도로 학벌주의의 병폐가 심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학벌'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거기서 중요한 요소가 바로 자신의 '성향'이라 했습니다. '환경에 자신을 맞춰가는 사람'과 '자신의 의지대로 환경을 바꾸는 사람'으로 분류했지요. 전자의 경우 학벌을 위해 재수, 삼수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정말 자신의 '성향'에 대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난 진짜 환경에 휘둘리는 사람인가. 사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인간형에서 많이 나옵니다. 정치적 판단은 별개로 하고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김용판은 사회적 기준으로 분명 성공한 사람입니다만, 학교는 영남대 출신입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동아대를 졸업했고요. 새누리당에서 수많은 법조/언론/경제 엘리트들을 거느리는 대부 김무성 의원도 한양대 출신입니다. 김무성이 자신은 스카이를 못 갔다며 벌써 자신에게 한계를 덧 씌웠다면 지금 같은 그러한 포스와 카리스마는 불가능했을 겁니다.그 외에 김대중, 노무현 사례도 유명합니다. (물론 노무현은 필요 이상으로 학력컴플렉스를 드러내 논란을 자초한 감도 있습니다)
재수 끝에 국민대를 졸업한 손석희를 보고 사람들이 하는 말은 "손석희 정도 되는 사람이 국민대 나왔어?" 정도로 집약됩니다. 그럼에도 학벌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바꾸진 못합니다. 손석희는 환경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만의 힘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개척해낸 것이니까요. 세상에는 주어진 구획과 환경의 틀을 바꾼 사람이 너무도 많고 대개 그러한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경우를, 저는 많이 봐 왔습니다.
어려서 휘둘릴 수도 있고, 남이 부러워보일 수도 있기도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학벌주의의 병폐에 연약한 마음까지 같이 힘들려 본인을 '패배자'라 규정하는 게 너무 안타깝네요. 선동과 획책은 남이 하는 것이지만 규정은 자신이 하는 겁니다. 그걸 이겨내느냐, 못 이겨내느냐가 성공으로 가는 첫 궤적이 될 겁니다. 멋대로 자신을 규정짓지 마세요.
러시아 혁명의 대부 흐루시초프에게 기자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초등교육 2년과정밖에 마치지 못했는데?"
"그게 뭐 어떤가? 나는 인생(人生)대학교 경륜(經倫)학과를 졸업했다"
아무리 해도 학벌에 대한 병폐에서 못 벗어나겠다는 수험생이 있다면 다시 도전하기 바랍니다. 그 전에 이 얘기를 하나 해줄게요. 저랑 아주 절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수능을 곧잘 봤습니다. 다만 내신 때문에 서울의대에 떨어지고 연대의대에 입학했지요. 그 이후에도 몇 번을 도전했지만 실패한 뒤 자신감을 잃었다며 굽어 지냈습니다. 우리 그룹에서 가장 공부를 잘 했던 아이였는데 참 이해가 안 갔지요. 여러분도 아마 이해가 안 갈 겁니다. 다만, 그 모습이 또 다른 사람들이 보는 여러분의 모습입니다. 적어도 여기에 들어올 정도의 수험생이라면 솔직히 말해 어느정도의 노력과 성적이 뒷받침됐을 테니까요. 인서울대학, 10%안에 들어야 갈 수 있습니다. 나머지 90%의 학생들이 지방과 기술대학, 2년제로 가는 겁니다.
여건이 된다면 닿는 데까지 도전하는 것도 당연히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분명 뜻대로 항상 되진 않을 겁니다. 모두가 명문대학 명문학과 졸업장을 딸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럴 땐 자신의 성향을 바꿔보세요.
광고천재로 유명한 이제석이 자서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계명대학교 학벌로 나를 받아주는 광고기획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공모전도 항상 1등했고 포트폴리오도 내가 제일 나았는데 말이다. 학벌 때문에 저만치 앞서가던 이들을 추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난 룰을 바꿨다. 출발선을 결승선으로. 이제 다시 내가 1등이 되었다"
그는 말한대로 국내에서 취업이 어렵게 되자 미국으로 날아가 실력을 갈고닦아 국제광고공모전을 휩쓴 뒤 국내에 화려하게 컴백했습니다. 최근 표절논란도 있었지만 국내 정상급 광고쟁이임에는 변함이 없죠.
가장 열정적이고 화려하게 살아야 할 20대에 최고로 비극적인 일은 벌써부터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는 일입니다. 그런 멍청한 일은 절대 하지 마세요. 어차피 여러분이 지금 안 해도 군대, 30대, 40대를 겪으며 한계를 규정짓게 됩니다. 가장 행복한 에너지를 분출할 때가 대학생 때입니다.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랍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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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좋은 글이긴한데, 한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학벌주의는 유교 때문이 아닙니다. 서양이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조선은 전근대 기준으로 주변국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신분이동이 가능했습니다.
글의 취지는 이해합니다만, 자칫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외모지상주의같은 인간 본능 중 하나
글의 취지와 내용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곁가지이지만) 학벌주의가 유교 때문이라는 말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결이 다르므로 이에 대한 반박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주변국 이야기도 마찬가지.
유교가 계급을 정착화했다는 맥락같은데, 그게 학벌주의를 심화시켰다는 의미 아니신지요?
'학벌주의가 유교 때문이다'는 말을 반박하는 것은 이 글에 대한 반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예전(20~30년전)에 문과선호 이과기피시대에 학벌주의가 많이 심했습니다
지금 '문과는 대학이다'라는 산물도 그때 유래된 것이라도 보면됩니다
(문과 젤 공부못한 사람들이 취업 못한 곳이 은행인 시절로 문과 좋은 대학나와서 취업못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던 시절)
설법이 서울지검 검사의 70%를 점유하고 의대들은 상위대학 공대보다도 못한 점수로 입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설경부터 서성상경까지 학생수준차이가 크게 느껴지십니까?
아웃풋도 크게 차이가 나질 않아요(설대가 연고대를 연고대가 서성한을 압도하지 못합니다)
제가 볼때는 20년내에 인식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설법이 서울지검 70프로는 사시합격자가 70프로 설대생이거나 연수원성적우수자 70프로여서 그렇지 학벌주의때문에 그런게 아닙니다 그때도 대학출신으로 서울지검뽑는게 아니라 대학이후 사시 성적과 연수원성적으로 뽑았더니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서성한은 건동홍 압도하지 못합니다.
스누가 서울대라는 뜻 아닌가요?
학벌주의는 국민성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유행이 극단적이고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하는데 여기서 학벌주의가 크게 성장하였죠
손석희 4수해서 국민대 갔다고 합니다~ 그러고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거 보면 참 대단하죠.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사내정치와 처세도 대단히 잘했다고 할수 있겠죠. 뭐 지금은 구설수에 올랐지만 ㅎㅎ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