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계의 뜨거운 감자 - 라리가 중계권료에 관한 단상.
오랜만에 와서 칼럼하나 써봅니다.
http://stretford.egloos.com/2845966
참조한 내용은 이 블로그에 나온 관련글들 전부입니다.
라리가가 경쟁상대로 삼아야 할 리그는 바로 현존 최강, UEFA 리그랭킹 1위자리를 몇년째 차지하고 있는 EPL인데 미래의 전망은 EPL에 비해 한없이 어두운 편이다.
그 주된 이유로는,
1. 신계의 레알바르샤와 나머지 18팀들간에 존재하는 24차원의 벽.
너무나도 유명한 얘기지만 부연설명 하자면 라리가에서 레알바르샤와 타팀들 간의 경기에선 4:0 5:0의 스코어가 너무나도 익숙하다. 심지어 인간계 최강급인 발렌시아, 비야레알, ATM, 세비야 등도 종종 이렇게 털리니까. 당장 작년에만 해도 누캄프에서 비야레알이 바르샤에 5:0으로, 발렌시아는 무려 홈인 메스티야에서 레알에게 6:3으로 떡실신을 당했다. 09-10시즌엔 두팀이 100점에 가까운 승점을 쌓았고 지난시즌엔 레알바르샤 이외에 호날두와 메시의 골기록을 합친 것보다 많은 골을 넣은 '팀'이 단 하나도 없다. 09-10시즌 라리가 4위팀의 승점은 1위팀보다 오히려 강등권팀과 더 승점차이가 적게 났다. 유럽대항전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시즌 챔스에서 레알바르샤는 3승과 2승1무를 올렸지만 지난시즌 3,4위팀인 발렌시아와 비야레알은 2무1패와 3패로 조별리그 광탈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쯤 되면 사실상 레알바르샤는 거의 모든 경기를 이기고 있다고 봐도 좋을정도다. 그것도 맨유처럼 꾸역꾸역 이기는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경기를 3:0 4:0으로 만들어가면서. 축구의 기본 명제 중 하나인 "축구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스포츠" 가 흔들리는 거다. 축구에서 패배는 정상이다. 이게 정상이 아니면 더 이상 축구가 아니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이 모든 문제점의 중심에 바로 극도로 부조리한 중계권료가 있다. 레알바르샤가 자신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슈퍼 갑이 되어 나머지 18개팀을 쥐어짜내서 얻어낸 막대한 중계권료가.
2. 슈가대디를 유치하기에 어려운 환경.
중소클럽들이 라리가를 과점하고 있는 양강, 레알바르샤에 맞설 방법은 바로 '돈으로 안되는 것은 없다. 명예건 실력이건 관중이건 모두 돈으로 사주마.' 라는 마인드를 가진 슈가대디들이 중소클럽을 인수해서 페레즈같은 쓰레기들의 행패에 맞서 싸우는 것. 하지만 이마저도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것.-'돈GR 할거면 EPL에 하지 뭣하러 라리가에 해?'
당장에 내가 만수르라도 EPL에 돈GR을 했으면 했지 라리가에 할 이유는 눈꼽만큼도 없다. 경제가 휘청휘청하는 스페인보다야 세계 6위-인구빨인 중국 인도 빼면 4위- 유럽 빅3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강대국인 영국이 훨씬 안정적일 뿐더러 글로벌마케팅이 잘 되있는 덕분에 파이 자체의 크기도 넘사벽이다. 이런 상황을 봤을때 투자자가 라리가의 특정 구단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하거나 혹은 머리에 총을 맞지 않는 한 투자 선호도는 EPL>>>>>>>넘사벽>>>>>>>라리가.
여기서 첨언하자면 EPL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헤이젤참사와 힐스보로 참사를 겪은 잉글 축구계가 뼈저린 반성을 통해 모순된 점을 개혁하여 지금의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덕분이다. 예를 들면 FA의 주도로 '오래된 구장의 개선' 이라거나 '수익구조에 대한 조건' 등등을 내세운 점.그렇게 해서 로만이나 만수르 등의 슈가대디들이 진입하기에 좋은 구조가 되었고, 또 그로인해 더 돈줄이 터져서 지금처럼 명실상부한 유럽 최강, 세계 최강의 리그가 될 수 있었던 것. 농담삼아 말하자면 현 잉글랜드 축구팬들이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EPL 팀을 즐겨 보며 응원하는 사람들은 80년대 리버풀의 미치광이 축구팬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헤이즐 참사와 힐스보로 참사를 일으켜 잉글 축구계가 자신을 돌아보고 모순점을 고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사람들이니까...응??
2번이 사실상 힘들다고 볼 때, 라리가의 18개팀은 천상 중계권료에 목매달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라리가의 중계권료 배분 방식은 애초에 공평이란 단어와는 담싾은지 오래니까.
UEFA 리그랭킹과 각 리그 상위권팀의 재정적 능력의 관계를 조사한 회귀분석 자료. 여기서 결정계수(R2)는 86%가 나왔고 이것의 의미는 우리가 보는 축구 경기의 86%는 돈싸움이라는 통계이다.
그럼 이 돈들은 어디서 나나?
가장 큰 부분은 TV 중계권료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 라리가의 중계권료 배분은 어떻게 되나?
세상에 레알바르샤는 EPL우승팀 맨유의 2배이상을 가져가고 나머지 팀들은 EPL 강등권팀만도 못하다.
좀더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는 바로 이것.
파이 자체도 EPL보다 훨씬 작을뿐더러 그 작은 파이조차도 40% 가까이를 레알바르샤 두 클럽에서 떼어간다. 그럼 다른팀들은 도대체 뭐먹고 살란 말인가? 굳이 EPL과 비교하지 않아도 다른 리그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설령 저 중계권료를 제법 비슷하게 분배한다손 쳐도 그것조차 전혀 공평하지 않다. 그것은 바로 챔스의 존재때문이다.
프랑스 팀들의 자료를 떼어다가 프랑스리그의 중계권료에 갖다붙이면
비교적 공평해 보였던 그래프에서 위의 세 팀이 압도적으로 치고나온다. 비교적 공평해보였던 프랑스리그가 이럴진대 거대클럽 두개가 하위권팁의 10배를 가져가는 라리가는 안봐도 뻔할 것이다.
그렇게 레알과 바르샤가 나머지 팀들을 쥐어짜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녹색은 1년 예산, 밑의 진한 녹색은 클럽의 부채. 심각해 보이는 팀들이 꽤 많이 보인다.
라리가에서 양강의 인기는 절대적이고 이것은 양강이 슈퍼 갑이 되어 나머지 18개팀을 압박하는 너무나도 강력한 무기이다. 라리가 회장단에서 모든 클럽은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하지만 그 평등이란 허상에 불과하다. 모든 이가 잘 알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가장 힘 센 존재라는 걸..특히 레알과 바르샤 스스로가 그 사실을 더 잘 알고 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없이는 그 어떤 계약도 진행될 수 없다. 이 둘이 없으면 리그는 더 이상 리그가 아니다. 저 블로그의 내용에 따르면 레알과 바르샤의 팬은 각각 천만이 넘지만 3위인 발렌시아는 고작 200만이다. 스페인의 서포터 중 60%이상이 양강 중 하나의 팬이다. 그뿐인가? 충격적인 사실은 더 있다. 바로 양강 이외의 다른팀 팬이라고 할지라도 양강 중 하나를 지지하며 엘 클라시코에서 누가 승리하는지 관심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누가 우승하는지도.
이는 고스란히 상업적인 현실로 연결된다. 역시나 저 블로그의 내용에 따르자면 한 신문사 편집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가 판매 부수 10,000 매를 더 늘려 준다." 한 TV 채널 PD는 이렇게 주장했다. 만약 레알이나 바르샤를 제외한 다른 팀이 리그를 우승한다면 그건 "재앙"이나 마찬가지라고. 공식적인 TV 유료 시청자(PPV) 통계는 공개되지 않는다. 허나 업계 관련자는 한 해 대략 레알 마드리드가 €6.1 million 정도, 바르셀로나가 €4.2 million,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2.8 million 정도를 기록하며, 빌바오나 발렌시아는 €1 million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축협 관계자에 의하면 최근에 빅투 두 팀 모두 관련이 없는 1부 리그 경기서 유료 시청자 수가 47명이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 47명. 1부 리그 팀 중 일부는 일 년에 단 두 번 경기장이 만원이 된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원정올 때.
그러고 양강은 이 사실을 너무너무너무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세비야와 비야레알이 주도하던 중소클럽 연합은 결성된 지 단 일주일 만에 라리가 회장단 모임에서 레알의 페레즈와 바르샤의 로셀에 의해 개박살이 났다. 페레즈와 로셀은 회의 내내 성난 목소리로 세비야의 델 니도를 공격했고 나머지 클럽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만을 지켜야 했다. 더욱더 실망스러운 것은 바로 발렌시아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태도이다. 이들은 세비야 측의 평등안이 자신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했다. 이들의 의도는 바로 '우린 영원히 우승 못해도 좋으니까 대신 밑에 것들을 철저하게 짓밟아서 자신들이 차지하는 3 4위, 즉 챔스 진출권은 꿈도 못꾸게 해주겠다.' 라는 것이다... 이들의 태도를 확인한 순간 난 즉시 내 세컨클럽이었던 발렌시아를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더 이상 내가 맨유 다음으로 좋아했던 발렌시아는 없다.
양강과 나머지 간의 격차가 심각하지만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또다른 커다란 문제점은 바로 그 나머지들 사이에서조차 3,4위와 나머지 오브 나머지들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표를 보면 넘사벽 레알과 바르샤는 제쳐두고서라도 아틀레티코, 발렌시아와 세비야, 비야레알 간의 격차는 두려 2배에 달한다. 그 결과는 어떨까? 겉으로 보면 발렌시아는 최근 2년간 핵심선수인 실바와 비야, 그리고 마타를, 아틀레티코는 아게로, 포를란, 데헤아를 타팀에 조공했다. 엄청난 전력누수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저 두 팀은 저 선수들을 어디다 팔았는가. 비야는 바르샤, 실바와 아게로는 맨시티, 마타는 첼시, 데헤아는 맨유, 포를란은 인터밀란. 비야를 제외하면 전부 타리그 팀들이다. 그리고 그 대체자로 발렌시아는 카날레스 피아티 파레호 아틀레티코는 팔카오와 아드리안 등으로 저 공백을 어느정도 메웠다. 그럼 비야레알의 카솔라는? 대체자를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로시와 니우마르도 언제 나갈지 모르고... 게다가 카솔라가 간 팀은? 자신들의 경쟁상대인 말라가이다. 이런 식으로 저들의 3,4위는 계속해서 굳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챔스에서 나오는 자금력은 결국 더 심한 빈부격차를 초래할 것이다.
더 웃긴건 축구 커뮤니티의 라리가 팬들-대부분이 레알바르샤, 그리고 약간의 발렌시아 ATM 팬들-이 현지팬들이건, 아니면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팬들이건 가릴 것 없이 저 어이없는 상황을 쉴드치기 위해서 자신들은 레알 바르샤가 너무 세서 그렇지 다른 상위권팀도 타리그 가면 충분히 우승경쟁을 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헛소리를 싸지르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소리인지는 저 팀들의 최근 챔스 성적을 보면 알것이다. EPL을 보면 맨유는 바르샤와 함께 유럽 양강이고 첼시 아스날 리버풀 토튼햄, 재수없게 바르샤같은 우주최강팀을 너무 일찍 만나지만 않는다면 8강은 기본으로 찍는 팀들이다. 분데스에서도 뮌헨은 8강 단골에 재작년 준우승팀이다. 뮌헨 외에도 8강을 찍는 팀이 자주 나온다. 그런데 라리가는 어떤가? 06-07시즌 발렌시아의 8강을 마지막으로 레알바르샤 말고는 8강을 밟아본 일이 없다. 심지어 샬케나 레버쿠젠, 포르투 같은 팀들한테도 밀린다. 이런 팀들이 EPL이나 분데스 가서 저런 강팀들을 상대로 우승경쟁을 하겠다고? 그저 동화 같은 얘기다. 졌지만 좋은 경기력? 저 몰상식한 팬들에게서 자주 나오는 소리이다. 그런데... 경기에서 처발리는 순간 경기력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어차피 경기력이란 건 경기를 이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다 애초에 모든 경기를 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기력이란 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 심지어 최강팀 바르샤조차도 종종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여주곤 한다. 그래서 뭐? 결국 바르샤나 맨유는 경기력이 안좋을때도 꾸역꾸역 이겨서 결승까지 올라가는데. 반대로 발렌시아? 경기력 좋아서 뭐? 결국엔 져서 광탈하지 않는가? 차라리 어려운 팀 사정에 그정도면 잘한거라고 쉴드친다면 이해라도 가는데 졌지만 고작 경기력 좋았다고 타리그 가면 우승경쟁? 말도 안되는 소리다. 프로에서 제일 졸렬한 행위가 바로 경기에서 처발려놓고 경기력 가지고 자위질하는 행위이다.
아쉽게도 18개 클럽들이 저 라리가의 두 거인들에게 대항할 카드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지금 유일하다시피 남은 카드는 바로 나머지 리그일정 보이콧. 레알과 바르샤 둘이서 1년내내 엘클라시코만 하게 만들고 나머지 팀들이 떨어져 나와서 자신들끼리만 리그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양강과 나머지 18팀이 공멸하는 방법이다. 아마 이쯤 되면 레알과 바르샤도 위기의식을 조금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매주 열리는 엘클라시코에 저들은 지루함을 느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들의 수입원도 감소하게 될 테니까. 다만 이렇게 하면 나머지 18팀이 벌이는 리그의 흥행은 말 그대로 처참하겠지. 그렇다. 레알과 바르샤에게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18개클럽들이 너죽고나죽자 라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덤벼야만 조금 승산이 있는 것이다. 그정도로 저 둘은 막강하기 이를 데 없다.하지만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18개 팀들은 망할수밖에 없고 결국 그렇게 되면 라리가가 패망하는 시나리오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 레알과 바르샤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놓을 생각이 조금도 없는 상황에서 한번 승부수를 걸어볼 가치는 있지 않나 싶다.
없는 시간까지 쪼개서 쓴 글입니다. 이로서 내 학점은 하늘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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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예전에 발렌시아가 그래도 결승 연속으로 두번이나 간적있는데 그때 우승기회를 놓쳤음..
만약 그때 챔스라도 거머쥐었다면 그나마 이런현상이 좀 덜했으려나요
이글을 읽어보니 데포르티보가 또 생각이 나네요, 예전에 맨유와 유베 밀란도 털었던 클럽인데, 트리스탄이 피치치도 먹었던
지금은 강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