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킹콩 [589097]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6-12-12 15:54:42
조회수 41,191

쌩삼수 서울대★대학생활팁 이야기1. 삼수생 새내기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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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썼다가 묻혀서 다시 올립니다.


원글에 댓글 달아주셨던 뀨뀨ECON님, 흐갸갹님,  IMIN684533님, Delta님, ddddddddddd님,사범대지망생님, 불나방님, 구구구구구구님, 공대가고싶다님, Twix님께 감사하고, 글 삭제해서 죄송하단 말씀드립니다.




★★좋아요★★ 눌러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쌩삼수 서울대 경영 출신 용킹콩입니다.
제 대학생활 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또 입시철이 아직 안끝났기도 하니까
그와 관련된 수험생활 썰을 풀기도 하겠습니다.


또 제 책 대학생활팁도 많이 찾아주시길!!!
정말정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수 수능을 개망하고 방황의 12월을 보낸 뒤
대충 원서를 썼던 모든 대학이 불합격되고,
울면서 삼수를 하기로 결심한 직후에 가장 많이 했던 걱정과 고민은


‘삼수도 망하면 어떡하지? 군대가야되나?’
보다는

‘아, 삼수해서 대학가면, 선배가 나보다 어릴텐데, 나한테 반말하면 어쩌지...’였다.

‘삼수해서 대학가서 대학생활에 제대로 적응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것도 큰 고민이었다.




물론 삼수모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부터는 저런 김칫국 미리 마시는 걱정보다는
공부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수가 제대로 나올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1년 뒤, 결국 여차저차해서 서울대에 합격했다.

그날의 기쁨, 합격자 발표를 봤던 그 순간의 기억은 아마 평생 못 잊을거다.





그리고...
합격의 감격도 조금씩 무덤덤해지던 2월의 어느날이었다.



갑작스레 경영학과 선배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용킹콩씨죠? (네? 아 네...)
저는 서울대 경영학과 한빛과 누구누구예요(잘 안 들렸다)
서울대 경영학과 입학하신거 축하드려요 ㅎㅎ


오는 2월 20일에 저희가 신입생환영회를 하니까
오후 12시 30분까지 그 면접봤던 건물로 오시구요.


또 싸이클럽 들어오셔서 가입해주세요(snuhanvit.cyworld.com)


아, 그리고 새터를 갈건데 새터비 6만원 보내드린 계좌로 입금 부탁드려요.”




음.. 사실 처음에는 피싱 같은 건줄 알았다.
신입생환영회는 신입생 불러서 뭐 환영해주는 거구나 싶었는데
한빛과는 또 뭐고 새터는 또 뭔지,
또 뭔놈의 비용이 6만원이라니, 왜 이렇게 비싸?
하면서 다른 학교에 간 친구한테 물어보기까지 했었다.



한빛과란 서울대 경영학과에 있는 반 이름이고(특이하게 반을 과라고 불렀다)
새터는 대학에 신입생 들어올 때 일종의 수학여행처럼 2박3일로 가는 행사였다.
바로 그 새터비가 6만원이었다.


사실 지금 서울대 경영대 새터비는 3~4만원인데,
이건 학생회가 학생회비도 붓고 학교 지원금도 빠방하게 받아서 보조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금액이다.


그러나 내가 입학하던 때에 서울대 경영대에는
학생회도 없고 학교 지원금도 없어선지
새터비가 매우 고가였다.


어쨌든 간에 다른 대학들에서도 비슷하게 낸다는 친구의 말에
왜 이렇게 비싸냐 떨떠름하게 생각하면서도 우선 입금을 했다.





시간이 지나 2월 20일, 신입생환영회 날이 되었다.
사실 그날 아침에는 서울대학교 신입생들이 모두 텝스(영어시험)를 보는 날이었다.


한편 그 전전날이었던 2월 18일에 친구들이랑 술을 떡이 되도록 먹고,
2월 19일에는 하루종일 시체가 되어 빌빌대다가
간신히 체력을 일부 회복하여 아침에 시험을 보러 왔었다.


기억나는게 텝스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어제 있던 숙취가 다시 몰려와서인지 잠을 잤던 기억이 난다.


힘겹게 시험을 끝내고 신입생환영회에 가기 위해 경영대, 58동으로 갔다.



아아 58동..
서울대 경영대학 건물인 이곳은
이 신입생환영회로부터의 약 8년간
내 삶에서 우리집 다음으로, 아니 우리집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 공간이었다.


졸업한 지금까지도 집보다 더 친숙한 공간이지만
신환회를 위해 그곳을 찾았던 그 날은
처음 그곳에 들어선 수험생 때만큼이나 어색하고 낯선 곳이었다.




“아... 저... 도착했는데요...”
58동에서 도착해서 갈 길 모른채 멀뚱멀뚱 서있던 나는
나에게 신환회시간장소, 새터입금계좌를 알려줬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곧

“한빛과시죠?”
웬 야구잠바(과잠바)를 입은 사람이 나를 찾아왔고
그 선배의 안내를 따라 어딘가로 향했다.




어둑한 복도를 지나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와와와ㅇㅁㄹㄴ왈왈왈ㅇㅁㄴㅇㄹ멍멍ㅁㄴㅇㄹㅇ와와”


처음 들어보는 환호소리였다.
맨유 올드트래포드 경기장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마음이 이런거였을까?


나는 그 낯설음에 한껏 위축되었다.


강의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앞 몇줄에는 나와 같은 신입생으로 보이는 사복입은 애들이
우르르 열맞춰 앉아있었고,
그 뒤에 수많은 야구잠바입은 사람들이 소리지르고 있었다.




이제 갓 수험생활을 마치고 입학을 앞둔 나나 다른 신입생들과는 달리
야구잠바입은 사람들-선배들은 매우 활기가 넘쳐보였다.
그때 느꼈던 뭔지 모를 이질감이 지금도 생생하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 용킹콩이요..”

문 앞 책상에 놓여있던 많은 이름표 중에 내 이름을 찾아 목에 걸고
앞줄 신입생들이 앉아있는 가운데에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렇게 선배들은 신입생 한명 한명이 새로 올 때마다
환호를 하며 엄청 반겨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오길 기다리는 동안
좀 활발한 신입생들은 옆자리에 앉은 친구들에게 말을 걸곤 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아... 저.. 삼수예요..”
“헛. 그러시구나...”
나에게 말을 걸었던 애들은 모두 현역들이었다.
내가 삼수라는 걸 알고는 그 뒤로 말을 걸지 않았다.




사실 2년간 재수학원에서 재수생, 삼수생들, N수생형님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N수생들이 세상의 절반정도는 되는 줄 알았는데,
논술학원을 가도,
또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보니 재수생 포함 N수생들은 정말 소수였다.


나와 같은 학번의 한빛반 동기들 36명 중에서도
재수 이상도 겨우 8명이었고, 삼수생은 딱 둘 뿐이었다.





어느 정도 신입생들이 자리를 채워 앉자,
야구잠바를 입은, 키가 그닥 크지 않은,
주성치의 서유기에 나온 손오공을 닮은 선배가 앞에 나와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입생환영회를 진행할
서울대 경영대 한빛과 과대 BK(이니셜임..)입니다.
먼저 서울대 경영대에 합격하신 여러분을 축하드립니다.
그보다 한빛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BK 선배의 멘트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신입생 환영회가 시작되었다.




사실 이 신입생환영회가 시작될 때까지도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맨 처음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나보다 나이어린 선배의 존재,
그리고 그로 인해 족보가 꼬여서 대학생활에 적응 못할까봐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자상하고 친절하신 우리 선배님들은 무조건 존댓말이었다.
알고 보니 선배들끼리 사전에
후배가 될 사람들(나와 내 동기들)이 나이가 많든 적든
무조건 존댓말을 쓰자는 것으로 합의를 했던 거였다.


이렇게 하는 것이 몇 년 전부터 계속되었던 전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상한 존댓말은 이틀 뒤인 새터 첫날밤까지도 계속되었다.




개인적으로 대학교 신입생들의 대학생활에 끼치는 선배라는 존재의 영향력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재수생, 삼수생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가 없는가다. 어떤 학과에서는 재수생 이상 N수생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튕겨내버려 아싸로 만들어내곤 했다.



그런 곳에서는 나이많은 새내기들이
긴 수험생활 끝에 마주한 대학생활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엇나버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면 우리반에서는
새터 첫날밤 이후에도 선배가 후배에게 말을 “놓을 수 있다”고 했을 뿐
삼수생인 나에게 다짜고짜 말을 놓는다든가,
반말을 찌끄린다든가 하진 않았다.
그 점은 지금까지도 너무 고맙다.



그래,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대학생활에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친절하고 자상한 선배들 덕이 컸다.

고마워요 선배님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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